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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리포트/향신료> 국내 최초 미얀마 음식점 쩌쩌우 사장…“미얀마의 맛으로 국가 이미지 개선하고 싶어”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삼촌, 6번 테이블에 ‘오노카우쒜’ 랑 ‘사모사’ 주문이요.”

지난 22일 오후 3시, 서울 남가좌동 명지대 정문 앞에 자리한 미얀마 음식점 ‘아미에란(AMIERAN)’에는 수업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방문하는 학생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아르바이트 학생이 메뉴 이름이 적힌 종이를 건네자 쩌쩌우(45)사장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먼저 미얀마식 튀김 만두인 ‘사모사’의 조리가 시작됐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불의 온도를 높였다. 약 3~4분이 지나자 만두가 바삭하게 튀겨질 정도의 온도가 맞춰졌다. 미리 만들어둔 세모 형태의 만두를 넣었다. 사모사는 감자, 당근, 양파, 양배추를 다시다, 소금, 그리고 미얀마 전통 카레가루를 넣고 볶아 만든 속을 쌀과 밀가루를 섞어 만든 반죽 피에 넣고 튀겨서 만드는 음식이다. 카레 특유의 향과 튀김의 고소한 풍미가 더해져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다.

보글보글 튀겨지는 사모사 옆에서는 오노카우쒜 조리를 위한 육수 끓이기 작업도 진행됐다. 오노카우쒜는 코코넛향이 가득한 미얀마 전통의 코코넛치킨 쌀국수다. 코코넛가루를 넣어 달작지근한 맛을 내면서도 ‘병아리콩’과 삶을 계란으로 우려낸 국물 맛은 깊고 진하다. 여기에 닭고기를 넣어주고 살짝 구워낸 고춧가루를 기호에 따라 얹어주면 미얀마 전통의 코코넛치킨 쌀국수가 탄생한다. 

서울 남가좌동 명지대 정문 앞에 있는 국내 유일의 미얀마 음식점인 아미에란(AMIERAN)의 쩌쩌우 사장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려 하지 않고 미얀마 전통의 풍미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아미에란’은 국내 최초이자 단 하나 뿐인 미얀마 음식점이다. 미얀마 음식을 취급하는 곳도 이 곳 뿐이지만 실제 미얀마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이곳이 유일하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아미에란은 명지대 학생들은 물론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색다른 맛집’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 지상파 방송사 맛집 프로그램에서 맛집 평가단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으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쩌쩌우 사장은 미얀마 전통의 풍미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되도록이면 미얀마에서 쓰는 재료도 그대로 쓰려고 노력한다. 한국사람들의 입에 맞는 맛으로 바꾸려다 한국도, 미얀마도 아닌 어설픈 음식이 될 것을 염려해서다.

그는 “미얀마 음식에는 카레 가루가 많이 들어간다. 한국이나 중국의 카레와는 맛이 다르다. 미얀마 카레는 한국에 있는 수입 식자재 상점에서도 취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가 미얀마에 들어갈 때마다 직접 공수해온다”며 “한국인 손님들도 ‘가장 미얀마스러운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미얀마 음식이 한국인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라도 전통의 맛을 잃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미에란은 12가지 메뉴를 취급한다. 미얀마 전통의 풍미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음식은 오코카우쒜와, 삼치와 병아리콩으로 만든 시골식 쌀국수 ‘양곤모힌가’다. 이외에도 볶음 쌀국수 ‘카우쒜저’, 미얀마 전통 병아리콩소스를 곁들인 볶음밥 ‘타민저’ 등도 미각을 자극한다.

쩌쩌우 사장은 1999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왔다. 그는 아웅산수치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으로 반정부 활동이 문제가 돼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2004년 난민신청을 했고 2009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의 삶이 그리 녹록치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늘 미얀마 음식을 한국에 전파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도 미얀마 호텔 식당에서 5년 간 일하는 등 요리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일단 지금보다 좀 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으로 가게를 이전해 미얀마 음식을 많이 알리는 것. 미얀마 음식점 프랜차이즈 사업도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독재 국가로 인식돼있는 고향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이미지를 음식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미얀마 음식은 인도 음식처럼 한국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얀마 음식이 널리 알려지면 미얀마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도 좀 더 친근해지지 않을까요? ”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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