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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재생, 우리 삶을 바꾸는 패러다임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하늘을 막고 갑갑하게 들어섰던 고가도로가 철거되고 도심 속 자연이 살아있는 하천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들어섰다. 쓰레기 매립장이 시민들의 멋진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오래돼 철거해야만 했던 공장부지가 지역 주민들의 생활터전이 되는가하면,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공간이 모인 곳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바로 도시재생사업이 부리는 ‘마술’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시민들의 삶을 바꿀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노후화된 도시를 다시 꾸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쇠퇴한 도시를 물리적, 경제ㆍ사회ㆍ문화적으로 부흥시켜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도시재생이 추구하는 바다. 여기에 지속가능성,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등이 강조되면서 도시재생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도시재생은 ‘마술’을 부린다. 도시발전단계에 따라 산업적ㆍ인구구조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대두된 도시재생은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한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첼시마켓, 미트패킹 지구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브릭레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뉴욕 첼시마켓. [사진=위키피디아]

▶‘재집중화’로 가는 대한민국, 도시재생 요구된다=국내에서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관련법인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도 지난해였다.

도시재생이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구자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는 도시재생이 화두로 떠오르게 된 원인으로 인구 및 산업구조 변화를 고려한 도시 쇠퇴문제의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시의 성장단계는 경제활동을 위해 인구가 집중되는 도시화와 도시로 유입된 인구가 교외로 이동하는 탈집중화, 이후 다시 인구의 유입단계인 재집중화로 구분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구는 저출산 단계에 접어들고 산업은 제조업 중심의 2차산업에서 기술집약적인 첨단산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된다. 재집중화 시기엔 노후화된 도시에 인구가 다시 유입되는데, 출산율 감소로 새로운 주택 수요는 줄지만, 재개발 수요가 나타나고 도시가 변화된 산업구조에 적응하기 위해 도시재생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미트패킹 지구. [사진=위키피디아]

국내의 경우로 보면 신도시 계획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1980년대 후반에 탈집중화가 나타났다. 구 교수는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힘들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신도시 주택수요가 감소하고 탈집중화의 끝무렵에 와 있으며 곧 재집중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다=도시재생에 있어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수준높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오래도록 지속될 삶의 공간적 토대를 만드는’ 도시디자인은 도시환경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구 교수는 “지식창조정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주거환경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골고루 갖춰진 수준높은 곳에 모인다”며 “이런 인프라를 잘 갖춰준 도시들은 지식창조산업이 들어가 성장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준높은 공간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외국에서는 디자인 전략을 쓴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정책을 주도적으로 시행한 대표적인 도시가 바로 미국 뉴욕이다. 과거 뉴욕은 도시환경의 침체와 함께 범죄가 늘어나고 경쟁력이 약화됐다. 때문에 이미지 개선ㆍ경쟁력 회복을 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당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도시문화정책과 도시이미지 정책을 추진하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박물관. [사진=위키피디아]

특히 뉴욕시는 창의성을 극대화한 민간 주도 도시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여럿 추진했다. POPS(Privately Owned Public Space), D+CEI(The Design and Construction Excellence Initiation) 등은 민간 주도 프로젝트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런 여러 프로젝트들를 통해 태어난 것이 하이라인 파크, 미트패킹 지역살리기, 첼시 마켓 등이다.

영국 런던은 도시정책을 두 가지로 나눠 진행했다. 하나는 낙후지역 주거환경 개선, 다른 하나는 도심지 활성화를 위한 문화ㆍ디자인 활성화 정책이었다. 시가 새로운 공공건물과 공간을 제공해 낙후지역을 위한 문화시설로 탈바꿈시키고 도시 중심지는 수준높은 신 산업 유치를 위한 입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 교수는 “런던은 도시 전체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수준높은 공간마련을 위해 마스터플랜을 실현할 수단으로 도시디자인 전략을 썼다”고 소개했다.

화력발전소가 문화시설로 바뀌어 공공재단이 무료로 운영하는 테이트모던박물관, 양조장ㆍ섬유공장이 예술인과 젊은이들이 모이고 아시아 음식이 소개되는 특화된 지역으로 거듭난 브릭레인, 삼청동ㆍ인사동처럼 ‘하이터치-로우테크(High Touch-Low Tech)를 실현한 보로우마켓, 임대주택인 밀레니엄 빌리지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구 교수는 “감성적인 부분을 터치해주지 않으면 상품이 안팔리듯 도시도 디자인 수준이 높지 않으면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없다”며 국토해양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선도지역사업 역시 수준높은 공간마련을 위해 디자인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 브릭레인. [사진=위키피디아]

▶도시재생사업의 요건은…=탈집중화가 오래 지속되는 도시들은 인구감소가 지속되며 쇠퇴한다. 구 교수는 “이것을 슬기롭게 대처한 도시들이 성장을 한다”며 도시재생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기존도심, 부도심, 새로운 상업 부도심, 교통 결절점 등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곳은 지식정보, 창조산업, 전문지식인, 창조인력을 끌어모으기 위해 수준 높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낙후된 환경 등을 정비해 쾌적한 삶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들이 실현될 때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구 교수는 기존의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그친다면 도시재생사업은 사회경제적인 변화까지 끌어안는 것이라며 관련 프로그램이 결합해 주민들의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는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도시정비방식에 있어서도 과거 주민참여 미흡, 공공성 결여, 획일적 개발, 지역정체성 상실, 부동산 경기 의존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면 사회ㆍ경제ㆍ문화 등 종합적인 접근, 주민의 자발적 역량 활용, 원주민 정착 유도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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