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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포럼] 역사 숨결 품은 옛건축물, 고품격 공간으로 다시 살아나다
Re-imagine! 디자인으로 삶을 재설계하다 〈2〉도시재생, 도심활력의 새 패러다임
뉴욕 첼시 마켓·런던 테이트모던 박물관 등
디자인 전략 통해 도시 이미지·경쟁력 제고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사회·경제·문화적 변화 유도
시민 자발적 역량 활용·원주민 정착 고려해야


하늘을 막고 갑갑하게 들어섰던 고가도로가 철거되고 자연이 살아 숨 쉬는 하천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들어섰다. 쓰레기 매립장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오래돼 철거해야 했던 공장부지가 작가들의 작품활동 공간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도시재생 사업이 시민들의 삶을 바꾸는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민들의 숨결과 역사, 전통이 살아 있는 옛 건축물을 일제히 철거하고 새 빌딩을 짓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역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ㆍ사회ㆍ문화적으로 부흥시켜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단기적인 수익을 위한 재개발ㆍ재건축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도시 디자인의 새로운 모델인 것이다.

▶‘재집중화’로 가는 대한민국, 도시재생 요구된다=도시재생 사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활기를 띠었지만, 국내에서는 불과 몇 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관련법인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것도 지난해였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성장단계는 경제활동을 위해 인구가 집중되는 도시화에서 도시 인구가 교외로 이동하는 탈집중화, 다시 인구가 도심으로 유입하는 재집중화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인구는 저출산 단계에 접어들고 산업은 제조업 중심의 2차산업에서 기술집약적인 첨단산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된다. 특히 재집중화 시기엔 재개발 수요가 나타나고 도시가 변화된 산업구조에 적응하기 위해 도시재생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는 특징을 보인다. 국내의 경우 신도시 계획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1980년대 후반에 탈집중화가 나타났으며,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신도시 주택수요가 감소하고 도심의 주거단지가 인기를 끄는 등 재집중화 단계로 이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시재생은‘ 마술’을 부린다. 도시발전단계에 따라 산업적ㆍ인구구조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대두된 도시재생은 새로운 도시디자인으로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한다.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첼시마켓(1), 미트패킹 지구(2)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3), 브릭레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도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다=도시재생에 있어 주요한 화두 중 하나는 수준높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오래도록 지속될 삶의 공간적 토대를 만드는’ 도시 디자인은 도시환경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구자훈 교수는 “지식창조정보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주거환경 뿐만 아니라 교육,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골고루 갖춰진 수준높은 곳에 모인다”며 “수준높은 공간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외국에서는 디자인 전략을 쓴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정책을 주도적으로 시행한 대표적인 도시가 미국 뉴욕이다. 1994년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은 이미지와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한 도시재생에 적극 나섰다. 특히 창의성을 극대화한 민간 주도의 도시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적극 추진했다. 공유지를 민간이 활용하는 POPS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태어난 것이 하이라인 파크, 미트패킹 지역살리기, 첼시 마켓 등이다.

영국 런던은 도시정책을 두 가지로 나눠 진행했다. 하나는 낙후지역 주거환경 개선, 다른 하나는 도심지 활성화를 위한 문화ㆍ디자인 활성화 정책이었다. 구 교수는 “런던은 도시 전체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ㆍ실현할 수단으로 도시디자인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화력발전소가 문화시설로 바뀌어 공공재단이 무료로 운영하는 테이트모던박물관, 양조장ㆍ섬유공장이 예술인과 젊은이들이 모이고 아시아 음식이 소개되는 특화된 지역으로 거듭난 브릭레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도시재생 성공의 요건은=탈집중화가 오래 지속되는 도시들은 인구감소가 지속되며 쇠퇴한다. 구 교수는 “이것을 슬기롭게 대처한 도시들이 성장을 한다”며 도시재생을 추진할 때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기존도심, 부도심, 새로운 상업 부도심 등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곳은 전문지식인, 창조인력을 끌어모으기 위해 수준 높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낙후된 환경을 정비해 쾌적한 삶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구 교수는 기존의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물리적 환경 개선에 그친다면 도시재생은 사회경제적인 변화까지 끌어안는 것이라며 관련 프로그램이 주민들의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정비방식에 있어서도 사회ㆍ경제ㆍ문화 등 종합적인 접근, 원주민 정착 유도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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