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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열두 번의 부활…최고의 영조 캐릭터는?
* 1998년 MBC ‘대왕의 길’ 영조(박근형)

고승희= 강건한 군주ㆍ예민한 군주ㆍ두려운 아버지 ★★★★☆

정진영= 강력한 왕권을 생생하게 보여준 폭풍 카리스마 연기 ★★★★


* 2007년 MBC ‘이산’ 영조(이순재)

고승희= 이토록 완벽한 군왕이라니 ★★★★

정진영= 치세 말년의 영조가 현세에 재림했다면 바로 이랬을 것 ★★★★☆


* 2014년 SBS ‘비밀의 문’ 영조(한석규)

고승희= 한 번도 본 적 없는 인간 영조의 맨얼굴…조선판 ‘지킬 앤 하이드’ ★★★★

정진영=실제 영조의 복잡했을 내면 드러내는 절륜한 연기 ★★★★

<드라마 캐릭터로 본 영조>

18세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21대 왕 영조가 또 한 번 살아났다. 1980년(MBC 안국동마님) 이후 지난 34년간 안방극장에서 무려 열두 번 부활한 ‘불멸의 군주’다. 연잉군 시절부터 노년의 영조에 이르기까지, 극의 중심에 섰거나 주변인물로 등장하며 시청자에게 무척이나 친숙해진 ‘왕의 얼굴’이다.

시대를 넘나들며 수많은 사극이 제작되고 있음에도 영조는 TV 사극에서 가장 많이 호출한 왕이다. ‘왜 영조인가’ 라는 질문은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해석의 다양성’ 때문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에서 영조는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 재위기간이 길어 스토리가 풍성하다”며 “출신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조선 후기의 정치, 경제, 문화를 화려하게 꽃 피웠다. 그러면서도 끔찍하고 비극적인 가족사가 관점에 따라 다르게 섞일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는 이야기다. 영조의 관점부터 사도세자, 정조, 혜경궁 홍씨, 노론의 관점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지난 30여년간 정권 교체와 맞물리며 영정조 이야기는 시대 분위기에 따라 달리 해석됐다. 2014년 현재 영조 시대를 다룬 ‘비밀의 문’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과 최근 방송분이 끌어가는 신흥복의 죽음을 추적하는 추리가 가미되며 ‘진실을 은폐하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영조를 연기한 배우들의 면면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조선시대 21대왕은 배우 최불암(안국동 마님, 홍국영)과 김성겸(하늘아 하늘아, 정조 암살 미스터리-8일)이 두 번 연기했고, 이순재 박근형 전국환 조민기부터 최근의 한석규까지 명배우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 1980년대 영조…혜경궁 홍씨의 시선=배우 최불암이 연기한 ‘안국동 마님’(1980)을 시작으로 ‘조선왕조 오백년-한중록’(MBC, 1988, 김성원), ‘하늘아 하늘아’(KBS, 1988)가 영조가 등장한 1980년대 TV사극이다.

특히 ‘한중록’과 ‘하늘아 하늘아’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바탕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당시 정치권 분위기와 맞물려 영조는 전제군주의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됐고, 아들을 미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비쳤다. 사도세자는 아버지를 향한 두려움을 품고 사는 유약한 인물로 그려졌다. 혜경궁 홍씨는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를 중재하는 가련하고 한 많은 여인이었다.

▶ 1998년 ‘대왕의 길’…날선 영조의 등장=1990년대 TV 사극이 다룬 영조는 1998년 MBC ‘대왕의 길’이 유일하다. ‘대왕의 길’은 ‘임오화변’을 전면으로 끌어들이며 영조와 사도세자의 뒤틀린 관계를 조명했다. ‘한중록’을 비롯해 다양한 사료가 충실히 담겼고, 야사에 언급된 기록(화완옹주와 사도세자의 근친설)까지 슬며시 언급됐다. 임오화변을 겨냥해 사도세자의 죽음을 재조명하는 것은 정조를 개혁군주로 바라보려는 시대적 해석과 닿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대왕의 길’에선 특히 영조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눈빛, 괴팍한 성품은 물론 아들 사도세자와의 감정갈등을 세심하게 표현한 배우 박근형의 명연기가 드라마를 살아숨쉬게 했으며,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대하사극 카페에선 박근형의 영조를 최근까지도 ‘역대 최고의 영조’로 꼽고 있다. 다만 이 드라마는 정조의 치세까지 스토리를 끌고 가려했으나, 부자 간의 갈등이 깊이 다뤄지며 시청률 난항을 거듭하자 사도세자의 죽음을 끝으로 조기종영됐다. 


▶ 2000년대 ‘이산’의 시대=2000년대에 접어들면 총 7편의 드라마가 등장한다. ‘홍국영’(2002, MBC), ‘어사 박문수’(2002, MBC, 조민기), ‘정조암살미스터리- 8일’ (2007, 채널CGV) 를 비롯해 ‘이산’ (2007, MBC)에서 영조의 모습이 다양하게 비쳤다. 2003년 ‘장희빈’(이민호)과 2010년 ‘동이’(이형석, 이선호), ‘무사 백동수’(2011, SBS, 전국환)에선 주변인물의 성격이다.

주목할 드라마는 단연 ‘이산’이다. MBC ‘이산’은 영조와 정조의 관계가 밀도 높게 그려졌다. 영조의 죽음까지 담아내며 ‘이산’이 강조한 지점은 “황혼을 맞이한 영조는 신료들에게 엄격한 전율의 군주로 군림하면서도 동시에 백성들에게 자애로운 요순의 현신으로 재림하였다”(두 얼굴의 영조, 김백철)는 설명으로 대신할 수 있다. 배우 이순재는 근엄한 군왕인 동시에 “떠오르는 해는 작은 틈새도 남기지 않고 비추고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나가지 않는다. 백성에게 부디 그런 임금이 되거라. 척박하고 그늘진 땅에서 목말라 허덕이는 가난하고 연약한 백성을 잊지 말거라”(이산 中)라고 국본에게 왕의 도리를 전하는 어진 부모였다.

윤석진 교수는 “당시 영조는 비극적인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왕조의 부흥을 이끌어낸 인물이자 정조를 길러낸 왕의 모습으로 그려진다”며 “개인적인 면모보다는 선왕이라는 군왕으로서의 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 2014년 ‘비밀의 문’…한석규의 힘= “선위하겠다.” 단 한 줄의 대사로 배우 한석규는 지금까지 브라운관에서 보지 못한 영조의 다양한 얼굴을 그려냈다. 재위기간 중 총 8번의 선위파동을 오로지 “선위하겠다”는 대사를 통해 여덟 가지의 감정으로 보여준 영조의 모습은 ‘문제적 인간’이었다. 그 안엔 출신과 왕위계승 과정에서의 경종 독살설로 인해 달고 다닌 정통성 콤플렉스에 시달린 인물의 모습이 담겼다.

16년 전 ‘대왕의 길’과 마찬가지로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이 전면에 섰으나, ‘비밀의 문’이 기존 영조 시대를 다룬 드라마와 다른 지점에 서는 것은 사도세자에 대한 이전과는 다른 해석이 중심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대사 한 줄로도 설명된다. “적어도 백성의 목숨이 제 목숨만큼 귀해야 한다는 것 아니냐. 그래야 정치할 자격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평등한 세상을 꿈 꾼 왕세자의 모습이다.

이에 “사도세자의 긍정적인 해석이 주를 이루고, 당쟁의 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개입되면 영조의 부정적인 측면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해석이 나온다. 드라마는 실제로 영조의 정치적 맨얼굴이 부각된다. ‘비밀의 문’ 속 영조는 ‘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정치고수의 면모부터 시시각각 감정의 널뛰기를 하는 다혈질 군주로 그려지는데, 한석규의 연기가 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으로 자리하고 있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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