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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ㆍ정진영의 채널고정> 톱배우도 스타작가도 없는데… ‘新드라마왕국’ tvN의 힘!
- 케이블드라마 열풍 2막 스타트
고교처세왕·황금거탑 등…정통 · 예능 넘나든 참신한 극본
지상파와 차별화된 독창성…톡톡 튀는 연출력 등 무장

개국후 드라마 풀라인업 완성…젊은 트렌드 반영 인기몰이



지난해 ‘응답하라1994’가 신드롬을 일으킨 이후 지상파 방송3사 관계자들은 tvN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견고한 플랫폼인 지상파를 위협한 케이블 콘텐츠에 대한 위기감이었다. 다만 ‘응사’ 이후의 전략과 그에 버금갈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부호를 달았다.

올 한 해 tvN이 내놓은 드라마를 살펴보면 소위 말하는 ‘대박’은 없어도 ‘중박’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 ‘꿈의 시청률’ 1%는 옛말, 최고 2%도 거뜬하다.

지난 11일 종영한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후속작 ‘마이 시크릿 호텔’), 군대(‘푸른거탑’)에서 농촌으로 장소를 옮긴 수요드라마 ‘황금거탑’, 목요드라마 ‘잉여공주’, 금토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이 현재의 라인업으로, 소재와 풀어가는 방식이 저마다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오는 17일이 되면 tvN은 개국 8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 풀라인업을 완성한다. 사도세자의 삶과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소설을 엮은 퓨전사극 ‘삼총사’가 ‘일요드라마’라는 타이틀로 첫 선을 보인다. 경쟁상대는 대체불가 공개코미디 ‘개그콘서트’(KBS2)와 이를 추월하며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왔다 장보리’(MBC)다. tvN 드라마 제작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들인 퓨전사극을 내놓으면서도 내부에선 이 같은 편성에 “정신 나갔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미 탄탄한 고정시청층을 확보한 두 프로그램이 포진하고 있는데 겁도 없이 덤빈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전략과 분석의 달인이라 할 만한 채널답게 tvN에선 “시청자들은 좋은 콘텐츠는 대기 시청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tvN 개국 이후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아온 공력이 묻어난 자신감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드라마를 방영하는 ‘풀라인업’이라는 상징성을 떠나 각각의 드라마가 가진 참신성과 독창성, 톡톡 튀는 연출력에 시청자 반응을 종합하면 현재의 tvN은 신(新) 드라마왕국이라 해도 손색없다.

요일별 드라마가 가진 색깔은 각기 다르다. 이는 물리적인 분량에서 차별화가 가능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형진 tvN 콘텐츠 운영 국장은 “tvN 드라마는 크게 드라마본부에서 제작하는 정통드라마(월화드라마), 예능국 자체제작의 예능형 드라마(수요드라마 ‘황금거탑’, ‘막돼먹은 영애씨’ ), tvN본부에서 제작하는 예능과 드라마의 중간형 드라마(‘잉여공주’, 금토드라마)로 나뉜다”며 “드라마의 수급처가 다양하기 때문에 지상파에서 시도하지 않는 드라마를 만드는 바탕이 된다. 제작비에 있어서도 대작급과 저비용 드라마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tvN은 지상파와는 차별화된 드라마를 내놓는다. “유연한 편성과 좋은 대본”을 중심에 두고 “다른 걸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 가치“(정형진 국장)로 삼고 있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주연배우가 등장해도 막상 뚜껑을 열면 의외의 지점에서 시청자가 반응한다. 톱스타 주연배우 대신 굵직한 조연배우(‘연애 말고 결혼’ 김해숙 김갑수 등)을 구축하는 방식도 tvN만의 노하우다. 지상파가 여전히 주력하는 톱배우와 스타작가의 조합에서 벗어난 실험이 성과를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지상파가 불특정 다수를 시청층으로 잡아 운신의 폭이 좁았던 반면 tvN은 젊은층에 소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상파 드라마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제작, 비어있는 틈을 공략했다”고 tvN 드라마의 특징을 설명했다. 윤 교수는 그 중 하나의 전략을 ‘장르드라마의 개척’이라고 짚었다.

초창기 tvN은 CJ E&M의 영화채널 OCN과 함께 의학, 수사물을 내놓았고, ‘위기일발 풍년빌라’(2010)를 통해 코미디, 스릴러, 멜로를 섞어 복합장르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2012년 기존의 멜로드라마를 변주해 복고 정서를 가미한 ‘응답하라’시리즈, 역사드라마에 판타지를 가미한 ‘인현왕후의 남자’를 통해 tvN만의 장르를 개척했다. 지난해 초 방영된 ‘나인’의 경우 tvN이 내놓은 복합장르물 완결편이라 할 만큼 완성도에서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의 tvN 드라마는 종류를 막론하고 여러 장르가 혼합된 형태의 드라마가 주를 이룬다.

로맨틱코미디물의 경우도 지상파와는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은 연상연하 커플의 조합부터 기존의 틀을 깼다. 열여덟 살이 된 고등학생 서인국과 아홉 살 연상의 계약직 여사원 이하나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렸는데, 그 과정은 지극히 만화적이고 코미디 요소가 다분하다. 거기에 미스터리 요소까지 더해졌다. tvN 관계자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20~30대 여성 시청자가 선호하지만, 의외로 10대 남성들에게 시청률 그래프가 올라간다. 금토드라마인 ‘연애 말고 결혼’의 경우 tvN의 주타깃층인 2049 세대가 반응한다. 소비시장을 움직이는 광고세대의 시선을 붙잡는 것은 드라마에선 전국 시청률 결과보다 더 중요하다. 이처럼 tvN 드라마는 지상파에 비해 스토리와 연출, 소비층이 확실히 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때문에 tvN 드라마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이 공존한다고 짚었다.

먼저 “정통드라마를 보는 시각은 본래적 재미를 찾는다. 드라마는 대본과 배우의 연기, 인생의 맛을 담아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며 “현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tvN 드라마가 너무 가볍거나 판타지 요소가 많고, 드라마 같지 않다는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새로 시작한 목요드라마 ‘잉여공주’가 대표적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삼은 ‘잉여공주’는 인간이 된 인어공주가 취업준비생들이 거주하는 ‘잉여하우스’에 터를 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인간세상에서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인어공주는 100일 안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 하고, 가진 거라곤 ‘잉여력’ 밖에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직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다. 막막한 미래가 동화와 만난 B급 판타지인 셈이다. 젊은 세대가 선호할 만한 소재와 스토리다.

정 평론가는 “드라마든 예능이든 비슷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는 점을 tvN이 공략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드라마와 예능의 중간선을 잡아 성공한 뒤, 이 같은 트렌드를 유지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에 소구하는 지점이다. 드라마라는 장르에 너무 국한할 필요가 없다는 시청자의 취향을 공략하며 tvN만의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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