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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 제4부 자연과 사람<24> 김형선·이강자 부부 “내 자식 키우듯 내가 먹을 농사이기에 정성을 다하지요”
대욱이(16살)와 혜진이(4살)는 올해 5월말 형제가 되었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대욱이가 사는 강원도 홍천 산골의 집에 어린 혜진이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

엄마는 대욱이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네 동생 혜진이란다. 앞으로 동생 잘 돌봐주고 사이좋게 놀렴.”

엄마의 말을 잘 따르는 대욱이는 이내 혜진이에게 ‘친구 같은’ 형이 되어주었다.

사실 형 대욱이와 동생 혜진이는 무려 12살이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둘이 함께 노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라치면 정말 또래 친구사이 같다. 

'엄마' 이강자 씨와 함께 한 대욱이(사진 오른쪽)와 혜진이. 아이들의 표정이 해맑다.

선천성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대욱이가 지금의 부모 손에 맡겨진 것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그렇게 벌써 16년이 흘렀다.

올 5월에 대욱이의 동생으로 들어온 혜진이 역시 위탁가정 아동이다.

이렇게 형 대욱이와 동생 혜진이를 양육하는 이는 지난 1997년 홍천군 내촌면 와야리에 둥지를 튼 김형선(60)·이강자(54)씨 부부. 이들은 외동딸이 있었지만, 대욱이를 친자식과 똑같이 정성스레 키웠다.

대욱이는 중학생이 된 2012년부터 춘천에 있는 장애인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홍천에는 특수학교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이들 부부는 기꺼이 춘천에 작은 거처를 마련했고, 이후 주말부부를 감수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부인 이 씨가 평소 대욱이와 혜진이를 돌보고, 주말과 방학 때는 홍천 집으로 와 남편 김 씨와 합류한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와야리에 위치한 김형선.이강자 씨 부부의 과수원 일대 풍경.

이들 부부의 헌신적인 자식농사 이모작에 대한 이야기가 입에서 입을 통해 알려지면서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강원도지사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자식농사 못지않게 진짜 농사에도 열심이다. 지금은 남편 김 씨가 거의 혼자서 농사를 짓는다. 부인 이 씨가 홍천 집으로 오면 틈나는 대로 거들어 주지만, 농사는 거의 김 씨의 몫이다.

이들 부부는 애초 자급자족을 하고자 농사를 시작했다. 짓다보니 그 규모가 점차 늘어났다. 밭농사, 논농사는 물론이고 비닐하우스(1487㎡=450평) 재배도 하고, 제법 큰 과수원도 가꾼다. 부인 이 씨는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며 웃는다.

남편 김 씨 혼자서 짓는 농사 규모는 임차한 땅을 포함해 총 1만1570㎡(3500평)가량 된다. 특히 복숭아를 비롯해 사과, 배, 자두, 포도 등 6611㎡(2000평) 규모의 과수원을 직접 돌본다. 혼자서 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복숭아 수확을 하느라 몹시 바쁜 '아빠' 김형선 씨

“내가 직접 심고 가꾸어 수확해 먹는 것만큼 충만한 기쁨도 없지요. 지금도 자급하겠다는 초심 그대로 농사를 짓고 있어요. 일단 우리 가족이 먹고, 남는 것만 내다팔고 있지요.”

자신들이 직접 먹기 위해 농사를 짓다보니 모든 농작물에 친환경 거름 외에 화학비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과일나무의 경우 새와 해충이 달려들어 열매를 망치기 때문에 최소한의 친환경 농자재만 뿌려준다고 한다.

김 씨는 과수원을 함께 돌며 과수의 종류와 재배법, 접목방법, 수확요령 등을 설명하면서, 직접 과일을 따서 베어 물면서 먹어보라고 권했다. 바로 옷에 쓱쓱 문질러 그냥 먹어도 될 만큼 안전한 먹거리로 키웠기에 가능한 선심이다.

과수원 6611㎡(2000평) 가운데 4958㎡(1500평)은 강원도 혹한의 땅에서 키우기 힘든 복숭아가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자식 키우듯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기대만큼의 수확이 나오지 않는 그런 작목이다.

애초 자급을 위해 시작한 농사라 자식 키우듯 정성을 기울이다 보니 매년 수확이 더 나오고 있고, 그래서 자급하고 이웃에게 일부 나눔하고 남는 물량을 4,5년 전부터 내다팔기 시작했다.

복숭아가 이들이 내다 파는 주력 품목인데, 그 종류만도 8~9개에 이른다. 그중 ‘홍천복숭아’로 유명한 ‘대홍’이 전체 67%가량(3305㎡=1000평) 된다. 대홍은 원래 홍천군 남면에서 새 품종으로 개발되었는데, 이곳 내촌면 와야리에 위치한 김 씨 과수원은 더 춥고 높은 지대(해발 400m)에 위치한지라 그 맛(당도)과 향이 더욱 뛰어나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면서 김 씨에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친환경으로 키우다 보니 복숭아의 맛은 뛰어나지만 크기가 조금 작다보니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제값을 못 받고 넘기기 일쑤다.

아름아름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웃이나 도시인들에게 팔기도 하지만, 한꺼번에 수확이 쏟아질 때에는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들 부부가 도시 소비자에게 직거래 방식으로 파는 복숭아는 종류에 상관없이 4.5㎏ 한 박스(크기에 따라 10~18개입)에 2만원이다. (033)433-1844, 010-9485-1844

<박인호 전원 칼럼리스트>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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