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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도’ 강동원, “최대한 악랄해 보이고 싶어서…” [인터뷰]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공백기간)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요? 없었어요. 제가 잘하면 되는 거니까.” 거침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섬세하고 조금은 심약해 보이기도 하는 강동원에 대한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186cm의 껑충한 키에 조막만한 얼굴 등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외모 때문에 그의 실제 캐릭터를 오해했다.

강동원이 4년여 만에 새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로 돌아왔다. 그는 조선 최고의 무관이자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 ‘조윤’ 역을 맡았다. 하정우, 이경영, 조진웅, 마동석 등이 양반들의 재산을 빼앗는 ‘군도’로 활약하는 가운데, 강동원은 이들과 외롭게(?) 대치한다.

사실 주위에선 ‘군도’를 택한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멀티 캐스팅이다보니 강동원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에 ‘악역’을 연기하는 건 모험일 수 있었다. 정작 강동원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내가 잘 하면 되는 거고, 잘 할 자신이 있으니까” 그 뿐이었다.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1. “잡것들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했건만, 니놈들이 바로 그 화적떼구나” (‘군도’ 무리와 마주한 탐관오리 ‘조윤’의 첫 마디)

강동원의 눈빛은 반짝였고 입가엔 미소가 흘렀다. ‘군도’ 속 조윤이 강동원의 말대로 ‘악행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면, 강동원은 촬영 때부터 개봉을 기다리는 지금까지 모든 과정을 즐기는 듯 보였다.

‘군도’ 개봉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는 것도 걱정보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간 쉬면서 조급한 마음은 없었어요.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까요. 지금은 관객들 반응이 빨리 보고 싶어요. 잠도 잘 안 오고 약간 ‘업’된 느낌?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러네요.”

지난 주 언론·배급 시사회 후 강동원의 존재감에 상당한 호평이 쏟아졌다. 그는 “주위 분들이야 ‘잘했다’ ‘열심히 했다’ 하시니까 ‘그런가 보다’ 한다”고 무덤덤해 하면서도, “촬영 시작할 때는 오랜만이라 경직되지 않았나 걱정했는데 점점 자연스러워졌다”고 이내 안도했다.

하정우, 이성민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부분에 대해선 “스트레스는 없었다”며 “그분들이 있으니 저에 대한 기대감 줄어드는 면도 있고(웃음), 선배들에겐 한 수 배울 수도 있어서 좋았다”고 털어놨다.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2. “지 아비에게 금수 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자란 놈인데 무슨 짓이든 못하겠습니까?” (자신을 비난하는 아버지를 향한 조윤의 한맺힌 일갈)

강동원은 조윤을 ‘어떻게 최대한 악랄하게 그려볼까’ 고민했다. 이왕 맡은 악역인데 ‘최대한 즐겁게 괴롭히러 가보자’, ‘이번엔 이렇게 한 번 괴롭혀볼까’ 전의를 불태우며 그 상황을 즐기려 했다. “실제로는 남에게 화내거나 거절하는 걸 못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쪽이라, 영화 속 상황을 즐기자고 생각했죠. 제가 언제 마동석 형 같은 분을 바닥에 내리꽂고 하겠어요.(웃음)”

‘군도’의 배우 및 스태프들은 현장에서 강동원이 보여준 에너지에 혀를 내둘렀다. 현장이 그리웠던 강동원은 극중 조윤의 대사처럼 ‘무슨 짓이든 못하겠습니까?’라는 투지를 불태웠다. “그럴 듯하게 보이는 건 싫어요. 뼛속부터 검을 많이 다뤄 본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 ‘베기’ 동작만 두 달 동안 하루 몇백 번에서 몇천 번씩을 반복했다. 또 검이 워낙 무겁다보니 이를 휘두르기 위한 체력을 기르는 차원에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했다.

심지어 강동원은 무술팀 스태프 한 명이 자신을 전담하는 것을 계약 조건으로 내세울 만큼 열의를 불태웠다. “현장 가면 무술 가르쳐주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 분들이 자꾸 바뀌다보면 집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액션을 집중적으로 많이 연습하는 편이거든요. 그러면서 캐릭터를 찾아가는 저만의 스타일이 있기도 하고. 무술팀 대식이한테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요.(웃음)”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3.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위해 생을 걸어본 자가 있거든 나서거라” (자신에게 덤비려는 이들을 향한 조윤의 외침)

흔한 공치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강동원은 ‘타고난 연기자’다. 그에겐 즐거움과 설렘, 만족감 등 모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공간이 바로 촬영장이다. 그가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일 때도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다. “촬영 현장에 있을 때 가장 위안 받아요. 생동감도 있고 동료애도 느끼고 성취감도 느끼죠. 내가 여기서 쓸모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사실 강동원은 2003년 데뷔 이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예능이나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지 않아 ‘신비감’이 유지됐을 뿐, 2004년부터 1년에 1~2편씩 영화를 하며 관객들을 만났다. ‘M’(2007)과 ‘전우치’(2009) 사이에 시나리오를 기다리며 공백이 생겼지만, 그 시간마저 액션 연습을 하며 보냈다.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그러다보니 연기를 시작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나갔다. 여전히 풋풋한 외모를 자랑하지만, 강동원도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무작정 연기만 하던 시절과 달리,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목표도 생겼다. “요즘 들어 ‘미친 듯이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좀 더 큰 목표도 생겼어요. 아시아 시장의 대통합?(웃음) 해외 진출이라기보다, 아시아에서 영화 찍는 사람들이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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