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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5만원짜리 상품에 10만원의 가치를 더하는 것이 우리 일”
-CJ오쇼핑 장갑선 PD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지금 홈쇼핑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의 재핑(zapping, TV시청 시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는 행위)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지상파 프로그램 사이 광고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리모컨을 잡았다. 채널 사이사이 길목에서 자리잡고서 그 ‘재핑 효과’의 덕을 봐왔던 홈쇼핑은, 요즘 ‘홀로서기’를 시도 중이다.

예능보다 재밌고, 토크쇼보다 흥미로운 이른바 ‘쇼퍼테인먼트’는 이미 TV 홈쇼핑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CJ 오쇼핑의 장갑선 PD(40)는 ‘재미있는 홈쇼핑’, ‘찾아보는 홈쇼핑’을 만드는 최전선에 서있다. 나날이 높아지는 고객들의 안목을 만족시키면서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그의 역할. 장 PD는 그래서 스스로를 프로듀서이면서 마케터이자 카피라이터라고 칭했다. 2009년 시작한 CJ 오쇼핑의 ‘셀렙샵’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셀렙샵’은 정윤기 스타일리스트를 메인으로 2030 감성에 맞는 트렌디한 상품과 신진디자이너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소위 ‘핫한’ 홈쇼핑 프로그램이다.

장 PD는 “과거 ‘스타일 온에어’라는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최초로 쇼퍼테인먼트라는 장르가 등장하게 됐다”며 “스타일리스트와 연예인이 나와서 상품도 안보여주고 상품 이야기만 떠들었다. 처음에는 ‘저렇게 해서 상품이 팔려?’라며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많앗는데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제품을 입고 다니는 것이 숨겨야할 무언가인 때가 있었다. ‘홈쇼핑 제품’은 저렴하면서 시중 제품 대비 질이 떨어지지 않은 ‘쓸만한 상품’이었다. 그 사이 고가의 명품들이 홈쇼핑에 속속들이 들어왔고, ‘쓸 만한’ 제품들의 자리를 ‘사고 싶고 쓰고 싶은’ 제품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장 PD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 홈쇼핑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아니다. ‘있어보이는 것’이다.

장 PD는 “셀렙샵의 타깃은 30대다. 신사동 가로수길을 거니는 여자들의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 백화점과는 다른, 요즘에 제일 핫하면서도 해외 트렌드를 아는 사람들이 인정할 만한 구성과 프로를 만들고자 했다”며 “홈쇼핑 고객들은 백화점에서 사는 제품처럼 원한다. 비교대상이 예전에는 고속터미널의 중저가 상품이었다면 이제는 백화점상품이다”고 설명했다. 


상품은 MD(상품기획자)가 고른다. 그리고 그 상품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 홈쇼핑 PD의 일이다. 비단 홈쇼핑 제품이라도 ‘스타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가 소개하면 믿을 만하고 사고 싶다. 왠지 최신의 유행을 사고 입는 것 같다.

“고객들은 5만원 짜리를 사면서도 10만원짜리 가치를 갖고 싶어 한다. 셀렙샵을 만든 것도 그것의 일환이다. 연예인들이 입던 스타일 그대로를 가져와서 믿을 만한 스타일리스트가 보여준다. 거기서 전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이같은 멋진 스타일 아이템을 당신들에게만 싸게 보여주니까, 명품처럼 밖에 나가서 입어도 된다’”.

CJ 오쇼핑은 과감하다. 상품 소개없이 1시간 내내 패션쇼만 진행하는가하면, 왠지 드러내기 민망했던 ‘란제리 방송’에도 속시원히 ‘19금’을 내걸고 수위를 넘나드는 풀사이드 란제리 패션쇼를 선보인다. 과감한 도전은 CJ 오쇼핑이 지향하는 ‘트렌드 쇼퍼’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각인시킨다. ‘데스티네이션 채널(찾아보는 채널)’로 가야하는 홈쇼핑의 숙제를 풀기 위해 내놓은 답은 여기에 있다.

장 PD는 “공중파 재핑이 없어지면 궁극적으로는 모든 프로그램이 셀렙샵 형태로 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시간을 파고들어서 사람들이 찾아보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사람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다. TV 뿐만이 아니라 모바일, 홈페이지 등이 모두 해당된다. 그들에게 제품을 자세헤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족의 경우 짧은 영상 안에 여러 개의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20대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실버상품은 자막을 크게넣어 어르신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방송을 구성한다”며 “같은 상품을 팔아도 타깃별, 채널별로 다르게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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