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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제3부 전원일기<34> 여름 맞은 6월의 전원…농심은 “바쁘다 바빠!”
6월이 되면 전원의 강산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뀐다. 들녘에선 농부들이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고, 밭에서 막 수확한 감자와 고추, 오이 등 신선한 먹거리가 밥상에 올라온다. 갖가지 들풀이 소박한 꽃을 피워내고, 집 정원에는 ‘꽃의 여왕’ 장미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낸다. 그리고 긴 가뭄 끝에 장마가 찾아온다.

절기를 알면 전원생활이 즐겁다

텃밭농사라도 지으면서 즐겁고 행복한 전원생활을 맛보고자 한다면 절기를 제대로 알고 그에 순응해야 한다. 6월의 절기는 망종(芒種)과 하지(夏至)가 있다. 망종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로 소만과 하지 사이에 든다. 올해의 경우 6월 6일부터 보름간이다. ‘곡식의 씨를 뿌리기 좋은 시기’라는 의미로,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이뤄진다. 농촌에서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6월의 전원풍경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다.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전라도에서는 ‘보리 그스름’이라 하여 이듬해 보리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풋보리를 베어다 그슬려 먹는 풍습이 있었다. 경기도를 제외한 중부 이남에서는 망종날 천둥 번개가 치면 그 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6월 21일)는 망종과 소서 사이에 있는 절기로,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올라 몹시 더워진다. 가뭄과 장마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촌에서는 기우제를 지냈다. 강원도 평창군 일대에서는 하지 무렵 감자를 캐어 밥에다 하나라도 넣어 먹어야 감자농사가 잘된다고 여겼다.

모를 낸 논의 모습

화려한 장미의 멋, 달달한 오디의 맛

6월 초순 강원 산골의 집 주변에는 연분홍색 메꽃과 하얀 토끼풀 꽃, 노란 고들빼기 꽃, 그리고 하고초 등이 순수한 자연미를 발산한다. 또한 집 정원에는 희고 노랗고 붉고 검은 갖가지 색의 장미꽃이 만개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녀린 달래 또한 이 때 꽃을 피운다. 가느다란 줄기 맨 꼭대기에 둥그런 꽃 뭉치를 피워놓고서는 심술궂은 바람에도 꼿꼿하게 버텨낸다. 그래서 그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인다.

6월의 자연 먹거리 가운데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단연 으뜸이다. 오디는 처음 녹색으로 시작해 빨갛게 변한 다음 검게 익는다. 검게 익은 오디의 맛은 달달하면서도 은은하다. 하지만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처럼 자연의 선물 또한 그 시기가 정해져있다. 오디 수확기도 보름가량으로 그리 길지 않다. 비를 맞으면 단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힘은 들어도 햇볕이 쨍쨍한 날에 수확하는 것이 맛좋은 오디를 얻는 요령이다.

옥수수밭

뽕나무는 인간에게 자신의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대표적인 효자나무다. 뽕나무 잎은 쌈과 나물, 장아찌, 그리고 차의 재료로 쓰인다. 나뭇가지 역시 새순이 돋아나기 직전인 2, 3월에 잘게 잘라 말린 다음 차로 마시면 좋다. 이를 상지차(뽕나무가지차)라 부른다. 뽕나무 뿌리 역시 차 재료 및 약재로 요긴하게 쓰인다.

풀과의 전쟁 시작, 가뭄과 장마 대비

통상 여름 장마는 6월 중하순에 시작되어 7월 중하순에 끝난다. 그래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풀 제거 작업에 나서야 한다. 비 온 뒤에는 풀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렵다. 작물 보살피랴, 풀 제거하랴 이래저래 농부의 마음과 손길은 바빠진다.

밭두둑과 고랑에 검정비닐을 씌운 다음 구멍을 뚫어 작물을 심은 경우, 그 구멍 사이로 작물과 함께 온갖 풀들이 키 재기 경쟁을 한다. 그대로 내버려두면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에 이런 풀들은 뽑아준다. 이때를 놓쳐 비가 온 뒤 훌쩍 커버린 풀들은 예초기로 베어준다.

6월의 전원생활은 풀과의 전쟁과 함께 더위와 장마에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특히 무더위가 심해지기 전에 실내로 들어오는 햇볕을 차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겨울에는 햇볕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여름에는 이를 최대한 차단해야 시원한 집이 유지된다. 필자가 살고 있는 강원 산간지역도 이미 5월 하순 한낮 기온이 34에 이르기도 했다.

창문 바깥쪽에 차양을 만들어주면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실내에 블라인드만 설치해도 큰 효과가 있다. 특히 낮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에 햇볕이 많이 들어오는 남서향과 서향 창문은 철저하게 차광하는 게 좋다. 창고에 잠자고 있는 선풍기도 이 때 꺼내온다. 

뽕나무와 오디

뱀 말벌 등 여름 불청객 ‘경계경보’

전원생활을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다간 큰코다친다. 뱀 말벌 쥐 모기 고라니 멧돼지 등 전원생활의 불청객들이 수시로 출몰한다. 특히 6월에 들어서면 뱀과 말벌의 활동이 왕성해진다. 말벌은 집과 비닐하우스, 창고 구석구석에 자신들의 집을 짓는다.

강원도 홍천산골에 사는 필자 가족은 해마다 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실제 지난 2011년에는 살모사가 집 뒷마당에 나타났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아예 집 외벽 주변까지 출몰하더니, 2013년에는 급기야 데크 위와 계단 아래까지 침입했다. 10여 차례 출몰한 뱀 가운데는 최강의 맹독사인 까치살모사도 있었다.

여름과 가을, 휴가나 관광차 시골에 온 도시인들은 강변이나 계곡을 다닐 때 특히 뱀을 조심해야 한다. 자칫 독사에 물리기라도 하면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낮에 밭에서 일을 하거나 어두운 밤길을 다닐 때에는 반드시 등산화나 장화를 착용하도록 한다.

뱀은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시멘트 등 포장도로에도 자주 나타난다. 물론 사람 인기척이 나면 대개 뱀들이 먼저 피하지만, 행여 보지 못하고 발로 밟게 되면 뱀이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덤벼들 수 있다. 실제로 시골에선 뱀에 물리는 사고가 간혹 발생하기도 한다. 

감자밭

첫 수확의 기쁨, 흙과 농사에 대한 생각

6월 하순이 되면 밭에 심은 오이와 고추, 상추, 감자 등을 수확하기에 자연스레 먹거리도 여름밥상으로 바뀐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수확한 채소류 등을 밥상에 올려놓고 고추장, 된장에 찍어 먹으면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첫 수확을 하면서 다시금 흙과 농사에 대해 생각해본다. 살아있는 흙은 모든 생명력의 원천이다. 살아있는 땅의 힘은 실로 놀랍다. 인체에 해로운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은 알아서 그 소산물을 알맞게 공급해 주는데, 조급하고 욕심 많은 우리 인간이 더 빨리, 더 많이 수확하려고 하는데서 문제가 생겼다. 과다한 농약과 화학비료 살포로 인해 생산물은 더 많이 얻었지만 그 대가로 땅은 죽어가고 있다는 게 친환경 농업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간과 흙과의 공생은 땅을 수탈(?)의 대상으로 여기는 한 결코 가능하지 않다. 전원생활 5년차인 필자가 지금껏 지켜본 바로는, 땅에서 작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빼앗는 농업이 만연해있다. 흙과 인간의 공생은 자연 앞에 우리를 낮출 때 비로소 가능하다. 천연계의 바탕인 땅에는 생명 기운이 있고, 그 기운을 깨닫게 되면 자연의 이치 또한 바로 이해된다. 우리의 욕심에 의해 죽어가는 땅을 살리는 게 곧 우리가 사는 길이다. 땅을 살리는 농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매일 밤하늘의 별을 보는 즐거움

전원생활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청정한 자연환경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농사 등 생업에 쫒기다 보면 정작 이런 자연과의 소통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감성은 무디어 지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조차 뜸해진다. 필자 역시 그랬다.

그런데 정말 운 좋게도 2013년 3월부터 필자는 다시 달과 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마을에 있는 한 작은 초등학교로 매일 밤 출근 아닌 출근(?)을 하기 때문이다(필자는 방과 후 수업이 끝난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는 일을 맡고 있다).

평일 오후 8시 직전 집을 나서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밤하늘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달과 별이 머리 위에서 반짝거린다. 이 때 만큼은 필자도 별이 되고 싶다. 학교에 도착해서 아이들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일을 마치고 도착한 집 앞마당에서 또다시 별을 바라본다.

이렇게 시작된 밤별과의 데이트가 1년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애초 대가보다는 봉사의 마음으로 시작한 이 일은 이제 필자의 전원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다. 왜냐하면 동심, 순수로의 회복을 맛보게 해주는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기 때문이다.

전원에서의 건강관리와 볶은 곡식

필자 가족은 아내가 직접 만든 볶은 곡식을 즐겨 먹는다. 볶은 곡식은 옥수수 현미 보리 콩 수수 등 6~7가지의 곡식을 쪄서 말린 다음 그걸 다시 볶아서 만든다. 이를 먹으면 위장이 편안하고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건강식으로 볶은 곡식을 적극 추천하는 이들은 “사람의 소화기관은 육식동물, 초식동물과는 달리 곡류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다”며, “치아 형태도 그렇고, 혀 또한 곡류를 잘 씹어 우러나오는 맛을 즐기도록 구조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곡식의 껍질인 섬유질 속에는 비타민 미네랄 등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통곡류를 먹으라고 권한다. 하지만 인체에는 섬유질 소화액이 없기 때문에 통곡류 껍질 속에 있는 필요 영양소를 녹여내 흡수해야만 한다. 생식 아닌 볶은 곡식을 먹는 이유다.

통곡류를 찌고 말려서 볶을 때 겉껍질 부분인 섬유질이 노릇노릇하게 타서 숯이 된다. 이 숯의 10%는 잿물(K₂CO₃)인데, 이 잿물이 곡식의 껍질 속에 있는 영양소를 녹여내 인체에 흡수되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필자는 오랜 기간 생체실험(?)을 통해 볶은 곡식의 효능을 직접 몸으로 확인하고 있다.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만병통치식(食)이다.

전원칼럼리스트 cafe.naver.com/rmnews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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