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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니콜에서 도니버거까지’, 현용욱 대표가 그린 ‘그린 스토리…’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감싸는 동시에 드러나 보이게 하는 것’. 바로 포장이다.

요즘 포장의 개념은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 그 자체가 브랜드다. ‘브랜드 패키지디자인’이라고도 부른다. 제품 브랜드의 핵심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브랜딩 디자인까지 더해야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미적감각에 경영능력, 친환경 마인드’도 필요하다.

현용욱(45) 비원씨앤알 대표는 이 세가지를 동시에 갖춘 패키지디자이너이자 경영자다. 그가 펼치는 사업도 다양하다.

비원씨앤알은 현 대표가 1998년에 만든 패키지 디자인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대명사였던 ‘애니콜’은 물론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의 포장재를 만들어오고 있다. 최근엔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수제 햄버거인 ‘도니버거’ 사업도 시작했다.

포장과 햄버거. 얼핏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 대표를 중심에 두면 답이 나온다. 이들 사업을 관통하는 핵심단어가 ‘친환경’임을 짚어내면 금방 고개가 끄덕여 진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패키지디자이너로서 그를 전국구 스타로 만든 건, 바로 ‘친환경 계란 포장재’다. 1990년대만 해도 계란포장재는 대부분 플라스틱이였다. 하지만 현 대표는 2000년 이를 골판지를 활용한 포장재로 바꿨다.

동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유기농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플라스틱 포장을 볼 때마다 ‘계란도 숨을 쉬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란은 살아있는 생명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계란에도 숨구멍이 있습니다. 통풍이 잘 안되는 플라스틱에 담는 자체가 안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죠.”

실제로 담배연기속에 계란을 넣어두고 실험도 했다. 계란이 이를 빨아들여 담배성분이 나왔다.

현 대표는 “포장디자인을 위해서는 제품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에만 의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계란포장디자인’으로 석사논문(한양대)까지 썼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친환경 계란 포장재다. 특허까지 받아 신기술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이 제품의 개발 이후 친환경 계란 포장재는 이제 대중화됐지만 당시엔 생소했다. 좋은 취지에도 관행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에 납품처를 찾지 못해 고생하다가 대구지역 기업인 우방에서 운영하던 에디슨계란을 친환경 포장재로 사용해 대형 할인점인 이마트에 납품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물밀듯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비원씨앤알이 한단계 도약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어찌보면 예전부터 예고된 것인 지도 모른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포장디자인연구소였다. 농민유통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브랜드를 만들어주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 탐스런 빨간 사과문양의 안동사과 박스도 그의 작품이라고 한다. 특히 유기농업협회와 자연농업협회의 일이 많았다. 자연스레 유기농 등 친환경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삼성전자 휴대폰 포장은 그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 사례다. 현 대표는 2005년 삼성전자 휴대폰 포장의 혁신을 일으킬 패키지를 개발했다. 비결은 ‘지기(紙器)구조’에 있다. 지기구조는 말그대로 종이상자의 구조다. 그 이전에 휴대폰은 상자와 그 안에 구성품을 나누는 플라스틱 트레이(받침대)가 있었다. 현 대표는 박스를 만들고 나면 버려지던 종이를 트레이로 활용하는 안을 생각해냈다. 플라스틱도 안 쓰고, 버려지던 종이까지 활용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이를 삼성전자에 제안했고 바로 받아들여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휴대폰 가격이 50만원을 넘는 데도 포장은 변화가 없었죠. 제품의 가치에 맞게 포장을 바꾸고자 했고 환경까지 함께 고려해 개발하게 됐습니다.”

현 대표는 “마침 삼성전자가 얇아진 슬림폰을 만든 때여서 지기구조의 변화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제품 변화에 맞춰 지기구조를 연구해 혁신을 이끈 것이다. 이를 통해 이후 수백억원의 원가도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친환경적 이미지 구축에 도움을 준 것은 물론이다.

그는 늘 단순함을 추구한다. 환경에도 도움된다는 이유에서다. 화려한 글자와 그래픽도 자제한다. 그는 “많은 내용을 눈으로 보는 것도 공해고 소비자는 피로할 수 있다”며 “최소한으로 제품의 핵심을 잘 전달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현 대표는 삼성전자 휴대폰 포장외에 롯데푸드, 파리바게트, 삼성웰스토리, 이마트 등 국내 유명기업들에 제품 및 선물포장재를 공급하고 있다. 사내에는 지기구조개발연구소를 운영하며 늘 연구한다. 인터뷰차 찾아간 그의 연구소에는 10여명이 넘은 디자이너들이 연구에 여념이 없었다. 이를 통해 획득한 국내외 지적재산권이 지금까지 특허 14건 등 총 90여건에 이른다.


포장의 달인으로 불릴만한 그가 최근엔 햄버거 사업을 시작했다. “좀 동떨어진 사업 아니냐”는 질문에 “오랫동안 생각해 온 ‘바른 먹거리’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바른 먹거리’는 늘 그의 갈증이었다. 아울러 이를 통해 이제는 나만의 브랜드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욕심도 작용했다고 한다. 친분이 있던 개그맨 정형돈 씨와 손을 잡았다. 그래서 이름도 도니버거다. 현 대표는 “사실 처음엔 돼지 키우는 사업을 해볼까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로 건강한 먹거리를 한번 재창조하는 생각에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도니버거는 유기농 밀가루와 국산 생감자를 활용한다. 도니버거의 프리미엄라인 수제 버거들은 모든 제조 공정이 매장에서 이뤄진다. 햄버거 번(빵)은 100%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 매장에서 반죽, 발효를 거쳐 만든다. 햄버거 번 중간에 들어가는 소고기 패티는 100% 호주산 청정우 목등심을 이용한다. 조리과정에서의 위생관리도 엄격하다.

“욕심 같아선 야채농장과 소목장도 직접 운영하며 모든 재료를 그대로 받아 쓰고 싶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어렵습니다.”

그는 정직하게 패티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불고기나 닭다리살 등을 갈지 않고 통째로 넣는다. 그대로 패티를 넣는 것은 평소 패티에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 지 의구심을 품는 소비자들에게 있는대로 보여줘 믿음을 주자는 생각이 담겼다.

아울러 패키지디자인을 십분 활용, 들고 갈 때도 햄버거가 뭉개지지 않도록 종이상자에 담아준다. 상자 비용은 더 들지만 소비자를 생각한 세심한 배려다. “필요한 곳에는 투자를 하는 게 맞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현 대표는 “사실 개인적인 오랜 꿈은 한국산 친환경 사료를 먹인 소를 키워 국민들이 맛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과 ‘바른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휴대폰 포장과 도니버거의 스토리로 만들어내고 있는 그가 과연 어떤 또다른 ‘그린 스토리(Green story)’를 들고 나타날지 사뭇 기대된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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