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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은 간데 없고, 교실엔 옷들만…이영은의 회화 ‘시험'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학생들은 간데 없고, 그들이 입고 있던 교복만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책상에 놓인 시험지를 보니 수학능력시험이 한창인 듯하다. 아니 수능 모의고사일 수도 있겠다.

‘인간의 부재’를 보여주는 이 그림은 젊은 화가 이영은의 작품 ‘시험‘이다. 작가는 23일부터 서울 삼청로 7길 갤러리도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에는 이영은이 지난 2012년 그린 ‘시험’을 비롯해, 최근 제작한 다양한 신작 회화들이 출품된다. 

이영은 ‘시험’. 91×91cm, 캔버스에 아크릴물감및 유채물감. 2012. [사진제공=갤러리도스]

‘시험’은 작가가 2년 전 그린 그림이지만, 여객선 침몰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고교생들이 세상을 떴거나 실종상태에 있는 참담한 상황에 발표돼 주목된다.

작가는 최근 몇년째 사람의 몸을 치장해주는 ‘의복’에 주목하고 있다. 인간 신체와 이를 감싸주는 옷의 상관관계를 성찰해온 그는 “만약 인간이 사라진채 의복만 남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곤 속이 텅 빈 옷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거리가 잔뜩 쌓인 컴퓨터 앞에 쓰러져 잠든 옷, 만화책을 읽다가 드러누운 옷, 비스듬히 앉아 스크린 속 영화에 주목하는 옷 등은 현대인의 빡빡한 일상과 저마다의 습성을 유추하게 만든다.

이영은은 작가노트에서 “우리는 사적인 공간에서만 지낼 수 없기에 외부와 소통하며 모습을 만들어간다. 공간과 환경은 하나의 매뉴얼이 되어 ‘나’를 다룬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최소한의 자아를 지키면서도 공개해도 괜찮을만한 어떠한 ‘표시’를 한다. 그 표시는 누군가에게는 내면의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고, 나를 방어해주기도 하며, 행동을 규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영은 ‘breaktime’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 90×60cm 2014 [사진제공=갤러리도스]

그의 회화 ‘시험’에선 같은 교복, 같은 시험지, 같은 책상들이 철저히 개인을 단체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조금씩 서로 다른 포즈, 다른 이름표, 다른 습관 등은 똑같음 속에서도 ‘최소한의 개체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그 최소한의 자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영은의 작품은 오는 29일까지 ‘Pinktie’라는 타이틀로 계속되는 개인전에서 감상할 수 있다. 02)737-467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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