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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 좋은 시절‘, 상처와 분노의 시대를 치유하는 힘

  • 기사입력 2014-04-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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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아이들은 어른들을 믿을 수 없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허술한 시스템에 어른들의 양심부족까지 더해진 재난 사고가 반복되고 있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볼 낯이 없다.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나. 불신과 상처와 분노의 시대에 과거를 ‘참 좋은 시절‘로 그리는 드라마가 있다. 강동석(이서진)이 검사가 돼 15년만에 돌아간 그 고향은 사실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징글징글한 곳이다. 난봉꾼 아버지가 남겨놓은 창피하고, 화도 나는 가족들과 상처만 주고 헤어졌던 첫사랑 차해원(김희선)이 있는 곳이다.

‘참 좋은 시절’의 배경인 이 작은 지방에도 토호의 비리가 있다. 비리의 몸통 오치수(고인범)는 돈때문에 해원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김희선은 원수를 갚기위해 오치수의 아들 승훈(박주형)을 유혹한다. 해원이 사랑하는 사람은 강동석이지만, 동석이 보는 앞에서도 복수를 위해 승훈을 껴안는 매몰찬 모습까지 보였다. 얼마나 속이 복잡했을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차해원과 강동석의 본격적인 사랑이 시작됐다. 이런 사랑이 달콤할 리 없다. 이경희 작가의 전작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의 주인공처럼 이들의 사랑에도 연민과 음울함, 슬픔 등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김희선은 오치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 아들에게 접근하다 오치수에게 더 강력하고 음흉한 협박을 받게됐다. 오치수는 한순간에 부자에서 빈털털이가 된 김희선 집을 더욱 망하게 할 요량으로 공격해온다. 이 엄청난 현실에 무력감을 느끼고 좌절할 수밖에 없지만, 차해원은 포기하지 않는다. 김희선의 집 재산은 가압류되고, 집밖으로 쫒겨났지만 복수를 포기하지 않는다.

오치수 집을 찾아가 승훈과의 결혼승낙을 부탁하다 물벼락을 맞았던 김희선을 이서진은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김희선을 보호해주는 수호천사는 이서진이지만, 상처와 분노, 이 모든 것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은 강동석의 엄마인 장소심(윤여정)이다.

과거 김희선 집의 식모로 일했던 장소심은 해원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며 “아즉도 이러키 손이 차네유. 우리 애기씨는....어릴 적이 내가 좋다는 약은 그러키 해 먹였는디두...그게 암 소용이 없었나 봐유”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 해원은 물론 시청자의 눈시울까지 뜨겁게 만들었다.


‘참 좋은 시절’은 김희선-이서진의 멜로에 복수극이 더해진 드라마다. 강동석 검사가 해원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오치수의 과거를 파헤친다. 한 인간의 상처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강동석의 사랑은 뻔한 신파적 멜로를 색다르게 보이게 한다. 동석은 해원에게 “고작 이런 걸 복수의 계획이라고 세워놓고 너를 다 걸고, 니 인생을 지옥으로 던졌던 거야? 이 등신아!”라며 답답함을 표하지만 속으로는 해원의 복수를 무한 지지하고 배려한다.

하지만 드라마속 등장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나름의 상처와 분노, 결핍, 불합리, 찌질함 등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건 ‘바보 천사‘ 엄마 장소심이다. 강동석이 돌아온 고향을 ‘참 좋았던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건 장소심이다. 물벼락 맞은 김희선의 손을 잡아주는 윤여정을 보자 눈물이 왈칵 났다는 시청자들도 있을 정도다.

천하의 난봉꾼 남편은 죽고 없는 가정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보존하고 누워 똥오줌을 받아내야 하는 시아버지(오현경)를 모시고, 남편의 첩 하영춘(최화정) 여사와도 사이좋게 함께 산다.

어디 그 뿐인가. 볼 때마다 부채감과 죄책감으로 힘들 7살 지능의 동옥(김지호)과 주먹질로 밥 벌어먹고 살아가는 첩 소생 동희(옥택연), 무리수인줄 알면서도 동희의 앞날을 위해 그의 쌍둥이 아이들인 동주와 동원이까지도 자식이라고 말하며 기르고 있었다.

‘참 좋은 시절’은 윤여정이라는 바보천사가 있기에 제각각인 등장인물들을 포용하고 치유할 수 있다. 평생을 내 자식이나 쌍둥이 시동생이나 남의 자식이나 매한가지 아픈 손가락으로 키워냈다. 세상에는 별의 별 일이 다 생기지만 윤여정이라는 엄마만 있으면 된다. 장소심은 모든 걸을 힐링으로 녹여낸다. 그러니 윤여정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우리는 계속 장소심 같은 엄마만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서병기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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