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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객전도의 아름다움, 스토리의 틀을 깬 연극들 눈길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실이나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고전을 비틀어 새로운 시각으로 전달하는 연극들이 연이어 개막했다. 연극 ‘바후차라마타’, ‘메피스토’, ‘노래하는 샤일록’은 성소수자, 악마, 이교도에 관한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性은 두가지로만 구분되는가…바후차라마타=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름이나 사는 곳을 물어보지만 성별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는다. 여자 혹은 남자처럼 보이는 그대로가 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회원가입 시 성별을 적는 칸에도 선택 사항은 남자, 여자 두개 뿐이다.


연극 ‘바후차라마타’는 배요섭 연출이 관객들에게 “본인이 남자라고 생각하세요, 여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고 대답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군대에 간 트랜스젠터, 호르몬 이상으로 남자처럼 털이 나는 여자, 남자와 여자의 특징을 모두 갖고 태어난 간성(intersex) 매춘부 등의 사례를 한국 배우 6명과 인도 배우 4명이 각각 들려준다.

이 연극을 만든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2011년부터 4년간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등 30~40명을 만나 실제 그들의 이야기를 무대로 옮겼다. 

2부에서는 관객들이 무대로 내려와 여러가지 색깔의 방석 위에 앉아 배우들의 연기를 눈앞에서 바라본다. 이후 토크 콘서트처럼 배우들과 관객들이 연극의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극중 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세상에는 남자, 여자 외에 여자 같은 남자, 남자 같은 여자, 자신을 남자라고 생각하는 여자,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 같은 남자,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 같은 여자 등 수많은 경우가 있다. 이들을 모두 남자와 여자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지, 나 자신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등을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제목인 바후차라마타는 인도 대륙에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히즈라’가 섬기는 신에서 따왔다. 오는 20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누가 악마를 불러냈나…메피스토=연극 ‘메피스토’는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가 아닌 악마 메피스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극중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를 유혹해 그를 비극으로 몰아넣지만 신은 파우스트를 구원한다.

그러자 메피스토는 신에게 “내가 그에게 달라붙었습니까, 아니면 그가 나를 불러들였습니까”라고 묻는다. 악한 일을 저질러 놓고 악마의 탓으로 돌리는 인간들에게 악마를 불러들인 것은 욕망에 사로잡힌 자기 자신이 아니냐는 물음을 던진 것이다.

보통 파우스트를 다룬 연극에서 남자배우가 메피스토를 맡아온 것과 달리 이 연극에서는 여배우인 전미도가 연기한다. 전미도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목소리를 내며 집요하게 파우스트를 유혹한다. 

배우 정동환은 평생 세상의 진리를 알기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해 좌절하는 늙은 파우스트와 젊음을 되찾은 뒤 소녀 그레첸과 사랑에 빠져 행복해하지만 결국 후회하는 젊은 파우스트를 넘나들며 관록의 연기를 보여준다.

연극계에서 ‘핫’한 콤비로 꼽히는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의 작품으로 오는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샤일록은 악덕한가…노래하는 샤일록=재일교포인 정의신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샤일록에 초점을 맞춰 재해석했다. 원작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로 묘사된 샤일록은 연극 ‘노래하는 샤일록’에서 이교도라는 이유로 핍박받고, 전재산과 딸을 잃은 불쌍한 가장으로 그려진다.

기독교인인 안토니오는 유대인인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는 순간까지 침을 뱉고 욕을 한다. 샤일록의 딸 제시카는 안토니오의 친구 로렌조의 유혹에 넘어가 샤일록의 재산을 훔쳐 달아나지만 로렌조의 배신으로 충격을 받아 미치광이가 된다.

이 연극은 샤일록이 왜 안토니오에게 그토록 복수심을 품고 빌려준 돈 대신 살 1파운드를 받겠다고 했는지를 설명하고,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살을 요구해놓고 후회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면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희곡답게 전반부에는 안토니오의 친구들과 귀족 포샤의 하녀들이 떠들썩한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안토니오와 베니스에서 추방당해 예루살렘으로 떠나는 샤일록의 모습이 쓸쓸하게 그려진다. 오는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예술의전당, 국립극단]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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