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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김현중, '꽃미남' 벗고 '배우'를 입다
김현중은 2005년 데뷔한 아이돌그룹 더블에스오공일(SS501)의 리더였다. 곱상한 외모로 금세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음악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예능 방송을 통해서도 독특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룹 활동을 하며 드라마도 몇 편이나 했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결정적인 작품 '꽃보다 남자', 그리고 '꽃미남'의 이미지를 굳건히 한 '장난스런 KISS'까지. 하지만 약 4년 뒤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대중 앞에 섰다.

한쪽 눈을 살짝 가리는 긴 헤어스타일은 이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짧아졌고, 하얀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곱상한 모습은 온 데 간 데, 얼굴엔 온통 상처와 피투성이다. 그렇게 김현중은 KBS2 '감격시대:투신의 탄생'(이하 감격시대)의 신정태로 탈바꿈했다.

최근 종영된 '감격시대'에서 그는 스피드와 날렵함이 주특기인 '치열한 파이터' 신정태로 열연을 펼쳤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도 올랐고, 김현중을 향한 호평 역시 이어졌다.

김현중은 방영 전 '꽃미남 이미지 탈피'라는 목표를 이뤄냈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로 떠올랐다.


◆ 김현중, 신정태가 되기까지

'감격시대'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와 국내를 배경으로 한중일 '낭만주먹'들이 펼쳐내는 사랑과 의리, 우정을 그려낸다는 설명처럼 '남자들의 싸움'이 중심이다.

김현중 역시 첫 액션 연기를 별 탈 없이 잘해냈다.

"액션 연기는 처음이었지만, 저와 잘 맞더라고요. 현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무술 감독님이 다양한 무술을 알려주셔서 시청자들에게도 화려한 기술을 보여드린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회를 거듭하며 하다 보니까, '액션에도 감정이 있다'는 말을 알겠더라고요. 그 말을 새기며 강약 조절을 하다 보니, 보는 분들에게도 액션에 감정이 전해졌던 것 같아요"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신정태'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끝나는 순간까지 애썼다.

"'꽃미남' 이미지 탈피라기보다, 캐릭터에 현실감을 주기 위해 분장도 검게 하고 머리카락도 짧게, 상처와 피분장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갔어요. 기존의 김현중이라면, 신정태에 몰입하기 힘드셨을 텐데 과거 이미지를 없애고 조선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손톱도 길러서 때도 묻도록 놔뒀고요.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던 것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분장하면, 연기하기 편하죠"

김현중의 노력은 통했고, 시청자들은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정작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

"호평과 악평을 떠나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습니다. 호평을 받았다고 해서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요. 그저 '신정태'라는 캐릭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어요. 진짜 그가 되기 위해, 연기를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평가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호평은 듣다 보면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마음이 들뜨면 대사 톤도 뜨고 평점심을 잃게 될 것 같아 최대한 가라앉은 상태에서 캐릭터 연구에만 몰입했어요"

"신정태는 어떻게 걸을까, 밥은 또 어떻게 먹을까 등등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미지트레이닝 했어요. 신정태뿐만 아니라 옥련, 가야와의 생활 그리고 어렸을 때 일어난 일들을 가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 김현중, 신정태를 벗어나다

몰입에 열중한 만큼 '신정태'에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김현중.

"어제 대본이 나오는 날이었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늘 침대에서 대본을 읽었는데 딱히 할 게 없다고 해야 할까요?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벽 3시에 가야(임수향 분)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대본을 읽고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다 비슷하구나 싶었어요"

곱씹고 되돌아보면 아쉬움도 남지만, 그 역시 특유의 긍정적인 성향으로 이겨낸다.

"물론 아쉬움이 남죠. 하지만 보완해서 다음 작품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는 생각이에요.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요?"

무엇보다 선배 연기자들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고, 깨달았다. 작품 하나를 끝내고 얻은 것이 참 많다.

"모든 배우가 존경스러웠어요. 최일화 선생님 등은 밤샘 촬영이 이어지고, 출연료 미지급 사태로 촬영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져도 24시간 대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지켜내시는 걸 봤습니다. 시간과의 싸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는구나라고 깨달으며 많이 배웠어요. 화를 내면 자신의 캐릭터와 동시에 무너지게 되니까, 드라마를 위해서 재정비 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감격시대'라는 드라마가 풍파가 많았음에도 안정되고 차분하게 호흡을 끌어갈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위해, 캐릭터로 살아간다는 느낌도 '감격시대'를 통해 처음 느꼈다. 연기자로 한 단계 성숙했다.

"사실 작가는 전체 뿌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지, 캐릭터에 대한 진짜 생각을 표현하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내 캐릭터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사랑해야 하고, 변해야 하며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오롯이 저의 몫이라는 걸 생각하게 됐고, 경험도 했습니다"

가수 출신 연기자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연기에 대한 고민과 부담 등도 서서히 내려놓고 있다.

"발성, 발음이 좋다는 말보다 '쟤는 왠지 진짜 같아'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발성, 발음이 좋지 않아도 진짜 연기라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확한 호흡, 발음이 감동을 전하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 마음을 움직이는 건 살아 있는 연기가 아닐까요? 연기학원에서 연필 물고 발성, 호흡, 발음을 배웠지만, 물론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낀 것은 촬영장에 얼마나 적응을 하고 가상세계를 믿느냐를 느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김현중에게 배우의 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공간에 녹아들게, 잡생이 없고 완벽하게 몰입된 상태에서 대사는 글을 읊는 것일 뿐이죠. 이번 작품에서는 그렇게 한 것 같아요"


◆ 김현중, 김현중으로 돌아오다

'감격시대'를 잘 마무리 지은 김현중의 다음 작품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은 만큼 욕심이 나는 것이 당연할 터. 하지만 그는 달랐다.

"아직 다음 작품, 캐릭터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한 건 없어요. 늘 하고 싶었던 것은 '신정태'와 같은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였는데, 도전을 끝내고 나니 당분간은 좀 쉬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작품에 욕심이 나지만, 김현중으로 완전히 돌아온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돌아온 뒤 맑은 정신으로 다음 작품을 찾아보려고요. 지금은 무엇을 읽어도 슬프게 느껴지니까(웃음)"

'감격시대'를 통해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들뜬 마음으로 섣불리 선택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지만, 아직 시나리오 보는 눈은 없는 것 같아요. '영화 연기는 달라요?'라고 주위에 물어도 보지만(웃음) 기회가 온다면 영화 역시 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 주인공을 하기에는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것부터 하고 싶어요"

김현중은 '꽃미남' 이미지를 탈피했다. '배우'의 옷을 입은 그의 다음 행보, 나아가 '김현중'이라는 인물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자극적이지 않고, 튀지 않게 살고 싶어요. 세고 강한 이미지 없이 김현중을 떠올려도 확고한 이미지가 없이 그저 작품, 혹은 곡 속에 녹아든 '김현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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