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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 박종구>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자
민간기업 女임원 비율 2% 고작
출산 · 육아에 ‘경단녀’ 인력 손실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위해
일 · 가정 양립시스템 구축 시급


‘메리 바라’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GM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 취임 2개월 만에 자동차 점화장치와 측면 에어백 결함 문제로 300만대를 리콜하고 회사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보수적인 은행업계에서 여성 최초로 행장 자리에 올라 새로운 은행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단단한 유리천장이 서서히 깨지는 긍정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졌다.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 기준으로 54.9%에 머물러 OECD 평균 61.8%보다 상당히 낮다. LG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 여성의 고용률은 60.5%로 OECD 평균 79.3%에 훨씬 못 미친다.

이에 따라 고용기회 상실로 인한 대졸 여성의 잠재 소득손실이 2012년 3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결혼·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로 30대에 고용시장을 떠났다가 40대 이후 다시 복귀하는 전통적인 M자형 커브를 보여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시정연설에서 “여성이 성공해야 미국이 성공한다”며 여성의 적극적 경제활동을 강조했다. 저활용되고 있는 여성의 능력과 기회를 극대화할 때 미국 경제의 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 미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비율은 약 16% 선이다. 여성 임원이 하나도 없는 기업이 36%에 달한다. 포천 500대 기업의 10% 정도는 여성 임원이 전혀 없다. 500대 기업에서는 매년 평균 16명 내외의 여성만이 이사회에 선임되는 실정이다. 최고경영자(CE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여성을 단 한 명도 쓰지 않는 기업도 17개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현실은 더욱 씁쓸하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비율은 2%, 8.4%다. 여성 임금은 남성의 평균 68% 수준에 불과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여성 임원 등 유능한 여성 관리자를 키우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은 2020년 여성 임원비율 10%를 목표로 설정하고 여성인력 지위 향상, 성차별 시정, 역량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코오롱은 50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사장이 탄생했고 SK도 여성 부사장이 배출되었다. 공공기관의 여성 간부비율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리턴맘’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계속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3%에 그치고 있는 남성의 육아휴직비율도 제고돼야 한다. 부모 육아휴직 의무화 이후 북유럽 국가의 고용률이 크게 늘어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노르웨이는 1993년 육아휴직 아버지 할당제를 도입했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해 여성의 직장 복귀를 적극 돕고 있다. 노르웨이가 2012년 세계 최고 수준인 79.9%의 고용률을 기록한 것은 이러한 지원의 산물이다.

시간제 근로, 시차 출퇴근 등 적극적 유연근로제도 운영이 시급하다.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12.5%로 스웨덴 80%, 독일 79%, 영국 75%에 비해 훨씬 낮다. 시차 출퇴근제도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 경단여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적정 소득 외에 유연한 근무시간이 재취업 시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한다. 양질의 어린이집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1년으로 되어 있는 여성 휴직기간을 점진적으로 서구 수준인 2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할당제도 중장기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다. 여성은 우리 경제의 미래 신성장동력이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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