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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실을 감추려는 섬뜩한 시도…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어떤 사람들은 부끄러운 기억을 회피하는데서 더 나아가 조작까지 한다. 그리고 이것을 진실이라고 믿어버린다. 이처럼 조작된 사실을 남들도 진실이라고 믿게 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식을 사용할 때 불행이 잉태된다.

연극 ‘굴레방다리의 소극’은 남동생을 죽인 아버지가 사실과 다른 연극을 꾸며낸 뒤, 두 아들과 매일 연기를 하면서 이를 진짜라고 믿게 만들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서울 아현동의 한 연립주택 반지하방에 사는 아버지 대식은 폐쇄된 집안에서 아들 한철과 두철을 데리고 매일 똑같은 연극 연습을 반복한다.

극중극인 연극의 내용은 이들 부자가 서울에 오기전 연변에서 일어난 할머니의 죽음과 유산을 둘러싼 대식과 동생 대환 내외의 갈등이다. 페인트공이었던 대식이 일하는 주인집 애란과 그녀의 동생인 헌구, 애란의 남편인 용길도 조연으로 등장한다.

어느날 두철이 마트에 갔다가 연극 속에 등장하는 닭볶음 재료 대신 다른 사람이 산 물건 봉지를 들고 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달이 난다. 마트에서 일하는 베트남처녀 김리가 바뀐 물건 봉지를 갖다주러 삼부자의 집에 찾아온 것을 계기로 그간 감춰줬던 진실이 드러난다.

대식은 “우리는 이 연극을 통해 우리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고 말하지만, 두철은 “이 연극에는 진실이 하나도 없슴다”라고 맞선다.

한철과 두철이 대환 내외, 애란, 헌구, 용길 등을 번갈아 연기한다. 이들은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대사, 촌스러운 분장 소품 등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고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대식의 광기어린 연기가 압권이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작품으로 오는 30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한다. 지난 2008년과 2011년 공연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 ‘원스’의 작가 앤다 월쉬가 쓴 ‘월워스의 소극’이 원작이다. ‘월워스의 소극’은 2007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퍼스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원작 속 아일랜드를 연변으로, 월워스라는 마을을 아현동 굴레방으로 옮겨왔다.

임도완 연출은 연출의도에서 “기억 속의 진실은 스스로에게 객관적일 수 없고 그것을 스스로 규명하는 것 또한 각자가 아름답게 기억하고자 선택한 하나의 허상”이라며 “이 희한한 소극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우리의 부조리한 뇌와 더 크게는 온갖 것이 조작 가능한 이 사회”라고 밝혔다.

ssj@heraldcorp.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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