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극장 편’은 1962년 드라마센타가 개관한 이래 이 극장에서 만들어진 연극과 사건들, 사람들의 자취, 1960년대 이후 남산 일대에서 일어난 사회적 사건 등을 극장 ‘안’으로 갖고 들어온다. 이를 통해 우리 현대사와 이 극장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극장이라는 공간이 사회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 곳인지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생각해본다.
정통 연극 양식을 벗어나 아카이빙과 인터뷰, 다큐멘터리와 토론 양식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이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연출, 스태프, 배우들이 공동 창작하는 ‘연극의 연습-인물 편’ ‘서울 연습-모델, 하우스’에 이은 세번째 시리즈이다.
이번 공연은 독특한 구조를 지닌 드라마센터 극장의 빈 무대를 완전히 노출해 무대과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공연 전 남산 일대를 투어하는 사전프로그램 ‘유령산책’을 진행하기도 한다.
1962년 남산 케이블카의 운행이 시작되면서 남산은 명동으로부터 이어지는 젊은이들의 데이트 명소로 떠올랐다. 하지만 1960년대에는 중앙정보부, 1970년대에는 안기부 본관이 설치돼 많은 이들이 사라졌던 곳이다.
당시 남산에 끌려간다는 것은 곧 간첩으로 낙인찍혀 죽음의 문턱까지 간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충무로에서 이어지는 남산 자락에서 30년 넘게 구멍가게를 운영해온 한 주인은 안기부가 있었던 당시 남산 쪽으로는 창문도 안 텄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한편 1962년은 한국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드라마센터가 건립된 해이기도 하다. 드라마센터는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동랑 유치진 선생이 연극 전용 극장의 꿈을 품고, 한국 정부가 제공한 남산 중턱의 옛 과학관 부지에 록펠러재단의 후원을 받아 건립한 극장이다. 이후 1970~80년대 한국 연극의 중흥기를 이끌며 우리 연극사의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남산예술센터는 “연극적 상상력을 보탠다면, 한 동네 어느 쪽 극장 안에서 연극의 리허설과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근처의 다른 한 곳에서는 고문과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조작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을 것”이라며 “시간과 기억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시대의 시선을 서로 교차시키면서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사유를 넓혀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연은 극장 밖에서부터 시작돼 극장 내부로 들어간다. 공연 한시간 전 극장 앞마당에서는 ‘유령산책’이라는 남산투어가 시작된다. 투어를 이끄는 배우는 마치 미술관의 도슨트(안내인)처럼 극장 주변 장소들(소방재난본부, 주자 파출소터 등)로 관객을 안내한다. 극장 밖 곳곳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만나게 된다. 역사의 흔적이 새겨진 이 길을 산책하며 관객들은 얼굴을 가리고 끌려와 고문을 당한 유령을 만날 수도 있고, 극장의 주변을 떠도는 연극의 유령과 마주할 수도 있다.
산책이 끝난 뒤 들어간 극장에서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무대 위에서 연극을 ‘연습’하고 있다. 무대에는 극장의 장치가 완전히 드러나 있고, 무대 전환 또한 감춰지지 않은 채 진행된다.
스태프들은 다음 장면에 쓰일 카펫, 마이크 등을 설치하고, 조명 배튼이 내려와 배우가 직접 조명을 해체하기도 하는 등 극장과 연극의 속살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한편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극장 편’을 시작으로 바후차라마타’(4월5일~20일), ‘푸르른 날에’(4월26일~6월8일), ‘즐거운 복희’(8월26일~9월21일), ‘투명인간’(9월30일~10월19일),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11월4일~30일)등 6편의 창작극을 드라마센터 무대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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