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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만성적자 서울 지하철, 해외사례가 답
서울시정 주요분야 맥킨지 컨설팅 공개보고회
역사내 유명 브랜드 입점 확대
지하아케이드로 임대수익 극대화

SH공사 도시재생 공기업 재편
주거복지 ·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무임승차 등 핵심문제 해법없이
상업성만 부각 공공성 훼손우려


편의점, 화장품판매점이 대부분인 서울 지하철 상가에 유명 브랜드 점포가 들어오고, 단순한 이동 공간이었던 지하철 역사는 지하 아케이드로 탈바꿈한다. 25년간 임대주택공급사업에 치중해온 SH공사는 ‘임대주택관리’와 ‘도시재생’으로 역량을 집중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시정 주요 분야 컨설팅 결과’를 발표하고 공개보고회를 열었다. 컨설팅 대상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SH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연구원 등 시 산하 5개 기관으로, 글로벌컨설팅업체 맥킨지와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3월부터 1여년에 걸쳐 진행했다.

이번 컨설팅은 만성 적자로 빚더미에 앉은 서울 지하철 양 공사와 SH공사의 수익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해외사례를 적용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국내 여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에다 핵심 방안은 없이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또 지나치게 상업적인 요소만 부각해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는 컨설팅 비용으로 20억7000만원을 썼다.

▶지하철 역사에 대규모 상권 유치=서울시는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지하철 역사에 대규모 상업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다. 우선 현재 편의점, 화장품판매점, 잡화점 위주의 점포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유명 브랜드의 입점을 늘리기로 했다.

일본 도쿄메트로의 경우 상가 점포에 스타벅스, 지오다노, 유니클로 등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입점한 반면 서울 지하철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점포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또 지하철 역사를 ‘지하 아케이드’로 개발해 상가 임대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홍콩 지하철인 MTR는 지난 30여년간 역세권과 지하공간을 개발해 전체 매출의 20~30%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맥킨지는 설명했다.

지하철 역명을 돈을 받고 파는 방안도 검토된다. 가령 스페인 마드리드 지하철은 기존 ‘솔 광장’ 역을 ‘보다폰(통신업체)-솔’ 역으로 개명하고, 보다폰 사로부터 3년간 300만유로(약 46억원)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양 지하철 공사의 경영구조도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재무, 인력, 법무, 홍보 등 지원부서의 경우 업무가 중복되는 만큼 공동 운영하고, 차량기지, 관제시스템, 콜센터 등을 통합해 불필요한 인원을 줄이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483명의 인원과 306억원의 재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엘리베이터 설치 등 양 지하철 공사의 공통 투자 사업은 공동 발주를 통해 구매 비용도 연간 50억원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양 지하철 공사가 실행과제를 제대로 이행하면 오는 2020년까지 1조8500억원의 재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SH공사, 도시재생 공기업으로 재편=앞으로 SH공사는 노후화된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시내에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나지가 더 이상 없는데다 도시 노후화는 지속되고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이 비리의 온상이 된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또 임대주택관리사업도 SH공사의 큰 축이 될 전망이다. 현재 SH공사가 입주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시설관리 및 하자보수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주민을 고객으로 인정하고 ‘주거복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맥킨지의 주문이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주거복지서비스 담당 조직을 만들고, 온라인 통합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수리, 청소, 개ㆍ보수 등 전반적인 임대주택단지 관리서비스에 입주민 참여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서울시는 SH공사가 이 같은 실행과제를 이행하면 오는 2018년까지 5139억원의 재정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화점식 해법ㆍ공공성 훼손 우려=전문업체의 컨설팅과 상급기관인 서울시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실행과제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된다. 우선 핵심적인 알맹이가 없는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맥킨지의 실행과제는 단순히 해외사례를 끌어모은데 불과한 것에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근거도 부족하다. 가령 지하철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무임승차’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법은 쏙 빠져있다.

또 수차례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도 활성화되지 않는 ‘을지로 지하상가’나 답보 상태에 있는 ‘사당역 복합환승센터’만 봐도 지하 아케이드 개발이 성공할지 미지수다.

상업성만 지나치게 부각된 점도 문제다. 서울메트로는 현재 지하철 점포의 35%가량을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소상공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유명 브랜드 점포가 대거 입점할 경우 이들 점포는 개점 휴업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아울러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필요한 경영구조 개편 계획을 노동조합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향후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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