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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쌀 관세화 더 미루면 국가와 농민 모두 손해
쌀시장 전면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한국은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상품시장을 개방키로 하면서 쌀은 유예시켰다. 그 대신 1995년부터 10년간 20만t가량을 의무 수입했으며, 2004년 기간을 10년 연장하는 재협상을 통해 수입량을 두 배로 늘렸다. 이마저도 올해 말로 시효가 끝난다. 유예기간을 더 연장하려면 이제 수입물량을 82만t 정도로 대폭 늘려야 한다. 연간 생산량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아니면 적당한 관세를 붙여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그 여부는 올 9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한다.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코앞에 바짝 다가왔다.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일단 개방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사실 그게 합리적이고 국익을 따져봐도 방향이 맞다. 설령 유예기간을 더 연장한다해도 이제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쌀이 남아도는데 지난 20년 동안 3조원에 이르는 돈을 의무 수입에 썼다. 더욱이 수입 재고쌀 보관에도 매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판이다. 그런데도 수입량이 지금보다 두 배 늘어나면 그야말로 처치곤란이다. 게다가 1인당 쌀 소비량은 2001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 쌀 관세화 유예는 결국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관세율을 어느 수준으로 정하느냐는 점이다. 관세율이 높을수록 장벽 효과가 커 좋지만 무작정 높일 수는 없다. 국제시장과 WTO가 납득할 정도가 돼야 한다. 국내 쌀값이 국제가격의 2.5~3배 정도 돼 400% 전후에서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런 정도면 우리 쌀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주요 수출국들이 고관세율을 계속 문제 삼으면 점진적으로 낮춰줘야 한다. 이런 점까지 고려해 적정 수준을 찾아 치밀하게 관세율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농민과 농민단체들의 불안감은 충분히 이해한다. 쌀은 농업소득의 절대 부분을 차지하는 생존 수단이다. 뿐만이 아니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며 역사와 문화를 함께해 온 상징성이 있다. 식량 안보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개방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농민의 77%가 관세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농민들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은 농심을 자극하지 않기 바란다. 쌀 문제가 정치 논리에 휘둘려 수렁에 빠지면 다시는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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