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이터랩] 러 크림반도 점령에 유럽이 떠는 이유?
천연가스 수송관 밸브 잠글수도
에너지 冷戰 비화땐 獨등 직격탄

루블화 약세, 가스 · 유가 상승
달러 결제 러엔 ‘失보다 得’


2009년 1월. 러시아 정부가 돌연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천연가스 수송관 밸브를 잠가버렸다. 우크라이나가 가스 공급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항의한데다, 가스대금까지 장기간 체납하자 이뤄진 보복성 조치였다. 한겨울에 2주나 가스 공급이 차단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물론,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가스를 받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시민들마저 추위에 덜덜 떨어야했다.

유럽 전역에 ‘2009년 트라우마’의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라는 치명적 단점을 해결 못한 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비화된 러시아와 서방 간 ‘에너지 냉전’에서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꼬집었듯이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동한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항의하면서도 ‘대화’를 강조하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푸틴의 눈치를 보며 ‘체면 살리기’에 급급한 모습도 포착됐다.

유럽이 푸틴 앞에서 꼬리를 내리는 것은 러시아산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신(新)냉전이 에너지 냉전으로 비화될 경우 유럽은 직격탄을 맞는다.

러시아는 유럽 전체 천연가스의 약 30%를 공급하고 있다. 그중 거의 절반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 수송관 ‘브라더후드’와 ‘소유즈’를 통해 유럽 전역에 공급된다. 이중 연간 공급량이 1000억평방미터에 달하는 브라더후드 수송관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 서유럽 국가에겐 특히 중요하다.

더불어 러시아는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유럽으로선 부담스럽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2년 러시아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세계 1위다. 원유 생산량도 세계 2위로 전체 공급량의 12.6%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에 불리하게 흘러갈 경우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또다시 가스 공급을 끊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저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가 지난해부터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에 가스대금 15억5000만달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심리적 요인이 원자재 시장에 반영되자 천연가스와 원유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4월물 영국산 천연가스 가격은 직전거래일보다 9.5% 급등하며 열량당 61.7펜스(100만BTU당 1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네덜란드산 가스도 하루새 9.4%나 뛰어오르며 ㎿h당 25.40유로(100만BTU당 10.22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는 2% 뛴 배럴당 110.20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지난해 12월 30일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사태로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러시아에겐 기회다. 서방과의 대치가 길어질수록 유가가 오르는데다 수출대금으로 받는 달러를 루블로 환산하면 액수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모스크바타임즈는 “루블화가 싸지고 유가가 올라가면 러시아에겐 이득”이라며 “연간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러시아는 수출과 세금 등으로 600억루블 이상을 추가로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