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학을 나와 작가로 활동 중인 이들은 많고, 그들이 쏟아내는 작품 또한 많으나 이를 사겠다는 수요(컬렉터)층이 워낙 얇기 때문이다. 미술가연금신탁은 작가들이 맡긴 창작품을 판매해 그 대금으로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작품 판매’가 쉽지 않아 추진조차 안되고 있다.
▶연금신탁, 수요층 얇아 국내선 요원=한국 최대의 미술인단체인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는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미술인의 복지를 위해 연금 및 복지제도를 확립하겠다고 밝히곤 하나 이렇다 할 진척은 없는 상태다. 물론 전업 미술가는 특별한 소속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연금 및 보험을 꼭 필요로 하는 층이다. 하지만 APT 같은 연금신탁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국내 미술시장이 보다 활성화하고, 미술품 수집의 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
▶미술품에 투자했던 아트펀드, 대부분 실패작으로=한편 미술품을 투자목적으로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수익을 분배하는 ‘아트펀드’는 국내에서도 여러 건 시행된 바 있다. 2006~2007년 국내 미술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금융권 및 몇몇 화랑이 앞장서서 아트펀드를 출시했다. 대부분 100억원 또는 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였다. 운용기간은 3년짜리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펀드가 출시된 직후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보유한 미술품 가격이 폭락해 대부분의 아트펀드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투자를 위해 사들인 미술품을 되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데 ‘작품을 사겠다’는 수요가 거의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내리막길로 치닫는 미술품을 떠안겠다는 컬렉터가 있을 리 만무했던 것. 결국 10여건에 이르렀던 국내 아트펀드는 대부분 뼈아픈 시행착오로 막을 내렸다. 아트펀드를 주도적으로 조성했던 몇몇 갤러리는 경영상 큰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도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아 지난 2008년 한국투자증권 및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등과 손잡고, 300억원대의 아트펀드를 조성했다. 그러나 이 역시 청산과정에서 상당액의 손실이 발생해 조 사장이 상당수의 작품을 떠안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국내 아트펀드 중에는 중국 작가 작품과 해외 유명 미술가의 작품을 사들인 펀드가 그나마 손실폭이 적거나, 적자를 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