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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중독법, 논란 속 법안 제정 강행 '파장 예고'
- '4대 중독' 법률 제정 공청회 비공개 개최
- 진술인 및 위원간 의견 분분해 논란 가중
- 법조계 인사, 법안 당위성 놓고 정면 충돌
- 중독에 대한 정의 등 모호 해석 달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월 17일 게임, 도박, 알콜, 마약을 포함한 4대 중독에 대한 예방과 관리를 강화하는 법률 제정을 위한 2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을 포함 경수근 변호사, 박종현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한국예술종합대학교 한국예술학과 이동연 교수,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가 패널로 참가해 법안과 관련돼 심도 깊은 토론이 오갔다.
이날 공청회는 전문가 4인의 개별 진술로 시작된 이후 이어진 의원간 질의 응답 시간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의 진술은 크게 법안 자체의 당위성에 대한 공방과 게임물의 중독법 지정에 대한 논란, 치료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자가 당착에 빠진 진술을 내놓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흉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법안 당위성 놓고 법조계 대립

공청회는 진행 14분만에 파행을 예감케했다. 이번 공청회에서 법률 자문을 담당한 두 명의 법조인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의견을 내놓으며 맞섰다. 양 쪽 법조인들은 치료가 목적이므로 합법이라는 주장과 이미 자유를 구속하고 관련 판촉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앞서 발언한 경수근 변호사는 이번 법안을 두고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법'에 초점을 맞춰 진술했다. 법률의 초점은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와 진단, 관리에 집중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기본법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국민의 기본법을 제한하는 규정이나 개발자 및 사업자 등의 행복추구권을 제한 및 규정하거나, 형벌을 가하는 법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종현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법률안 내부에 규제적인 성격이 포함돼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중독물질 등에 대한 광고 판촉 조항, 법률안 핵심 내용인 중독자에 대한 관리 등이 기본적으로 규제적인 성향이 있다"고 분석하며 "헌법적으로 과잉 규제가 허용되지 않는 현실속에서 규제의 발동 요건(중독에 대한 기준)을 엄정하게 정의해야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면서 개인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기준을 규제 요건로 삼았다"고 견해를 밝혔다.
특히 그는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등 각기 다른 분야를 한 데 묶어 놓음으로서 사회 문화적으로 각기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요소들을 동일하게 다루면서 평등원칙을 무시한 권위적인 법률"이라고 일침을 가해 법안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필요성이 있음을 알렸다.

중독 물질 규정 여부 놓고 혼선
이어진 발언들에 대해서도 혼선은 계속됐다. 워낙 광범위한 법안을 다루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개념을 바탕으로 토론을 하는 모습도 일부 있었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초점이 잡힌 내용으로 게임을 비롯한 문화 콘텐츠가 4대 중독법에 포함된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이 나왔다. 이동연 교수는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는 근거가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중독으로 규정 짓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와 관련 법안에 제시된 인터넷 게임 중독자 수(47만명)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인터넷 게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며 "스마트폰, TV, 영화, 음악 등 미디어에 존재하는 모든 콘텐츠가 중독물질 및 행위로 적용될 수 있다. 법률안 자체가 중독법에서 기준되는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의적인 문화콘텐츠를 전세계 최초로 중독 물질로 규정 짓는다면 게임을 만들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권리와 가치를 모욕하는 행위라고"라며 "굳이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지 않는 법안을 제정하고자 하는 이유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전면 비난했다.
이에 반해 의학 분야 전문가인 이해국 교수는 "세계적으로 통일된 진단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다고 이해하거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해석하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알콜, 마약, 도박, 인터넷 게임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눈앞에 이미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라며 "관련 사업 매출이 수조원대로 성장하는 환경이라면 반대로 그만큼 이용자와 중독자가 많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누구나 인터넷 도박, 콘텐츠 등을 무제한적인 접근이 가능한 인터넷 환경에서 취약한 계층을 위한 대응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것을 이용하면 어떠한 위험이 있고 어떠한 이점이 있는지 어느 정도 이용하는 것이 적당한지 안 다음에 적당한 선택권을 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법안에 찬성하는 이유를 덧붙였다.
반면 그는 "인터넷 게임 자체가 중독을 유발물질로 규정하고 폄훼한다는 내용은 명백한 오류이며 사실무근"이라며 "과도하고 반복적으로 이용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한 법률"이라고 설명하면서 법안을 찬성하는 범위를 명확히 했다.

 

   

비공개회의서도 의견 조율 난항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패널과 심사위원들간의 질의 응답이 주를 이뤘다. 이와 관련 심사에 참가한 패널은 물론 의원들간에도 현재까지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게임'을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를 중독법에 포함시킨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게임을 중독법에서 제외하고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의견이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이라며 "밝힐수는 없지만 한 관계자는 마약을 빼더라도 게임을 뺄 수는 없다는 발언을 할 정도까지 강경했으며, 일부 참가자가 워낙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관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익명을 원한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단어 조차 제대로 확립이 되지 않아 의견을 나누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법안의 타당성은 제쳐 두더라도)사실상 현 상태로는 중독법 제정은 커녕 논의 조차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우며 좀 더 연구와 발전이 거듭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4대 중독법'을 발의한 신의진 의원은 이번 공청회에 대해 "참가자들끼리 많은 내용을 토론하면서 보다 많은 것을 정리할 수 있는 공청회가 된 것 같다"라며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법안 처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안일범 기자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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