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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자는 ‘야한옷’보다 ‘제압이 쉬운 상대’를 노린다.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성적인 매력은 고려하셨나요?”

“얼굴이나 그런 걸 본 게 아니고 느낌상 ‘내가 쉽게 할 수 있을거 같다’ 그런 기준에 맞췄던거 같습니다”(40세ㆍ무직ㆍ강도강간)

“피해자를 선택한 계기가?”

“또 한가지 신기한 게, (중략) 그 분은 되게 미인이셨는 데 제가 (심리적으로)접근이 안되는거에요. (그래서 포기했습니다)”(32세ㆍ공익근무ㆍ강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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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성폭행 범죄가 발생하면 “여자쪽이 ‘야한 옷’을 입은 탓이다”거나 “여자쪽이 행실이 안좋다”며 ‘여성책임론’을 들먹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통념을 뒤집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다. 성폭행범은 ‘야한 옷’이나 ‘매력적으로 하고 다니는 여성’ 보다는 ‘제압하기 쉬운 상대’를 노린다는 것이다. 성 범죄를 차단할 수 있는 유효한 데이터라는 평가다.

24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박형민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등의 ‘연쇄 강력범죄 실태조사:연쇄성폭력편’ 연구보고서는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일상의 통념을 뒤집고 있다.

이는 연구진이 11개 교정기관에 여러 건의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성범죄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22명의 연쇄성폭력 범죄자들을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22명이 저지른 복수의 성범죄 중에는 알고 있던 사람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는 10건이었으며, 모르던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15건으로 더 많았다.

알던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 평소 호감이 있었다거나 매력이 있는 상대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 보다는 ‘술먹고 밤 늦게 같이 있다 보니’, ‘사귀던 사이였는데 거부하길래 강제로 하다 보니’ 같은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모르던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경우 상대방의 외모가 매력적이라거나 야한 옷차림을 보고 성폭행을 했다는 대답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재소자들은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를 골랐다”는 답을 더 많이 했다.

범행 당시 어두운 골목으로 사람이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거나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없을때 만난 여성이었다거나, 제압하기 쉬워 보이는 여성을 보고 따라갔더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거나 문이 열려 있어 침입하기 쉬웠다는 등이 대부분이었다. 또 자기가 돈을 내고 부른 노래방 도우미여서 범행해도 된다는 답도 많았다.

대부분의 경우 얼굴을 확인해본 적도 없다거나 상대방의 나이가 자신보다 많았다는 답을 했으며, 일부 재소자의 경우 ‘오히려 미인을 만나면 접근이 안됐다’는 답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다른 연구들을 보면 국내의 성범죄자들은 피해자를 물색하며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람들 보다는 피해자와 만난 장소(63%)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이동하는 경우도 74%가 같은 읍ㆍ면ㆍ동 안에서, 혹은 3㎞이내의 단거리만 이동했다고 답했다. 매력적이거나 마음에 드는 여성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냥꾼형’이나 ‘밀렵자형’보다는 일상 생활속에서 만나는 상대를 노리는 ‘낚시꾼형’이나 ‘덫사냥꾼형’이 다수라는 뜻이다.

연쇄성범죄자들의 약 70%는 자신의 거주지나 직장부근, 혹은 과거 살았던 친숙한 장소에서 범행을 했으며, 비연쇄성범죄자의 경우 87.5%로 그 비율이 매우 높았다.

특이한 점은 연쇄성범죄자들이 범죄를 통해 ‘성적쾌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 특별한 성적 쾌감 보다는 일탈이 가져다 주는 짜릿함이나 여성을 지배할 수 있다는 권력욕구를 충족시킨 데 따른 쾌감을 느꼈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한 가해자는 “범죄를 할수록 양심의 가책은 커지는 대신 소외감이나 스트레스가 해소되더라”(46ㆍ술집경영, 미성년자 강간)고 표현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는 일반 통념과 다른 데이터가 많았는데, 이를 정책적으로 잘 활용하면 성범죄 예방과 차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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