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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의사의 반란’ 신우섭 원장 “무수한 성인병 고치려면 약 끊고 음식을 바꿔야”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교과서엔 없는 얘기라서 환자들이 두려워하는데, 힘들어도 약을 끊고 식단 개선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해 ‘의사의 반란’이란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으로 의학계의 돌풍을 일으킨 신우섭 오뚝이의원 원장(44ㆍ사진)은 21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선 고혈압, 당뇨 등 대부분의 성인병들은 모두 먹는 것을 고치면서 치유될 수 있는 질환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의예과에 진학한 그는 대학시절 현대의학을 공부하면서 수많은 병들에 따라붙는 ‘원인은 모른다’는 말에 의구심을 품게 됐다고 한다. 이런 고민이 군의관 복무 때까지 이어졌다. 결국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정확한 원인을 설명해줄 수 없다는 점에 회의를 느끼고 가운을 벗고 벤처 사업가로 전향했다.

신 원장은 “본과 3학년 때 본태성(本態性) 질환이라는 용어를 배우게 됐다”며 “본디 체질적 영향 때문에 병이 발생한다는 뜻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얘기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중보건의로 일하면서도 명확한 진단 없이 자꾸 다량의 약만 처방하게 됐는데 결국 의사를 그만둔 이유가 됐다”고 했다.

그후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의료인의 길로 돌아섰고, 대신 연구와 경험을 통해 만병의 원인이 음식에 있고 통증을 포함한 우리 몸의 변화는 스스로를 죽이기보단 살리기 위해 발생된다는 원리를 터득하게 됐다고 한다.

이때부터 약이 아닌 ‘올바른 식사’가 병을 고친다는 확신으로 주사를 놓거나 약을 처방하는 대신 환자들에게 현미ㆍ채식 위주의 식단개선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신 원장의 책상 위에는 환자들이 ‘절약(絶藥) 선언’을 하고 두고 간 약봉지가 수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후 항생제, 스테로이드 같은 것들이 동네 약장사들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며 “그러면서 어디 아프면 병원부터 찾고 약을 받는 문화가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 원장은 식단 개선의 최우선 원칙으로 흰쌀 대신 현미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양면에서 백미보다 월등하기 때문이다. 대신 충분히 씹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큰 효험이 없다고 한다.

소금에 대해서도 생각이 달랐다. 저염식 조리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충분한 소금을 섭취하지 않으면 소화장애와 저혈당증이 발생된다고 말한다. 그는 “사실 음식에서 나트륨 과잉은 대부분 소금보단 화학첨가물에서 온다”며 “다만 정제염이 아닌 천일염, 죽염 등 좋은 소금을 먹어줘야 소화가 잘 되고 혈당도 유지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의 진료철학을 담은 저서 ‘의사의 반란’은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이 선정한 인기도서 ‘톱10(생활ㆍ과학 부문)’에서 5위를 차지했다. 그는 현재 ‘약 없는 임상의사회’ 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다음의 그와의 일문일답.

-의대에 진학해서 왜 중도 포기했나.

▶본과 3학년 때 임상의학을 통해 내과, 소아과 등을 배워나가기 시작하면서 수두룩한 병명을 듣게 됐다. 근데 고혈압에 대해 진단할 때 본태성 질환이라는 걸 듣게 됐다. 본디 체질적 영향 때문에 병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건 뭔가 얘기가 안맞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로 일하면서 병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알려줘야 하는데 계속 의구심만 들었다. 군청에선 엄청난 약을 가져다주면서 처방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환자들에게 약을 주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생각하게 됐다. 과연 내가 하는 일이 좋은 일인가 회의가 들었고 군 복무 후에 다른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의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했다는데.

▶그때가 마침 벤처 붐이 일기 시작했던 때다. 당시 의약분업이 시작되면서 전자처방전 사업 쪽으로 해보자고 했다가 가까운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다. 생계를 위해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려고 했는데, 그때 알게 된 원리가 모든 병의 원인이 음식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공부를 하게 됐다. 저부터 먼저 먹는걸 바꿔보고 실제로 변화가 있는지 실험했다. 그랬더니 몸이 좋아지고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페이닥터로 병원으로 돌아가서 환자들에게 약을 끊고 음식을 바꿔보라고 권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현미 중요성을 소개한 고 안현필 선생(‘불멸의 건강진리’ 저자) 등에 영향을 받았나.

▶그분을 포함해 국내에 나온 책들을 연구했다. 미국이나 호주, 일본, 유럽에서 나온 책들도 가리지 않고 봤다. 그런걸 읽다 보니까 맥락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반응을 연구할 수 있게 된 거다.

-사실 일반 환자들에겐 약을 끊으란 권유는 상당히 두려운 일인데.

▶당연하다. 처음부터 환자들이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또 교과서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얘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2008년부터 독한 마음으로 혈압약, 당뇨약 등을 끊으라고 환자들을 설득했다. 또 우리나라의 의료산업과 제약업계의 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도 품기 시작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생 치료해야 한다고 진단받을 때 가장 좋아할 사람들이 누굴까. 이미 수천억원을 투자해 건물을 세운 병원들, 의사들, 약사들이라고 생각했다. 또 가장 크게는 거대 자본인 제약회사다. 거꾸로 생각하면 전국민이 건강해지면 그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거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우리가 이미 아무렇지 않게 알고 있는 정보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약을 좋아하는 문화적 요인과도 연관이 있나.

▶현대의학의 본고장인 미국도 감기약을 잘 처방하지 않는다. 유럽 쪽은 더 엄격하다. 근데 우리는 전통적으로 어디 아프면 의원을 찾아가고, 하다못해 한약이라도 먹어야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양약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고 항생제와 진통제, 스테로이드 같은 약들이 동네 약장사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그런 과정에서 문화적으로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정부도 그런 쪽으로 의료시스템을 개발해서 결국 의료보험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렇게 실제로 국민들의 건강수준이 높아졌느냐 하는 물음에는 확답이 안 나온다.

-정부는 의료관광 등 의학을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약에 대한 거부감과 의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소위 ‘빅5’라고 하는 대학병원들의 경영도 악화되면서 예전에 우리가 미국의 의약 원조를 받은 것처럼 우리나라도 못 사는 나라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이미 인프라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수익을 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어떻게 보면 숙명을 갖고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요새 대학병원의 트렌드는 암센터를 만드는 건데 실제로 암센터에 근무하는 의사들도 자기들이 암이 생기면 거기에 안 간다. 암을 이기는 의사들은 식이요법을 택한다. 정형외과 의사들이 디스크 수술을 안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로선 의료보험 재정의 한계, 조세저항 등의 이유로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려는 것이다. 


-병원에 가지 말고 약을 끊으란 얘기는 기본 병원들 입장에선 눈엣가시가 될 수 있는데.

▶이런 얘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환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환자들 스스로가 자기 몸의 주체가 아니고 대자본에 의지하고 있는걸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만일 우리가 약을 먹고 장수할 수 있다면 이런 얘기는 안했을거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결코 건강해지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다.

-식단을 개혁하는게 쉬워보이지만 절대 쉽지 않은 얘기다.

▶예전에 미국에서 나온 책에서 본 내용이다. 우리가 건강해지는 걸 바라지 않는 첫번째 주체는 식품회사라는 것이다. 식품회사들은 점점 올바른 식사와 동떨어진 빠르게 식사할 수 있는 쪽으로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점점 그런 입맛에 길들게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설탕을 비롯한 수많은 화학 첨가물들이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이게 안들어가면 맛이 없다고 느낀다. 따라서 올바른 식사를 하면 식품회사는 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식품회사들은 어릴 때부터 분유와 가공된 이유식을 통해 생애 첫 주기부터 입맛을 길들인다. 학교 급식을 통해서 점점 평생 고객이 되는거죠. 하지만 결국 그런 제품을 먹고 자란 세대들은 자라면서 병이 생긴다. 아이들이 크롬병,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 걸린다. 결코 수명대로 살지 못한다. 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사회를 받쳐주고 발전해나가려면 건강이 망가진 상태에선 불가능하다.

-백미 말고 현미를 왜 먹어야 하나.

▶단순한 실험만 해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접시물에 백미와 현미를 각각 담아봐라. 시간이 지나면서 백미는 썩는데 반해 현미는 싹을 틔운다. 그럴만한 영양분과 생명력이 있다는 증거다. 또 인간이 먹고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원은 바로 곡식이다. 어떤 사람들은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건강해진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것만으론 그럴 순 없다. 나라와 인종을 불문하고 주식은 대부분 곡식이었다. 특히 고기만 먹다간 단명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백미를 먹다 현미를 먹는 사람들은 식감도 안 좋고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현미를 씹어먹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곡식은 우리 입에서 침을 통해 소화해서 위로 넘겨야 한다. 씹는 훈련이 안 된 사람은 현미를 오래 먹어도 몸이 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미를 먹어도 힘이 달려 당분을 섭취하다 보니까 장을 더 망가뜨리는 원인이 된다. 어떤 분들은 현미가 좋다고 갈아서 미숫가루로 먹는 분이 있는데 그러면 소화가 안된다. 내가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근력 운동을 하는 것처럼 턱도 씹는 훈련을 해야 된다. 어렸을 때부터 꿀떡꿀떡 넘기는 습관이 배기 시작하면 위가 망가지고, 위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

-현대인으로 살아가려면 바빠서 식사를 오래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우리 사회의 생활패턴이 점점 가속화되면서 식사를 오래할 수 없게 됐다. 그것의 정점을 남자는 군대 가서 경험하게 된다. 어렵지만 현미 한 수저를 입에 넣고 100번씩 씹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트륨 때문에 저염식 식사를 해야 한다고 난리들인데.

▶그렇지 않다. 소금은 충분히 먹어줘야 한다. 그럴 때 밥맛이 좋아지고 소화도 잘된다. 또 그러면 군것질도 안하게 되면서 혈당도 유지가 된다. 하지만 이러면 식품회사들이 안좋아한다. 소금을 먹고 충분히 소화를 시키면 발병률이 낮아지게 돼 의료자본이 반기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싱겁게 먹으라고 외친다. 뉴스에서도 이를 따라 우리의 나트륨 섭취가 과다하다고 보도한다. 하지만 나트륨 과잉 섭취가 과연 소금 때문일까. 아질산 나트륨, 향을 내는 나트륨 등 대부분이 식품회사들의 화학첨가물에서 비롯된다. 천일염이나 죽염 같은 좋은 소금들은 충분히 섭취해야 몸이 건강해진다. 소금을 먹지 않았을 때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다는 논문도 나온 상태다.

-우유는 먹어야 하는가.

▶우유는 결코 완전식품이 아니다. 우유는 사실 송아지가 먹는 젖이기 때문에 사람이 먹으면 안된다. 어미소가 출산 후 하루에 만들어낼 수 있는 우유량은 10리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우리는 화약약품을 통해 호르몬을 주입해 우유량을 늘린다. 특히 소가 자라는 속도와 사람이 자라는 속도는 다르다. 우유를 먹으면서 사람의 성장속도도 빨라지지만 그만큼 빨리 늙는다. 실제로 우리 병원에 오는 아이 중에서 성장통 같은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 아이들이 우유를 끊기 시작하면 하루 이틀 만에라도 호전을 보인다.

-우리나라 의료계가 바꿔야할 부분은.

▶우리나라는 내가 필요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의료가 많지 않다. 전문적인 것에 그냥 맡겨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내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소화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렸을 때부터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다시 말해 병원을 안 가고도 건강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를 널리 전파하는게 필요하다. 헌법에 보장된 건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알아야 하고, 올바른 정보가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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