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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쁜 숨소리 · 등에 붙인 파스…110% 발레리나 열정에 눈물이…
유니버설발레단‘ 스페셜 갈라’오픈리허설 현장
바닥 묵직한 울림·목덜미 땀방울
코앞의 몸짓 가슴속에 고스란히
연습장 한켠 객석 “와~” 환호성만
40여명 무용수·100명 관객 열기 가득

발레단 30주년 명장면들 엄선
21일부터 사흘간 예술의전당 공연


‘퉁퉁퉁.’

무대 위에서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던 발레리나들이 착지할 때마다 바닥의 울림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등에 파스를 붙인 수석 무용수 황혜민이 ‘오네긴’ 중 타티아나가 첫사랑 오네긴을 떠나보내며 오열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 옆 자리에 앉은 여성 관객은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겨울바람이 차가웠던 지난 15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은 40여명의 무용수와 100여명 관객의 열기로 후텁지근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 창단 30주년 기념 ‘스페셜 갈라’ 공연을 앞두고 이날 오픈 리허설을 실시했다.

연습장 한 쪽에 마련된 객석에서는 발레리나들이 팔을 위로 뻗을 때 팔 근육의 움직임과 붉게 달아오른 뺨, 발레리노들의 팔에 선 푸른 핏줄과 목덜미에 맺힌 땀까지 눈에 들어왔다. 음악 소리가 잦아들 때면 무용수들이 가쁘게 내뱉는 숨소리도 들려왔다.

객석에서는 무용수들이 고난도 테크닉을 선보일 때마다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순간이라도 놓칠 새라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

무용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한 장면을 끝낼 때마다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실제 공연장에 못지않은 뜨거운 반응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2004년부터 주요 공연을 앞두고 오픈 리허설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 공연에서는 맨 앞자리에 앉아도 보기 어려운 무용수들의 땀과 생생한 표정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참가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신청을 받아서 선발한다.

발레리노들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발레리나들은 레오타드(연습복)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이들 앞에 선다. 화려한 조명이나 무대장치도 없고, 무용수들은 오케스트라 반주 대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춘다.

하지만 코앞에서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몸짓과 연기가 고스란히 전달돼 관객들이 느끼는 감동은 배가 된다. 

지난 15일 서울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은 40여명의 무용수와 100여명 관객의 열기로 후텁지근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창단 30주년 기념‘ 스페셜 갈라’ 공연을 앞두고 오픈 리허설을 실시했다.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이날 오픈 리허설에 참여한 명순현(31) 씨는 “한 마디로 황홀했다”며 “무용수들의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실제 무대에서는 가려지는데 리허설에서는 무용수들과 같이 호흡하고 근육의 떨림 하나하나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송승희(40) 씨도 “예술이라는 것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뭉클했다”며 “겨울이라고 집에만 박혀서 나태하게 살았는데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전했다.

애절한 표정 연기로 관객들의 눈물을 뽑아냈던 황혜민은 리허설을 마친 후 탈진한 표정이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스타인 그녀는 이번 30주년 공연에서 남편 엄재용 수석 무용수와 함께 ‘오네긴’ 중 회한의 파드되(2인무), ‘발레 춘향’ 중 해후 파드되를 춘다.

그녀는 “연습실에서 110을 해야 실제 공연 때 100을 보여줄 수 있다”며 “한 작품 전체를 공연할 때는 감정이 점차 고조되는데, 하이라이트만 보여주는 갈라 공연은 등장 때 이미 감정이 절정에 와 있어야 해서 연기하기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무용수들도 긴장을 하고 있지만 유니버설발레단의 역사와 함께한 문훈숙 단장 역시 공연 준비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문 단장은 “오케스트라랑 맞춰 볼 시간도 부족하고 갈라 공연이다 보니 장면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넘어갈지도 걱정”이라며 “관객들의 기대가 높으니까 다들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 리허설이 끝나고 관객들이 돌아간 뒤 문 단장은 한 발레리나를 불러 직접 동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문 단장은 점프를 하느라 머리에 꼽혀 있던 핀이 흘러내리자 아예 핀을 빼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개인 교습에 열을 올렸다.

이처럼 유니버설발레단이 땀과 열정으로 준비하고 있는 ‘30주년 스페셜 갈라’ 공연은 오는 21~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해적’ 등 지난 30년간 유니버설발레단이 공연했던 작품 속 명장면들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이 배출한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효정과 특별 게스트인 알렌산더 존슨 슈투트가그트발레단 수석무용수, 이고르 콜브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등도 출연한다. 

신수정 기자/ssj@hera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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