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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잘키운 브랜드 하나…열 회사 안부럽네~
제품명 아이나비 · 스팀보이 등
상품이름이 제품 대명사로 자리

한미약품 개성만발 ‘팔팔정’ 이름
글로벌사 비아그라 아성 추월

한성컴 ‘인민에어’ 부강샘스 ‘레이캅’
소비자가 만든 별명이 제품명 압도


한때 ‘자꾸’라는 알 수 없는 단어가 ‘지퍼(zipperㆍ잠금장치)’라는 일반명사를 압도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퍼의 일본식 외래어인 ‘자꾸’는 사실 1920년대 말 일본에 등장한 한 지퍼회사의 상표 ‘책(Chack)’에서 유래됐다. ‘책’ 브랜드의 지퍼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자 ‘책’의 일본식 발음인 ‘잣쿠(チャック)’가 지퍼를 의미하는 대명사로 자리잡았고 그것이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진 것.

‘언어 파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퍼 회사는 적어도 브랜드 마케팅에서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이처럼 대중의 인식을 좌지우지하는 브랜드 파워로 기업 규모의 한계를 극복한 중소기업이 국내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출액은 수백에서 수천억원대에 지나지 않지만,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일등기업’으로 인식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13일 ‘네이버 트렌드’와 ‘구글 트렌드’ 등 특정 검색어의 기간별 검색량 추이를 제공하는 포털 서비스들을 이용해 최근 5년간 업계별 브랜드와 회사명의 인지도를 분석한 결과, 내비게이션업체 팅크웨어의 ‘아이나비(i-navi)’ 브랜드는 관련업계 전체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네이버상에서 아이나비가 100회(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상정) 검색될 때 내비게이션이라는 단어와 회사명인 팅크웨어는 단 4회, 최대 경쟁사인 파인디지털의 내비게이션 브랜드 ‘파인디지털’은 단 30회 정도만 검색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내비게이션 관련 단어의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2009년 7월 아이나비는 최고 검색빈도를 나타냈다. 이후에도 아이나비는 꾸준히 경쟁사 브랜드와의 검색량 격차를 두 배가량 따돌리며 자존심을 지켰다. 이런 현상은 외국계 포털 서비스인 구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에게 아이나비라는 브랜드가 내비게이션 제품 자체를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셈이다.

브랜드 파워의 차이는 영업실적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3/4분기 팅크웨어의 매출은 1254억원가량. 같은 기간 파인디지털은 약 740억원의 매출을 올려 브랜드 인지도 차이와 비슷한 매출액 차이를 보였다.

올겨울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온수매트 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온수매트 제조업체 동양이지텍이 내놓은 브랜드 ‘스팀보이’는 지난해 11월 기준 네이버에서 경쟁 브랜드인 삼원온스파, 웰퍼스(삼진)보다 5배가량 더 많이 검색(스팀보이의 최대 검색량을 100회로 볼 때 삼원온스파 20회, 웰퍼스 20회, 동양이지텍 13회 검색)되며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했다. 구글 검색량에서도 스팀보이는 홀로 검색량 분석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과감하게 인기 배우 김희애를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온수매트의 특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단어를 브랜드로 정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동양이지텍의 매출은 2011년 54억원, 2012년 162억원에서 2013년 400억원으로 3배가량 급증했다.

톡톡 튀는 브랜드로 글로벌 브랜드의 아성을 무너뜨린 중견기업도 있다.

2012년 6월 선보인 한미약품의 발기부전치료제 ‘팔팔정’이 주인공이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비아그라’나 일라이릴리의 ‘시알리스’가 이미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상황 속에서 친숙한 한글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낸 것. 한미약품의 팔팔정은 출시 두 달 만인 2012년 8월 네이버 검색량에서 경쟁 브랜드인 비아그라, 시알리스, 자이데나를 최대 7배까지 따돌리며 인지도를 높였고 이는 매출액으로까지 이어져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의 조사결과, 지난해 4/4분기(11월) 누적 판매액 101억7200만원으로 비아그라(99억1600만원)를 앞섰다.

국내 중소 컴퓨터 제조업체인 한성컴퓨터는 소비자가 만들어낸 ‘별명’이 본래의 제품명을 뛰어넘으며 브랜드 인지도를 키운 경우다. 한성컴퓨터의 울트라북 ‘U34X ForceRecon 2350’은 저렴한 가격에 비해 뛰어난 성능과 애플의 ‘맥북에어’와 비슷한 외관으로 인기를 얻었다.

재미있는 점은 소비자들이 제품 상단에 위치한 별 모양의 각인에 착안, ‘인민에어’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노트북 사용자 사이에서 급부상한 인민에어라는 단어는 한성컴퓨터의 신제품 출시 주기마다 검색 빈도가 폭증(2012년 12월 기준 LG 엑스노트, 삼성 센스 대비 9배가량 많이 검색)하며 한성컴퓨터의 매출 신장을 이끌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중소 부품생산업체인 부강샘스가 만든 침구청소기 브랜드 ‘레이캅(raycop)’은 ‘침구를 자외선으로 살균한다’는 제품의 특성을 살린 이름으로 생소한 모기업의 이름 대신 시장을 이끌고 있다. 2013년 한 해 동안 레이캅은 네이버상에서 줄곧 ‘침구청소기’라는 단어보다 더 많이 검색되거나 비슷한 검색량을 유지하면서 해당 제품군을 대표하는 대명사로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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