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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투자보다 저축하는 기업…경제동력 상실의 현주소
가계부채 1000조…소득분배 논란
기업은 투자의 주체였다. 과거 기업들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공장부지를 얻고 새 기계를 샀다. 그런데 최근에는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꺼린다. 가계는 어떤가. 가계부채는 사실상 1000조원을 넘어섰다. 빚이 많다 보니 저축은 꿈도 못 꾼다.

가계의 몫이었던 저축을 이제 기업들이 대신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이 투자의 주체에서 저축의 주체가 돼 버렸다. 한국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왕성하게 늘어난 기업저축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기업의 저축성 예금은 271조333억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말에는 149조1998억원에 불과했다. 5년 새 배 가까이(81.7%) 증가한 것이다. 가계의 저축성 예금은 같은 기간 55.1% 늘어났다.

기업저축은 위기를 맞을수록 불어났다. 외환위기가 불어닥친 1997년 말 34조7814억원에 머물렀던 기업저축은 다음해 10조원가량 급증한 44조1241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해마다 늘어 2003년에는 120조9943억원까지 불어났다.

기업의 총저축액(기업총처분가능소득)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기업저축률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00년 12.8%에서 2001년 14.2%, 2002년 16.1%를 나타냈다. 이후 2003~2007년 평균 15.5%를 유지하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6.8%, 2009년 18.1%로 뛰어올랐다. 2009~2012년 평균은 18.95%에 달한다.

201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의 기업저축률은 일본 다음으로 높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역동성이 눈에 띄게 떨어졌는데, 그때 기업저축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기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투자나 고용 대신 자금 쌓기에 치중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저축의 급증이 우리 경제의 무기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임금근로자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은에 따르면 전 산업의 명목임금은 2002년 4분기부터 2007년 4분기까지 36.1% 증가한 반면 이후부터 2012년 4분기까지 12.4%의 상승률을 보였다. 증가율이 3분의 1 토막난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가계 사정이 악화한 가운데 기업저축이 증가한 것으로 미뤄, 기업 부문에 더 유리하게 소득이 분배돼 왔음을 시사한다”면서 “정부가 내수를 활성화한다고 하는데, 가계소득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수 활성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성장의 온기가 골고루 퍼지도록 소득분배 메커니즘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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