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아트> “이젠 한국을 넘어…” 학고재의 새로운 도전
25주년 맞은 학고재, 상하이 예술특구에 갤러리 개관
우찬규 대표 亞아트마켓 도전장
“亞작가 중심 갤러리로 입지 구축”

차별화·현지화로 8900억 시장 공략
중국에 통할 이세현·홍경택 등 선택
모간산루서 ‘시각과 맥박’ 개관展


서울 소격동의 학고재갤러리가 아시아 아트마켓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상하이의 예술특구 모간산루(M50)에 233㎡(70평) 규모의 ‘학고재 상하이’를 열고, 아시아 미술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은 학고재는 지난 20일 상하이에서도 최고 화랑가로 손꼽히는 모간산루에서 ‘시각과 맥박(眼壓)’전을 선보이며 첫걸음을 뗐다.

▶좁은 한국시장만으론 안 된다, 글로벌 화가 화두=한국 화랑의 중국 진출은 사실 처음은 아니다. 미술시장이 활황을 이루던 지난 2005 ~2007년에 아트사이드, 아라리오, 현대, 표, pkm 등 주요 화랑들이 베이징에 앞다퉈 진출했다. 상하이에도 샘터, 박여숙화랑이 분점을 냈다. 그러나 35%에 달하는 고율의 세금과 현지의 견제 등으로 2010년을 전후로 대부분 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고재가 상하이에 화랑을 연 것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학고재는 지난 2008년부터 상하이 아트마켓을 눈여겨봐 왔다. 지난 2008년 ‘SH 컨템포러리’라는 타이틀로 열린 상하이 아트페어와 아시아 최고의 아트페어인 ‘홍콩 아트바젤’에 참가하면서 중국 시장의 추이를 면밀히 파악했던 것. 

상하이의 대표적인 예술특구에 개관한 학고재 상하이. 개관 소식이 중국 미술계에 전해지며 연일 관람객이 몰려들고 있다. 왼쪽은 홍경택의 가로 7.7m짜리 대작 ‘pens’. [사진제공=학고재 상하이]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주위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걸 잘 안다. 허나 요즘 국내 미술시장이 너무 위축돼 이렇게 가다간 그냥 오그라들 것 같았다.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미술은 경제의 중심을 따라가는 속성이 있다. 앞으론 ‘아시아 시대’라고들 한다. 아시아에서 상하이가 홍콩을 앞설 중심도시로 뜨는 만큼 미술시장도 옮겨올 것이다. 마침 올해는 학고재 개관 25주년이라 새로운 전기도 필요했다”며 “상하이는 인구 2400만명의 거대도시로 좋은 미술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니 일단은 좋은 작품으로 미술관부터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에선 현재 480여 개의 갤러리가 영업 중이다. 연간 시장 규모는 51억위안(약 8900억원)에 달한다. 갤러리마다 평균 2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우대표는 “앞으로 3년 내에 평균은 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
인사동의 10평짜리 고서화 화랑으로 출발한 학고재갤러리는 2008년 현재의 북촌문화예술거리에 둥지를 틀었다. 2015년쯤 서울 부암동에 대형화랑을 신축해 이전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좁은 국내시장만으론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상하이로 방향을 돌렸다. 그리곤 상하이 경제특구에 화랑으로는 ‘제1호’로 사무소를 내고 허가증을 받았다. 외국 메이저 화랑보다 앞선 것이다.

특히 화랑 입지를 찾아내는 데 있어 ‘남다른 촉’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우 대표가 선택한 모간산루 지역은 1988년 제분공장과 방직공장이 있던 강변에 작가들이 모여들며 작업실 60여 곳, 갤러리 50여 개가 운집해 있는 대표적인 예술특구로 학고재 부지는 그중 가장 요지다.

▶차별화된 콘텐츠,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학고재는 이번에 상하이 분관의 문을 열며 ‘붉은 산수’를 그리는 이세현(46)과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10억원에 육박한 낙찰가(9억7100만원)을 기록한 화려무쌍한 pen그림의 작가 홍경택(45), 그리고 독특한 페이소스를 견지한 김기라(39)를 선택했다. 즉 중국 미술계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작가를 가려뽑은 것. 실제로 개관전에는 미술관계자 및 언론 등 300여 명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이후로도 연일 관람객이 몰려들고 있다.

학고재는 상하이 아트마켓 공략에 있어 3가지 원칙을 세웠다. 차분한 접근, 내재된 힘의 구현,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등이다. 현지화를 철저히 도모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며 긴 호흡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어린 시절부터 한문을 익히고, 오랫동안 한국과 중국의 고서화를 다뤄온 우 대표의 경력도 중국 현지 문화계와 부드럽게 소통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우 대표는 “모든 일엔 시점이 중요한데 지금은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고, 중국 내 문화적 수요도 크게 늘었다. 앞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철저히 아시아 작가 중심 갤러리로 입지를 굳히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시아 미술시장을 연구해 온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고재 상하이는 여러모로 전략이 돋보인다. 사무소는 상하이 경제특구에 두어 중국 진출의 저해요인이었던 무거운 세금(35%)을 피해가고, 화랑은 최고의 예술특구로 꼽히는 모간산루에 두어 효율적인 공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