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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유니버설 두 발레단의 호두까기, 당신의 선택은?
발레 팬들은 이 공연이 시작하면 연말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바로 ‘호두까기 인형(이하 호두)’이다. 국립발레단은 2000년부터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 버전을 선보인 뒤 13년간, 유니버설발레단은 바실리 바이노넨ㆍ레브 이바노프의 안무로 1986년 초연 이후 28년간 송년공연으로 무대에 선보였다. 발레 문외한이라도 한번쯤은 들어 봤을 ‘호두’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바탕으로, 주인공 마리(클라라)가 선물 받은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한 꿈 같은 하룻밤을 동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감정선이 고조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중국ㆍ스페인ㆍ러시아 등 다양한 캐릭터 댄스와 화려한 ‘코르드발레(군무)’가 압권이라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관람할 수 있어 연말공연으로 특히 사랑받는 레퍼토리다.

비슷한 시기에 두 발레단에서 같은 공연이 열려,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립은 18일부터 25일까지, 유니버설은 20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다. 매년 개최하는 공연이기에 발레단에서는 새로운 주역들의 데뷔 무대로도 활용된다. 각 발레단에서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주역들을 만나봤다. 국립의 ‘슬기완(박슬기-김기완)’과 유니버설의 ‘향기탁(홍향기-이동탁)’커플이다. 

▶웅장하고 화려하게 국립의 ‘슬기완’=국립발레단의 ‘호두’는 어린이들의 시선에 맞춰진 동화같은 구성보다,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구성으로 성인 관객에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에 대한 향수 뿐 아니라 고난이도의 안무가 선사하는 쾌감까지 함께 선보인다. 

호두까기 발레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발레리나 박슬기(27)와 발레리노 김기완(24)은 올해 ‘라 바야데르’, ‘스파르타쿠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주역으로 만나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슬기는 팔이 길고 상체가 가늘어 표현력이 좋다는 평을 받는다. 코르드발레 때부터 다져진 실력으로 기복없이 착실한 연기를 펼치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기완은 박슬기에 대해 “누나는 배려가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파트너로 연습 하다보면 잘 안 맞는 날도 있는데, 그런때도 자신을 배려하고 이끌어 주는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밸런스가 좋아 자신이 조금만 잡아줘도 시원시원한 동작이 나오는 최고의 파트너 라고 추켜 세웠다. 김기완은 키 188cm의 우월한 신체조건과 훈남 마스크로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현재 마린스키발레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기민(21)의 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형제 발레리노로 꼽힌다. 박슬기는 이런 김기완을 “일단 믿을 수 있다. 무엇을 해도 나를 확실히 지탱해 준다”며 신뢰를 보였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넘치는 파워로 발레리나를 확실히 보좌해 주기 때문에 마음 편히 공연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슬기완’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2막 꽃의 왈츠 중 ‘그랑파드되(2인무)’를 꼽았다. 보통 그랑파드되는 주역 2명의 기량을 자랑하는 무대로 군무 없이 둘만 추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코르 드 발레 34명이 함께한다. 박슬기는 “2층에서 봐도 다양한 군무와 화려한 솔로가 합쳐져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할 것”이라며 놓치지 않기를 당부했다.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최태지 단장은 “매년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한 해를 떠나 보내고,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꿈을 꿨다. 그런 작품과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관객들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슬기완’ 커플이 전하는 행복한 꿈은 어떤 모습일까. 둘의 캐스팅은 12월 21일과 22일에 있다. 티켓은 5000원부터 9만원까지.



▶아기자기 동화같은 유니버설 ‘향기탁’
= 유니버설발레단 ‘호두’의 특징은 따듯함과 온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아기자기함이다. 70명의 유니버설발레단원, 선화학교와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에서 선발된 4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가족 발레’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발레리나 홍향기(24)와 발레리노 이동탁(25) 역시 주역 파트너로 무대에 서기는 처음이다. 특히 홍향기는 첫 주역 무대다. 올 해 ‘백조의 호수’에서 ‘파드트루아(3인무)’역과 ‘오네긴’에서 ‘올가’ 역에 캐스팅 되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것이 발탁의 배경이다. 사실 그녀에게 ‘호두’는 남다른 작품이다. 2002년 당시 현재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의 ‘어린 클라라’역을 맡았던 것. “입단해서 그렇게 바라던 첫 주역이다. 지금 그 때의 선배님들과 같은 무대에 선 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영광”이라며 이번 공연이 많이 긴장된다고 했다. 파트너인 이동탁에게 “첫 주역이라서 남들보다 연습도 많이 하는데, 끝까지 편안하게 리드 해 줘서 전념하고 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유니버셜발레단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동탁은 발레 ‘심청’에서 선장 역과 ‘오네긴’에서 주역으로 뛰면서 선이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펼쳐 호평 받은 바 있다. 183㎝의 훤칠한 키, 아름다운 보디라인과 탄탄한 근육에서 나오는 역동적 움직임이 매력적이다. 곱상한 왕자님보다는 나쁜 남자에 어울릴 것 같은 이동탁의 ‘왕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그는 “저보다 왕자역에 어울리는 마스크는 훨씬 많죠. 그래서 좀 더 우아한 움직임으로 저만의 왕자를 표현하려고 합니다”라며 춤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홍향기에 대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저한테는 ‘넘버 원’이다. 어릴때 로잔 콩쿠르에서 상도 받았고, 지금도 자기관리가 철저한, 배울점이 많은 파트너”라고 말했다.

‘향기탁’ 또한 2막 꽃의 왈츠 ‘그랑파드되’를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라고 했다. “국립과는 또 다른 안무이기에 비교해서 보시면 나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이라며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사실상 주역 데뷔를 하는 향기탁 커플에 대해 “이동탁은 주역으로 선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러 작품을 통해 성숙했다. 이제는 안정적인 무대를 이끌기에 기대 된다”라며 “홍향기 역시 기대가 크다. 첫 주역이지만 능력이 뛰어난 무용수기 때문에 이번 공연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둘이 만들어 낼 이번 ‘호두’ 무대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24일, 28일, 29일, 31일에 선보인다. 티켓은 1만원부터 10만원까지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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