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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기황후’ 픽션과 팩트 사이 위태로운 곡예

  • 기사입력 2013-12-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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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서 ‘해품달’까지 퓨전 열풍
작가의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도 좋지만
역사 해석차원 넘어서면 곤란

황후되는 공녀 기승냥 일대기 ‘기황후’
캐릭터 향연덕에 왜곡 논란 잠잠하지만
언제든 史實여부 쟁점 될 가능성


사극과 역사왜곡 문제는 오랜 논란거리였다. 사극이 방송되면 사실과 허구를 어떻게 배분해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가 자주 제기돼 왔지만 그때마다 시원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대개 역사학자들은 사극도 역사적 사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극 제작진은 역사와 사극은 엄연히 다르므로 극적 재미와 갈등을 만들기 위해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MBC ‘기황후’가 방송되면서 역사왜곡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 그런데 대중의 정서가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사극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좋지만, 무리하게 소재를 끌어들여 역사왜곡 문제에 부딪히는 것보다는 정통 쪽으로 조금 돌아가는 게 좋지 않나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장금’(2003년) 이후 사실과 허구를 섞은 퓨전사극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역사적 사실(fact)과 만들어낸 이야기(fiction)를 합친 팩션이라는 말도 나왔다. 정통사극만 접하다가 퓨전사극이 나오니 작가의 상상력 발동에 관대해졌다. 구체적인 역사는 거세했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잊혀졌던 인간사의 풍요로운 이면을 드러내 호평받기도 했다. ‘해신’ ‘주몽’ ‘태왕사신기’ ‘바람의 화원’ 등 한동안 퓨전사극은 호황을 맞으며 판타지 사극이 유행했다.

판타지 사극은 대놓고 허구임을 내세우기 때문에 사료의 왜곡이라는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으며 사료가 부족한 고대사로 사극의 시대적 배경을 확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를 품은 달’에서 퓨전사극은 정점을 찍었다. 이제 퓨전사극을 만들려면 새로운 시도 없이는 불가능해보였다.


퓨전사극이 아무리 유행한다 해도 사극에서 역사적 사실과 달라서는 안 되는 선이란 게 있다. 대중은 역사교과서보다는 드라마로 역사를 인식하고 공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극의 큰 흐름은 역사와 일치해야 한다. SBS ‘연개소문’에서 안시성 전투를 연개소문이 지휘했다고 한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이병훈 사극전문 PD는 “사극으로 처음 시도된 신윤복을 여자로 설정한 것이나, ‘왕과 나’에서 내시들에 의해 예종이 죽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나도 ‘이산’에서 반전 효과를 만들기 위해 시도한 정순왕후의 쿠데타를 후회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길수 고구려연구회 회장도 “ ‘주몽’은 인물 및 사건 등에서 15가지의 오류가 있었는데, 그 중 대다수는 굳이 역사 왜곡을 안 해도 될 성질의 것이었다”면서 “충신 중의 충신인 협부(드라마에서는 협보)를 동성애자로 그린 것은 마치 이순신과 연개소문 장군을 동성애자로 묘사한 것과 같다”고 질타했다.

요즘 방송되는 ‘기황후’는 고려 말 원나라에 공녀(貢女)로 끌려갔다 황후의 자리에 오른 기승냥(하지원 분)의 일대기다. ‘기황후’는 우리의 불행한 역사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나라 황후가 되고 기철 등 형제들을 내세워 고려 내정에 간섭해 국정을 농단하고, 고려인들을 착취했던 반민족적 행위가 용납될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기황후’는 원나라 조정의 무수리인 기승냥이 황후 타나실리(백진희)와 황태후(김서형)의 싸움 속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 또 실권이 없는 원의 황제 타환(지창욱)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그녀가 어떻게 이를 대처해나갈 건지에 대한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제작진은 방송 전부터 일었던 역사왜곡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원래 충혜왕으로 등장하려던 주진모를 왕유라는 가공의 왕으로 바꾸고, 나라를 뺏긴 왕 주진모와 공녀 하지원이 다시 만나야 한다는 애틋함을 부여했고, 기승냥의 어린 시절 자신의 엄마가 원나라 장수가 쏜 화살에 맞아 죽어 고려라는 조국에 대한 원망이 커지게 만들었다. 극성을 강화하면서 하지원의 앞으로 행위에 설득력을 갖출 수 있게 하기 위한 정지작업을 제법 많이 했다.

사극에서 작가적 상상력의 커트라인은 수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해석과 관점의 시각에서는 존재한다. 사극에서 작가의 상상력은 관점과 해석의 범위 내에서만 발동돼야 한다. 그러니까 기황후, 하지원의 행위에 대한 설득력을 갖추게 하는 일이 제일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초반부터 하지원, 주진모, 지창욱, 백진희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잘 부각돼 역사왜곡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이 설득력이 약해지면 언제든 역사왜곡 논란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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