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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명의들③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태중 교수>
“흉터없는 수술. ‘싱글포트수술'의 대명사 ‘코리안포트’ 창안한 김태중 교수"



몸에 ‘칼’을 대는 수술은 신체에 평생 지울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남긴다. 특히 여성들이 외과적 수술 후, ‘흉터’ 때문에 받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때문에 현대의학은 질병의 완치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환자가 받는 마음의 상처까지 고려한 수술법을 계속해서 개발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수술흉터를 크게 남기는 ‘개복수술’에서, 1cm 내외의 구멍을 3~4개 뚫고 수술하는 ‘복강경수술’을 거쳐 이제는 배꼽 부위 한 곳만 절개(약 1.5~2.5cm)한 후 수술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 첨단 수술법인 ‘싱글포트 수술’로의 발전은 ‘의료기술의 휴먼화’를 이끄는 상징적인 사례이다.

그 중심에서 우리나라의 젊은 의사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의 김태중 교수(43)는 2008년 자궁절제술을 싱글포트로 처음 시도, 성공하며 국내 싱글포트 수술의 문을 활짝 열었다. 김 교수의 ‘싱글포트 수술’은 이후 국내 여러 병원으로 보급되어 현재는 부인과, 비뇨기과, 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최근 1000건의 싱글포트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인도와 대만 등 10여개국에서 김 교수의 시술법을 배우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하고 미국 등 의료선진국들도 김 교수를 초청할만큼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싱글포트 수술의 장점은 기존의 방법보다 회복이 빠르고 절개 부위가 적어 수술부위 감염 등도 크게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수술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아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방법이라는점이다. 현재 김 교수는 자궁적출술, 난소낭종절제술, 난소적출술, 근종절제술 등의 양성종양 수술의 90%를 싱글포트수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림프절 절제술을 포함한 자궁내막암 등의 일부 암에서도 싱글포트 수술로 시행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우리나라 의대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없는 과중 하나이다. 고되기도하고 개업해도 소위 잘나가는 돈벌이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 교수가 산부인과를 선택한 계기가 틀림없이 어떤 사명감이나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지만 돌아온 답변은 단순했다. “본과 4학년때 사주를 봤는데 산부인과를 진지하게 권하더라. 그래서 인턴때 산부인과 스케줄이 없었지만 일정을 바꿔서 산부인과를 쭉 돌아봤는데 이거다 싶었다”라며 “산부인과는 내가 의사로써 환자의 질병에 대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않고 확실하게 매듭을 지워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로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고나니 사주처럼 김 교수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왔다. 2008년에 국제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발표할 프로그램을 준비하다가 해외의 한 학회애서 얼핏 들었던 ‘싱글포트’라는 수술법을 산부인과에 바로 적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도 대중화가 안됐고 개념만 정립된 단계였다. “배꼽을 어떻게 여는지도 몰랐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연구 끝에 해보니 환자들 만족도가 좋았어요.” 김 교수의 개인적 경험도 한 몫했다. “싱글포트수술을 두 세 번 정도했을 때 제가 맹장염에 걸려 수술을 받았어요. 그때 환자의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통증도 심하고 수술부위를 씻지도 못해 불편했죠.”

지금은 첨단의료기기회사들이 싱글포트수술법을 위한 장비를 계속 개발하고 있지만 김 교수가 싱글포트수술법를 처음 시도햇을 때는 아무런 장비가 없어 김 교수가 직접 고안해낸 수술장갑을 이용햇다. 해외학회에서는 김 교수가 고안한 수술장갑 수술법을 ‘글로브포트’ 또는 ‘코리안포트’라고 부른다. 김 교수 자신도 본인이 고안해낸 일명 ‘코리안포트’가 가장 편하다고 한다. 인도 등 저개발국가에서도 비싼 의료기기 대신 값싸고 효율적인 ‘코리안포트’방식을 가장 선호한다.

김 교수는 올연말 싱글포트 로봇수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의대생때 수술잘하는 의사가 되고싶어 오른손잡이지만 왼손으로 젓가락질하는 연습을해서 지금은 양손을 다 잘쓴다”라며“의료기술의 발전은 앞으로 무궁무진할 것이고 항상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는 의사가 되고싶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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