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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손예진 "후배 여배우들의 롤모델, 뿌듯하다"
영화 '공범'(감독 국동석)이 가을 극장가를 주름잡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개봉 첫 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시작하더니 외화 '그래비티'와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를 가뿐하게 제압했다.

여기에는 배우 손예진의 활약이 컸다. 손예진은 아버지를 살인자로 의심해야하는 다은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한 감정연기로 풀어냈다. 최근 본지는 손예진을 만나 치열하게 다은으로 살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예진은 '공범'의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신선한 소재와 다은의 캐릭터는 욕심이 났지만, 다른 작품에 비해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다은으로 사는 동안 힘들어질 자신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발상 자체가 정말 독특하잖아요. '범인이 내 가족일 수 있다'는 역발상이 정말 신선했어요. 가해자가 내 부모님이라는 생각 자체가 오는 충격적인 상황과 캐릭터, 영화가 가지고 가는 극적인 긴장감이 굉장히 세더라고요. 결말을 알고 시나리오를 읽었는데도 소름끼쳤어요. 제가 작품을 볼 때 객관적으로 잘 못봐요.(웃음) 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출연을 결정하는 순간, 얼마나 이 작품이 나를 힘들게 할까라는 생각에 걱정스럽고 두려웠죠. '공범'을 하게되면 정신적으로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욕심이 났어요. 결국에는 하게 됐죠."

손예진은 다은을 연기하면서 그 어떤 작품보다 심리적 부담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부담을 극복하고 완벽하게 다은에 몰입하며 영화 개봉 이후 줄곧 호평을 얻고 있다.

"카메라가 다 준비돼 있고 제가 극적인 장면 속 감정을 폭발하는 연기를 해야되는 상황에 높이면 정말 지옥같은 느낌이었어요. 여기에서 어떤 누구도 날 도와줄 사람이 없고, 내가 오로지 홀로 해야된다라는 심리적 압박이 '공범'을 촬영하면서 많이 들었어요. 주인공 다은의 감정선이 디테일하고 폭발적인 것들이 많아 그것에서 오는 압박은 당연했고요. 어떤 장면에서는 자포자기 심정이 들기도 했어요."



손예진은 '공범'을 통해 신인감독 국동석과 함께 작업했다. 유독 신인감독과 잦은 호흡을 맞춰 '입봉 전문배우'라는 수식어까지 생겼다. 그에게 국동석 감독과 촬영하며 느꼈던 매력들을 물었다.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신선하고 좋을 수 있잖아요. 영화를 찍으면 찍을 수록 드는 생각이 감독님들은 여러가지를 참 잘하셔야 할 것 같더라고요. 연출은 당연하고, 현장에서 스태프와 배우를 아우르고 인도하는 카리스마와 섬세함 것들을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든 영화는 감독님이 어떤 분이냐에 따라 더 잘할 수 있고 못할 수도 있어요. 신인감독님이랑 했을 때는 이걸 어떡할까를 걱정했는데, 국동석 감독님은 직접 이 시나리오를 썼을 뿐만 아니라 박진표 감독님 작품에서 조감독을 했었더라고요. 전작들을 보면 배우들이 감정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많아서 믿었죠. 이런 감독님이라면 현장 분위기나 배우들에게도 센스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힘들어할 때 오히려 대본을 보지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억지로 뭔가를 하지말라면서 배우를 편안하게 해주는 감독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은 감독님의 정확한 디렉팅이 필요하지만, '공범' 같은 경우는 내가 내 감정을 표현하기도 힘든데 감독님의 디렉팅이 있으면 정말 힘들어지거든요."

'공범'의 관전포인트는 다은의 폭발적이면서도 섬세한 감정연기도 있지만 7년 만에 다시 만난 김갑수와의 호흡도 눈여겨 볼만하다. 오랜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무게있는 김갑수의 연기는 손예진이 현장에서 편하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데 큰 몫으로 작용했다.

"'연애시대' 이후 다시 재회했는데 그 때는 부딪치는 장면이 많이 없었어요. 은호와 아버지는 서로 부녀지간이지만 약간 데면데면한, 표현은 안하지만 속으로 걱정하는 부녀였죠. 그 때 김갑수 선배님이 연기 안하시고 서 계시기만해도 마음이 움직였어요. 아직까지 가시는 뒷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잔상이 남아있었어요. '저 분이랑 또 다시 같이 작품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또 '공범'을 통해 부녀로 만났네요. 보통은 또래 상대배우를 만나 사랑이야기를 그리잖아요. 다시 김갑수 선생님이랑 하게 되서 너무 좋았어요."

스크린에서는 손예진이라는 배우는 온데 간데 없고 오로지 다은의 모습만 보인다. 그렇게까지 몰입하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저는 보통 밤이나 새벽에 혼자 대본을 봐요. 그 때 제 머릿 속에 중요한 장면은 이미지가 그려져요. 대사연습을 하지 않고 항상 형상을 그려요. 그렇게 있다보면 그 상황 속 감정이 올라와요. 그리고 그 감정을 기억해놓고 제 안에 담아놔요. 감정을 폭발시키고 에너지를 보여줘야하다보니 머릿 속에 있는 그림을 구체화시키질 않아요. '어떻게 연기하고 이런 대사톤으로 해야겠다'고 연기를 계산된 연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는 약간 동물적인 감각에 의지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분노, 의심, 혼란 이 감정들을 극대화시켰어요."



손예진에게 '실제로 자신의 가족 중 누군가를 범죄자로 의심해야 한다면 다은과 같이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손예진은 "어떻게든 알아내겠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범인이든 아니든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을 것 같아요. 의심을 품은 채로 평생을 살 수는 없잖아요 잘살고 있는 행복이 깨질지라도 가족이 저한테만큼은 진실을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진실을 알아야 후에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손예진은 많은 후배 여배우들의 롤모델로도 자주 거론된다. 손예진은 자신을 롤모델로 꼽아주는 후배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웃어보였다.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연기에 매진했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었던 달콤한 열매 중 하나가 아닐까.

"후배들이 저를 롤모델로 이야기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저도 심은하, 전도연 선배님들을 보며 꿈을 키웠는데 남들이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니 뿌듯해요. 남자배우들이 함께 하고 싶다는 이야기보다 후배여배우들이 롤모델로 꼽아주는 것이 더 행복해요. 진짜로요."

도전하는 작품마다 매 호평을 받으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배우 손예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손예진이 '공범'과 '다은'을 위해 얼마나 고민을 해왔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연기에 대한 고심과 수고를 기쁜 마음으로 맞는 손예진이기에 '항상 기대되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언제나 예상적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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