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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의 ‘기황후’…하지원, 역사왜곡 논란 뛰어넘을까
“역사적 사실대로 만들 거면 다큐를 찍지 왜 드라마를 찍느냐(주진모)”

제작단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고려사’ 속 ‘문제적 두 인물’인 기황후와 충혜왕을 놓고 기막힌(?) 상상력을 발휘한 탓이다. 방영 이전부터 시청자들은 기황후의 ‘성공스토리’에 방점을 둔 MBC 새 월화극 ‘기황후’를 두고 따가운 시선을 쏟아내고 있다.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는 고려 말 원나라 공녀로 끌려간 고려여인이 순제의 황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문제는 드라마의 해석이 역사의 기록과는 사뭇 다른데 있다. 고려사 속 기황후는 원나라 마지막 황제인 순제의 황후가 돼 자신의 일가친척(기철 4형제)을 고려 요직에 배치한 세도정치를 폈을 뿐 아니라, 일가가 숙청당하자 고려 정벌을 부추겼다. 역사 속에서 모국을 이용하며 쥐락펴락한 악인으로 알려진 기황후를 드라마에선 ‘대륙을 품은 철의 여인’으로 미화한다는 데 논란이 크다. 기황후(하지원)와 삼각 로맨스를 그릴 충혜왕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로맨스에 휘말린다는 설정도 황당하지만, 고려 28대왕 충혜왕(주진모)은 정사는 뒷전에 쾌락만 좇은 허랑방탕한 생활을 즐겼고, 아버지 충숙왕의 후처들을 겁탈한 패륜아로 묘사돼 있다. 


제작진은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일단 충혜왕 캐릭터를 ‘가상의 인물’인 왕유로 대체했고, 드라마 시작 전후로 자막을 통해 ‘픽션(허구)’이라고 공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대적 부분과 문제가 되는 기황후의 미화 논란은 여전하다. 때문에 ‘황진이’ ‘다모’를 통해 사극퀸에 오른 ‘액션 되는 여배우’ 하지원의 컴백도, 대륙을 오간 웅장하고 화려한 스케일도 다소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현재 제작진의 입장은 한결같다.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했지만 “핵심적인 이야기는 모두 창작”이라는 것. 연출을 맡은 한희 PD는 “실존인물들이 많이 나와 퓨전사극이라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기황후에 대한 기록도 단출하다. 드라마의 내용은 허구에 가깝다”고 해명했다.


사극 드라마에 사실 왜곡 논란이 따라붙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팩션(Faction·사실에 기반한 창작)을 표방하며 발휘되는 상상력이 선을 넘어설 때, 집중 포화를 맞아왔다. 본격적인 첫방송의 시작을 앞두고 장영철 작가는 “요즘 역사 문제가 민감하다는 것 잘 알고 있다”며 “기황후 이름인 ‘기승냥’도 지어낸 이름이다. 드라마 70% 이상은 허구의 인물이다. 드라마에선 역사에 기록된 황후가 된 이후 모습이 아니라 이전의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배우의 입장도 같았다. 기황후를 맡은 하지원도 “37년 동안 거대한 대륙을 움직이던 여인이라면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연기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50부작으로 기획된 드라마의 ‘기황후’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미 너무 많은 스토리가 소비된 사극에 역사왜곡 논란이 끊이지 않고 따라붙는 것은 철저한 고증절차를 밟지 않는 데에 있다. 작가의 상상력을 중시하는 역사드라마에서 자문단을 통해 일일이 허구적 재미를 걸러내기엔 흥행력이 떨어진 사극들은 금세 도태되는 탓이다. 하지만 고증에는 소홀하고 작가의 상상력에만 중점을 두기엔 위험한 것 역시 사극이다.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 혼돈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그려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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