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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수목극 ‘비밀’에 흥미를 느끼는 시청자들이 늘고 있다. 첫회만 보면 치정 복수극 정도로 보였지만 갈수록 서민의 삶과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우리 사회 시스템까지 생각하게 하는 명품드라마임을 알 수 있다.

SBS ‘상속자들‘은 김은숙 작가의 로맨틱 판타지 또는 신데렐라 드라마의 자기복제 성향을 보이고 있고, MBC ‘메디컬탑팀’은 지금까지 나온 의학드라마를 두루 섞어놓은 듯한 짬봉드라마의 성격을 보이는데다 주인공인 권상우가 감정연기는 좋지만 ‘ㅅ‘ ‘ㅆ’ 발음이 새는 바람에 몰입이 방해된다는 시청자들이 많다.

‘비밀‘은 미니시리즈를 처음 쓰는 유보라 작가의 작품이지만 화려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어 주목된다. 갈수록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며 13%까지 올라갔다.

‘비밀’은 이야기가 강하다 못해 독하다. 사랑하는 연인을 살해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독한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하지만 캐릭터는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황정음과 지성 캐릭터의 관계가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복수극이 멜로가 되는 어려운 과정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요즘 세상에 이런 여자가 어디있어”라고 할 정도로 계산하지 않는(황정음은 가난한 애인 배수빈의 뒷바라지를 하고, 검사가 된 그를 위해 뺑소니 살인사고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대신 간 여자다), 그래서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보다 용감한 여자와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어리석은 남자가 만났으니 참으로 어려운 드라마다. 사랑을 믿는 여자(황정음)와 사랑을 믿지않는 남자(지성)의 만남을 통해 변색되어버린 사랑의 의미를 짚는다.

악인 도훈(배수빈)도 심리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 가난하지만 정의로운 검사가 되기로한 도훈이 왜 검사를 그만두고 돈 많이 주는 재벌회사에 취직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추락시키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지성과 사랑 없는 정략결혼을 하는 세연(이다희)과 배수빈은 거북하지 않는 동병상련의 멜로를 진행하며 묘한 4각관계가 짜여져 있다.

잘못을 하지 않은 황정음이 아들까지 잃고 제대로 분노를 표현하지 않고 왜 계속 사과를 해야하는지를 보고, 불안정하고 복합적인 감정(복수심,연민, 동정)을 표현하는 지성의 연기를 보는 게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비밀‘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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