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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는 배우다’의 이준, ”‘욕설ㆍ섹스신, 광고 떨어진다는 회사에 제가 영화 밀어붙였죠”
“쟤는 가수가 본업인데 왜 ‘배우는 배우다’야, ‘가수는 가수다’면 몰라도. 그런 비난이 나올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난 관객이라면 절대 저를 욕하지 못하도록 만들자, 그런 집념으로 임했습니다.”

5인조 아이돌 그룹 앰블랙의 이준(25)은 잊어도 좋겠다. 영화 ‘배우는 배우다’(감독 신연식)는 ‘이준은 배우다’를 아주 명쾌하게 입증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개봉(24일)을 앞두고 만난 이준에게선 영화 속 강렬한 연기와 존재감은 어디론가 증발하고, 오롯이 자기 길만 숙고하는 25살의 진지한 청년, 캐주얼웨어 차림새의 유쾌한 젊은이가 느껴졌다. 영화 속 매니저의 대사처럼 ‘매력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 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동안 회사가 꺼려서 출연을 못한 작품이 꽤 있었습니다. ‘이번만큼은 제 판단대로 가겠습니다’’라고 했지요. 광고 섭외 안 들어온다면서 회사가 망설였기 때문이죠. ‘내가 광고찍는 사람이냐, 저는 연기하고 노래 부르는 사람’이라고 밀어붙였습니다.”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신연식 감독이 연출한 ‘배우는 배우다’는 진정한 연기를 하겠다며 현실과 가상을 혼동해 무대에서 곧잘 말썽을 부리던 젊은 무명 배우가 한 매니저에게 발탁돼 접대, 로비, 끼워팔기, 스폰서 알선 등이 횡행하는 연예계의 한 가운데로 들어가 겪는 성공과 몰락을 담았다. 극중 마네킨을 상대로 애증과 분노를 교차시키는 자기파괴적인 첫 장면부터 이준은 신인답지 않게 객석과 스크린을 공격적으로 장악해간다. 아이돌스타의 이미지를 뒤집는 욕설과 섹스신에서도 거침이 없다.

이준은 이번 영화 출연 자체가 “영화같은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김기덕 감독이 영화 ‘뫼비우스’ 홍보차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했고, 이준은 방송 중 “김기덕 감독의 팬”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이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랑 비슷한데도 있고, 잘 될 수 있는 친구인 것 같다”는 덕담으로 응수했다. 그리고 녹화를 끝내고 김 감독이 이준에게 연락처를 물어보더란다. 이준 표현대로 “세계적인 거장이 머리도 노랗게 염색한 어린 가수에게” 말이다. 그 후 이준에게 시나리오가 건네졌고, 읽은 그 길로 감독을 만나 출연이 성사됐다. 이준은 “검증도 되지 않은 내가 주연을 맡게 되다니 믿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준은 중학교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 그러다가 선생님 말씀과 추천을 따라 무용으로 일단 방향을 우회하기로 했고, 서울예고 무용과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으로 진학했다. 연기 욕심에 학교는 1년만에 그만두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가 현재 기획사를 만나 엠블랙으로 데뷔했다. 그 과정에서 ‘닌자 어쌔신’의 주연 정지훈의 아역을 맡기도 했고, TV 드라마에도 출연했으며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이준은 가히 ‘전천후’지만 역시 중심은 연기다. 삼십대, 사십대가 되면 결국 ‘배우’로 남게 될 것이라는 게 이준의 말이다.

연기든 무용이든 만나는 선생님마다 첫 질문이 “굶어죽어도 하겠느냐”는 것이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이준에게선 의젓한 청년 배우의 기상이 물씬하다. 다만, 지금도 앞으로도 가장 어려운 일로 연애를 꼽으며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조차 전화번호도 묻지 못한다, 도대체 어떻게 여자를 만나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할 때는 영락없이 앳되고 수줍은 청년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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