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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각장애 조각가 신재환 “자연과 인간,하나임을 깨달으니 작업이..”
[헤럴드경제=이영란 기자] 작은 새 세마리가 둥근 둥지에 앉았다. 아빠 새, 엄마 새, 그리고 둥지 속 새는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기 새다. 다정한 가족을 표현한 조각가 신재환(40)의 작품 ‘둥지’이다. 

신재환은 단단한 재료인 돌을 쪼아 부드럽고 풍성한 곡선을 만든다. 그리곤 둥근 둥지를 만들어 가족의 사랑을 표현한다. 둥근 원은 가운데가 뻥 뚫린 ‘열린 구조’여서 소통을 은유하고, 저마다의 위치에서 노래하는 새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탈리아 까라라 산(産) 대리석의 투명한 듯한 분홍빛도 따뜻함을 더해준다.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자였던 신재환은 5수를 한 끝에 상명대 미대 조소과에 입학, 각고 끝에 조각가가 됐다. 원로조각가 전뢰진 선생에게 7년간 사사한 그는 “나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 생각한다. 오랫동안 갈증이 깊었는데 새를 조각하면서 새 생명을 얻었다”고 했다. 그가 새롭게 제작한 ‘둥지’ 연작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갖는다.

 
신재환 ‘둥지’. 대리석

전시를 여는 청작화랑은 작가의 어머니 손성례(67)씨가 운영하는 화랑. 아들을 위해, 또 아들과 같은 장애인들이 예술혼을 꽃 피우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 화랑을 연 어머니 손성례 대표는 “참으로 어렵게 작가의 길에 접어든 아들의 작업이 최근들어 조금씩 소장자들에게 팔려나가며 반응이 이어지고 있어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신재환 '소망'. 대리석


손 대표는 첫돌이 지나도 말문을 열지 못하는 아들이 청각장애자로 판정이 나자, 입모양을 보고 말을 하는 구화를 가르쳤다. 사과, 배 등 사물을 든 채 입모양을 수십 번 되풀이하는 방법으로 아들을 훈련시킨 것. 결국 아들은 어느정도 말문을 트게 됐고, 일반 초등학교와 일반 중고교에서 학업을 이수했다.

신문을 즐겨 보던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운보 김기창 화백의 기사가 실린 신문을 들고 와선 “나도 운보 선생님처럼 미술가가 되겠다”며 어머니를 졸랐다. 이에 어머니는 아들을 작가로 키우기 위해 1987년 청작화랑을 연 것. 그리곤 아들은 운보 선생을 만날 수 있었고, 원로조각가 전뢰진(예술원 회원) 선생의 조언으로 그림에서 조각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곤 마침내 돌조각을 하는 작가가 됐다. 돌 깨는 작업을 할 때 정상인만큼 알아듣지 못한 나머지 망치로 손등도 무수히 찧었다. 

[사진설명=작품 앞에 선 조각가 신재환.]


신재환의 조각은 서울 상문고와 사직공원에 설치되기도 했다. 5회째인 이번 개인전에는 가족의 의미를 표현한 ‘둥지’를 비롯해 ‘생명의 서정’,‘동심 속에서’ 등 30여점의 돌 조각이 출품됐다. 전시는 25일까지. 02)549-3112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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