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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 드라마, '성공 릴레이' 왜?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 KBS 월화극 ‘굿닥터’가 끝나갈 시점에 MBC는 새 수목극으로 ‘메디컬 탑팀’을 방송한다. 의학드라마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방송됐다. 그럼에도, 대부분 성공한다.

우리는 성공한 의학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의느님’ 탄생을 목격하게 된다. ‘하얀 거탑’의 장준혁(김명민 분), ‘외과의사 봉달희’의 안중근(이범수 분), ‘브레인’의 이강훈(신하균 분), ‘골든타임’의 최인혁(이성민 분), ‘굿닥터’의 박시온(주원 분) 등이 그동안 탄생한 ‘의느님’들이다. 의학 사극 ‘마의’에도 인의 백광현(조승우 분)이 있다. ‘의느님’들은 거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큰 상을 받는다.

의학드라마가 계속 성공작을 내놓는 이유는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얀 거탑’은 가난이 준 트라우마를 지닌 장준혁이 병원 권력관계 속에서 출세와 욕망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 좌절되는 과정이 진한 연민을 자아냈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깐깐하고 실력 있는 의사 안중근이 후배 의사와 사랑을 나누는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의학드라마였다. 

‘브레인’은 의사가 곧 환자다. 장준혁처럼 성공과 출세에 집착하는 의사 이강훈이 20년 전 의료 사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김상철(정진영 분)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행복한가’를 물었다. ‘골든타임’은 최인혁이 병원 제도와 시스템보다 환자 치료가 우선이라는 사실을 병원 제도를 어겨 징계까지 받아가며 보여줘, 사회고발성 드라마가 됐다.


‘굿닥터’는 기존 의학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소아외과 영역을 다뤄, 또 다른 의학드라마 느낌을 주고 있다. 아이를 대상으로 하니 캐릭터도 달라졌다. 아동 학대 등의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순수함을 지닌 의사 박시온은 우리가 기존 의학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캐릭터다. ‘인간 스캐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의학 지식을 다 외우고 있지만 사리분별력과 사회성이 떨어지고, ‘집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박시온이 정의롭고 실력 있는 멘토 의사 김도한 교수(주상욱 분)와 차윤서(문채원 분)의 도움을 받아가며 ‘서전(외과의사)’이 돼가고 있다. 그러면서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를 묻고 있다. 박시온의 성장기는 시청자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오는 9일 처음 방송되는 ‘메디컬 탑팀’도 의학드라마로서 차별화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동안 의학드라마는 일반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등 특정 과를 중심으로 전개됐고 ‘과’끼리는 미묘한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여줬다. 하지만 권상우, 주지훈, 오연서, 정려원 등이 출연하는 ‘메디컬 탑팀’은 외과, 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각 분야 최고 의사들이 ‘탑팀’이란 이름 아래 모여 국내 수술 성공률 50% 미만의 희귀 질환을 치료하는 드라마다. 협진 시스템은 종합병원의 질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오디션에서도 하모니와 컬래버레이션 능력을 중시하는 추세이듯이, 병원도 협업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힘을 보여줄 것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치료 미션을 수행하며 팀제 아래에서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기대된다. 협진 드림팀은 ‘미션 임파서블’의 의학 버전이다.


우리 사회는 잘하고 똑똑한 몇 명이 끌고 가며 독식하는 시스템, 그래서 편 가르기가 이뤄지는 시스템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있다. 이곳에서는 못하지만 저곳에 가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능력과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사실 ‘굿닥터’의 박시온도 단점을 보강해 재능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알맞은 자리에 앉혀야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런 적재적소의 작업은 시스템의 힘이다. 그런 재능을 방치해두면 개인적인 불행이자, 사회적인 손실이다. 의료팀제는 우리 사회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장치다.

의료팀제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다루기에도 좋다.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리더십과 갈등, 관계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고 멜로 코드를 심기에도 유리하다. 의료 민영화 문제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진감 넘치면서도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로 ‘메디컬 탑팀’의 주인공이자 인간미 넘치는 의사 박태신으로 분하는 권상우가 새로운 ‘의느님’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가 궁금하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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