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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덟개의 눈물방울,검은 꽃이 되다..양대원의 ‘오래된 눈물'展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여덟개의 잎사귀가 하나로 모였다. 완벽에 가까운 검은 꽃이다. 정교하면서도 탐스럽다.

그런데 정교한 꽃잎들은 마치 눈물방울같다. 잠시 후면 ‘툭’하고 터질 듯, 풍선처럼 팽창돼 있다. 완벽하게 둥근 꽃을 살짝 흐트려놓은 것은 중앙에 숨어있는 사람이다. 꽃 속에 작은 사람이 숨어있으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의표를 찌른다.

이 강렬하고 단순한 그림은 화가 양대원(47)의 신작 ‘꽃1’이다. 오는 25일부터 서울 안국동의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에서 ‘오래된 눈물’이란 타이틀로 초대전을 여는 양대원은 지난 2011~2년 프랑스 노르망디 레지던시에서 활동하며 준비한 검은 물방울그림들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양대원 ‘꽃1’, 광목 위에 한지, 아교, 아크릴물감, 토분, 커피, 린시드유. 148×148㎝ 2011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그동안 강렬하고 특이한 그림으로 스스로의 내면을 시니컬하게 표현해온 작가는 이번엔 개인을 넘어, 국가 사회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로 사색의 범위를 넓혔다. ‘이별’ ‘전쟁’ ‘빈곤’ 등을 다룬 그림들은 본질적으로 슬프고, 외로운 존재인 인간의 삶과 역사를 간결하면서도 호소력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화면마다 크고 대담하게 등장했던 자신의 분신인 ‘동글인’은 작가의 확장된 시선에 따라 작품 속에서 그 크기가 현저히 작아졌다. 또 동글인의 눈에 고이거나 흘러내리던 작은 눈물은 크고 검은 눈물방울로 확대돼 화면 전체에 꽃잎처럼 구름처럼 배치됐다. 그 눈물은 오래오래, 마음 속에서 켜켜이 쌓여왔던 눈물이다. 절실하고도 진실한 눈물이다. 그리곤 마침내 몸 밖으로 검고 또렷하게 맺혔다.

양대원의 단색조의 똑 떨어지는 신작들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한결 넉넉하고, 성숙해졌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완결성이 높아진 작가의 신작은 오는 10월 30일까지 작품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02)736-4371

yrlee@heracorp.com

양대원 ‘자화상-눈물’, 광목 위에 한지, 아교, 아크릴물감, 토분, 커피, 린시드유. 148×102㎝ 2011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양대원 ‘눈물의 숲2’, 광목 위에 한지, 아교, 아크릴물감, 토분, 커피, 린시드유. 110×148㎝ 2011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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