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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에서 부품 기업 CEO로...이성진 부강샘스 대표의 이유있는 도전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절박함’. 이성진(42) 부강샘스 대표의 대답은 단호했다. 앞날이 보장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중소기업 CEO로 변신, 세계최초의 침구 청소기를 만들게 된 배경을 묻는 순간이었다.

이 대표는 “절박함이 없이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도,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매사에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주문을 스스로 건다”고 말했다.

부품전문기업 부강샘스의 건강가전 브랜드 ‘레이캅’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른바 ‘업계의 핫 브랜드’다. 2004년, 이 대표가 가업을 잇기 위해 부강샘스에 입사하면서 건강가전사업부를 신설했다. 이후 2년 반에 걸친 연구ㆍ개발 끝에 2007년 세계최초 침구살균청소기 레이캅을 내놨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경영자이자 제품 개발자의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원래 이 대표는 ‘의사’를 꿈꿨다. 어린 시절 시골 노인인 친할머니를 푸대접하는 ‘의사 양반’을 보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한 멋진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은 성적으로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 과정도 거쳤다. 

하지만 부강샘스의 창업자인 아버지는 이 대표의 선택을 탐탁지 않아 했다. “의사가 되어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이 많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 이 대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고 오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미국 듀크대 경영학석사(MBA) 길에 올랐다.

평생을 바쳐 공부해온 의술이 아닌 ‘경영’을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도 높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어렵게 오른 유학길을 대충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 대표는 “여러 경험을 쌓기 위해 일부러 미국 기업의 입사 인터뷰를 보고, 팀 과제를 도맡았다”며 “의사의 길’은 잠시 잊고, 현실에 최선을 다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렇게 절박하게 발자국을 내딛자 새로운 길이 열렸다. 존슨앤드존슨에서 입사 의사를 타진해왔다. 이 대표는 존슨앤드존슨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하며 뉴저지, 뉴욕, 펜실베이니아 지역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 대표가 반 발자국씩 발을 내딛으며 힘겹게 쌓은 의사로서의 경험과 마케팅 경험은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레이캅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당시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무너져가던 부강샘스에 건강가전사업부를 신설, 침구살균청소기 개발을 시작한 것도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건강 관련 시장이 클 것’이라는 마케터로서의 감이 결합한 결과였다.

결국, 탄생 당시 회사에서 ‘찬밥’ 취급을 받았던 레이캅은 이제 회사 전체 매출의 40%를 내는 ‘황금알’이 됐다. 현재 레이캅은 글로벌 누적 판매량 115만대를 넘기며 전 세계 25개국으로 팔려 나간다.

이 대표는 “의술과 기술을 결합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드는 기업으로 더욱 커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단기간의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꾸준히 절박함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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