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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DSR이다⑤>디자인월드 뒤바꾼 패스트패션에 답이 있다
20세기는 혁신이 넘친 시대였다. 수많은 아이디어와 발명이 생활을 바꿨다. 이는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20세기의 시작과 끝을 비교해보면 그 변화상이 극명해진다.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입기조차 힘든 코르셋이나 바닥에 끌리는 드레스를 입던 1900년대에서 겨우 100년이 지났을 뿐인데, 여성들은 나체로 선탠을 즐기고 ‘하의실종’ 치마를 입는다.

앞으로 100년, 패션은 얼마나 극적이고 도전적인 모습을 띠게 될까. 컴퓨터가 옷에 장착돼 버튼 하나만 누르면 무늬가 바뀌는 스커트처럼 말이다.

하지만 패션은 더이상 ‘초현대’를 향해서만은 가진 않을 듯 하다는 게 중론이다.어떤 때는 오히려 질주하는 세계를 멈춰 세우고, 근본적 변화의 역할을 마다 않는다. 옷 역시 마냥 변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책임과 공존의 가치를 담아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흔한 마케팅 구호가 된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ㆍ친환경)’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ㆍ협업). 패션에 일고 있는 이 바람은 근본적으로 ‘책임과 공존’에 대한 고민이 바탕에 깔려 있다. 당연히 큰 틀의 문화 측면에서 보면 이 두 키워드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기업이 ‘디자인 강자’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옷을 SPA 브랜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세계 트렌드세터들은 열광했다. 서울, 도쿄, 베이징의 H&M 매장 앞에는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행렬을 이뤘다. 루이비통, 샤넬 등 하이엔드 브랜드 앞에서 그랬듯이 고객들은 몇 시간전부터 긴 줄을 섰다. ‘줄세우기’ 마케팅이라는 비난도 일었지만, 밑바탕엔 이 패션기업의 브랜드파워, 즉 ‘디자인 파워’가 있었다.

‘에코 프렌들리’ 패션은 어쩌면 1960년대 초 미국 히피족들이 스타트를 끊었는지 모른다. 그들은 ‘싸우지 말고 사랑을 하자(Make love, not war)’라고 외치며, 세련되고 번지르르한 스타일을 거부했다. 또 이미 자연에 해를 주지 않는 삶, 이른바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것이 주류 패션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기후변화, 살충제 사용, 오염과 폐기물 등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문제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본격적인 각성을 일으킨 것은 1990년대부터다. 패션업계가 친환경 의류, 즉 ‘에코 패션’으로 대응한 것이 일조했다는 평가다.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 대표 ‘디자인 강자’는 일명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는 SPA(제조ㆍ유통 일괄형)브랜드에서 탄생했다.

스웨덴 패션업체 ‘H&M’은 서로 상충하는 두 가지 영역(패스트 패션과 에코 패션)을 공존시켰다. 눈에 보이는 실제 옷 디자인과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 디자인’이라는 두 토끼를 잡는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SPA브랜드는 대량 생산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를 조장, ‘반환경적’이라는 비난을 받곤 하는데, H&M은 이를 정면 돌파했다. 부정적 이미지의 근원을 건드린 것이다. 유기농 면화 등 친환경 직물 사용을 늘리고 ‘환경주의’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고 있는 스텔라 매카트니와 디자인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했다. ‘에코 패션은 소재의 제약 때문에 덜 예쁘고, 가격은 비싸다’라는 편견을 불식시켰다. 영국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의 옷은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보아도 디자인적으로 훌륭해 헐리우드 스타 등 전세계 유명인의 사랑을 받는다. 이 협업으로 매카트니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졌고, H&M은 세련된 ‘에코패션’ 이미지를 얻었다. 디자인업계에서의 대표적 ‘윈-윈’으로 평가 받는다.

상당수 패션기업들이 친환경,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대부분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수단일 뿐 실천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 ‘협업’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면서 ‘상생‘의 가치를 담아내며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 하지 못한다는 한계론도 일각에선 나온다. 


이같은 가운데 H&M이 이미지ㆍ매출 상승의 효과를 톡톡히 본 ‘협업’에 더욱 속도를 내며, 지속적인 디자인 업그레이드를 단행한 것은 놀랍다. 칼 라거펠트, 베르사체, 소니아 리키엘, 마르니, 마르지엘라, 이자벨 마랑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그리고 ‘하이엔드(고급)’ 브랜드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또 ‘친환경’ 운동은 ‘컨셔스 액션(Conscious Actionsㆍ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일련의 활동)’ 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 브랜드 관계자는 “2020년까지 제품 전량을 유기농 면으로 대체한다는 가시적 계획 뿐 아니라 ‘의식 있는 소비자’를 양산해 내는데에 패션기업으로서의 최종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기업은 친환경 소재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사람들은 수동적이지만 일차적으로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후 옷을 통해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 인류를 위협하는 모든 것을 ‘인식’까지 하는 것. 이것은 H&M의 옷(컨셔스 컬렉션)을 입음으로써 변화를 체험하고, 과감하게 그 변화속에 동참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질수 있게도 된다. 이것이 패션기업 H&M이 꿈꾸는 ‘컨셔스 액션’이다.

이같은 H&M 케이스는 글로벌 패션디자인 업계의 단편적 사례일 뿐이다. 지금의 패션디자인의 컨셔스 액션 흐름은 파급력을 띠며 글로벌 전체를 물들이고 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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