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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 복면사마의 게임캠퍼스 이야기] 연길시의 중국진출 전초기지화와 그 당위성 ①
구한말부터 우리의 선조들이 이주하기 시작하며 정착한 북간도.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의 근거지였으며 수 많은 항일투사들을 배출해 낸 곳이 지금의 연변조선족자치주이다. 중국 길림성(吉林省) 동부에 위치하며 흑룡강성(黑龍江省)과 인접하고 있는 연길시(延吉市)는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도(主都)이고 인구는 50만에 조선족 비율이 58%에 이르는 동포들의 도시이다.
조선족들의 도시로 알려진 이곳 연길시에 나는 벌써 3년째 방학기간 동안 학생들을 데리고 온다. 연변대학교 미술대학과의 학생 교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중 대학생게임개발캠프'에 참가하기 위함이다. 약 4주간 연변대학교 학생들과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학생들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함께 땀을 흘리며 게임을 개발하는 시간을 갖는다.처음 연변대를 방문했을 때의 기억이 난다.
사람의 천성과 기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 나는 위기에 강하고 잡초 같은 근성을 지닌 우리 민족의 피를 이곳 조선족들과 함께 나누었다고 생각했었다. 때문에 지역 산업이 매우 낙후되어 있고 그로 인한 청년 취업난을 겪고 있는 연변대의 조선족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한국의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길을 뚫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준비하는 그런 치열함이 연변대학교의 조선족 학생들에게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이곳의 조선족 학생들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졸업 후 2~3년은 당연히 취업을 못하는 기간이라고 순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걸 느꼈었다.조선족 학생들에게 연변이라는 지역은 영화 '황해'에서 그려졌던 것처럼 희망도 미래도 없는 죽음과 같은 삶과 같다.  때문에 그들 중 우수한 학생들은 연변을 떠난다. 큰 도시가 있는 아래지방으로 혹은 한국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무작정 떠난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또한 그들을 그저 한국말을 어설프게 하는 아주 못사는 이웃나라 원주민쯤으로 생각하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첫 해 교류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연변대학교 미술대학 여학생이 졸업 후 상해의 한 회사에서 통역으로 일하다가 결국 한국에 있는 숙소를 제공하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 가슴에 바위 한 덩어리 얹어놓은 듯한 아픔을 느꼈었다.
그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 척박한 땅에서 피땀으로 번 돈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아낌없이 내놓았을 것이다. 무장항일 투쟁에서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졌던 우리민족의 선구자였을 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중국인이 되어버린 그들에게 그들의 선조들의 목숨 값으로 인해 지금은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발돋움한 대한민국은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 조차도 큰 빚을 진 듯한 감정을 떨칠 수 없다. 우리보다도 훨씬 더 우리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계승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고 있는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 하지 않을까?게임 판에서 먹고 살고 있으니 게임으로 무언가 일을 도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우리와 피를 나누었으니 예(藝)와 기(技)에 능할 것이며 실제로 연변대학교 미술대학과 예술대학은 학생들이 우수하기로 중국 내에서도 위상이 높다. 기본기는 탄탄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가르치자. 가르쳐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자. 그것이 3년동안 이곳을 오가며 생긴 내 사명이며 연길시에 한국게임업계의 중국 진출의 전초기지를 세워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자 가장 큰 당위성이다.
글 | 최삼하(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편집국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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