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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전같은 수업…경험 · 감성 곁들인 디자인 세계가 반했죠”
IDEA - 레드닷 어워드 수상자…SADI 정수현 - 송규호 학생
삼성전자 · 제일모직 임원 직접강의
매년 105명 선발…실무적인 체험

“다양한 이력의 동료학생들과 교감
디자인 제품화…온몸으로 익히죠”


세계 최고의 산업 디자인 상인 미국의 ‘IDEA’는 올해 한국의 학생 디자이너가 만든 ‘소금통’에 상을 줬다. 손으로 가볍게 쉽게 쥘 수 있는 검정색 플라스틱 재질의 소금통은 끝에 눈으로 볼 수 있는 오목한 공간이 있다. 통을 가볍게 흔들면 그곳에 하얀 소금이 쌓이는 데, 눈금이 있어 소금의 양을 정확히 확인하고, 원하는 만큼 소금을 넣을 수 있다. 간단하지만 세련된 방법으로 누구나 고민하는 ‘저염식’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대부분 소금통이 하얗다 보니 얼마나 소금을 넣는지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했으며, 생활에서 마주치는 문제점 해결을 위해 디자인을 활용한 결과가 수상으로 연결된 것 같다”는 게 수상 소감이다.

‘맘마(Mamma)’라고 이름 지어진 이 소금통을 디자인 한 것은 삼성디자인학교(SADI) 제품디자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수헌 씨. 그는 이미 세계 주요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 차례 수상한 바 있는 엄연한 ‘디자이너’다. IDEA에서 정 씨에게 올해 또 하나의 상을 안겨준 ‘Widy’는 세탁물의 특성에 따라 건조대의 살을 이동할 수 있게 한 제품이다. 역시나 간단하지만, 우아하게 생활 속 문제를 풀어냈다.

이런 디자인을 가능하게 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 씨는 “이전 공예를 전공할 때는 무조건 보기 좋은 것만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면서 “어떤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감성을 건드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많이 생각한다”고 했다.

SADI는 1995년 삼성이 출범시킨 디자인 학교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디자인 인력을 육성해내자는 차원에서 출범해 어느덧 개교 2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열정만 있다면 나이, 성별, 미술전공 경험 등에 관계없이 디자인을 처음부터 배울 수 있게 한 개방적인 구조, 기업과 연계된 실무형 커리큘럼 등을 기반으로 고급 디자인 인력을 국내외로 배출시키며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양성소’로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 

삼성디자인학교(SADI)의 정수헌(우측) 씨와 송규호 씨는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다. IDEA, IF, 레드닷 등 세계 주요 디자인 어워드에서 잇달아 수상한 베테랑들이다. 단순히 아름답기보다는 쓰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 좋은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게 이들의 포부다.

매년 105명씩 선발되는 SADI 학생들은 이곳에서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여러가지를 배운다. 디자인 분야의 전임교수들뿐 아니라 삼성전자나 제일모직의 디자인 임원들이 직접 강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실제 생활에 쓸 수 있는 디자인, 제품화하고 상업화 할 수 있는 실전 디자인을 가르친다.

“기업들과의 산ㆍ학 협동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어서 좋다. 단순 디자인을 넘어 제품의 마케팅이나 판매, 관련 기술 등 실무적인 부분을 실제로 체험해 보면서 제품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바꾸게 됐다”고 말하는 2년생 송규호 씨도 SADI가 자랑하는 기대주다.

그 역시 세계 유수의 공모전에서 이미 수차례 수상한 ‘베테랑’이다.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 상의 하나인 레드닷 어워드에서 수상한 냉온장 기구 ‘Restore Well’은 독창성을 주목 받았다. 둥그런 바가지처럼 생긴 제품은 바닥에 설치된 물질의 열전도 현상을 이용해 물건을 담아두면 금세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휴대가 쉬울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사용자가 냉장고에 들락거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해외의 많은 업체들이 문의해 온다. 창문에 붙일 수 있게 한 태양전지 기반의 전기 플러그 ‘윈도 소켓’ 역시 세계 유수의 기업들로 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구현만 된다면, 오지에서 전력설비 없이도 전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동료들, 이종산업과 교감하는 법을 배운다. 전자공학, 섬유공학, 경영학, 신소재학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동료들끼리 적극적으로 교감하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제품으로 구현하는 법을 몸으로 익힌다. 디자인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학문과 산업을 받아들이면서 예술과 사회과학, 인문학을 섭렵한 ‘융합형 인재’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학생들은 바로 그곳에 SADI의 경쟁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 씨와 송 씨 모두 꿈이 크다. 졸업 후 세계적인 디자인 에이전시나 글로벌 기업으로 진출해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세계적인 디자이너으로 성장한 뒤 나중에 이를 한국 사회의 디자인 파워를 높이는 데 쓰고 싶어 한다.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인터뷰 말미에 “삼성의 디자인을 어떻게 보는가”를 물었다. “전에 없던 삼성만의 아이덴티티가 이제는 제품에 확실히 반영되기 시작한 것 같다. 제품도 많고 타킷이 되는 고객층도 다양한데 그안에 삼성만의 가치를 통일화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는 답이 돌아온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에누리 없는 평가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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