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커다란 선글라스 뒷편의 얼굴이 궁금해”…김지희의 채색인물화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솜사탕처럼 둥글게 부푼 퍼머머리, 그 사이로 살짝 솟은 두개의 뿔, 작은 얼굴을 뒤덮다시피 한 큼지막한 선글라스, 입술 사이로 드러난 치아교정기.

젊은 여성화가 김지희(29)의 그림은 밝고 가볍다. 인물들은 모두 활짝 미소를 머금고 있다. 톡톡 튀는 캐릭터와 강렬한 색채 때문에 그의 회화는 서양화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모두들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그림이겠거니...’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이화여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장지(한지를 여러겹 덧붙인 종이)에 전통 채색기법으로 작업하는 작가다. 때문에 색감이 밝고, 강렬해도 그림이 들뜨지 않고 차분하다.

‘동양적 팝아트’를 추구하는 작가 김지희가 개인전을 연다. 오는 4~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대표 손성례)에서 전시를 갖는 그는 이번이 어느새 여섯번째 개인전이다. 해외에서도 그의 밝고 발랄한 그림은 반응이 좋아 그룹전및 아트페어에 100여회나 참가했다. 또 화장품 브랜드 미샤, 걸 그룹 소녀시대와 협업하기도 했다.


교정전문 치과에서도 그의 그림은 인기가 높다. 치아교정기를 낀 채 밝게 웃고 있는 캐릭터 때문이다. 작가는 “대학시절 치아교정기를 착용한 적이 있다. 아름다움을 위해 억압과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렸는데 치과에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2년 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의 주제는 ‘Virtual Camouflage(가상의 위장)’이다. 전시 상황에서 군인들이 풀숲에 몸을 감추기 위해 위장(camouflage)을 하는 것에서 모티프를 얻은 테마다.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대사회를 획일적인 웃음 뒷편에 가려진 인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번에 김지희는 명품(럭셔리) 브랜드의 보석반지며 브로치 등을 세밀하게 그린 신작 ‘버진 하트(Virgin heart)’도 선보인다.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에 빠져드는 도시인의 이중성과 무력감을 팝아트 풍으로 소화한 연작이다.
“제 그림을 접한 이들은 ‘동양화가 이렇게 화려하고, 밝은 작품도 가능하냐?’고 되묻곤 한다. 앞으로도 이 시대 동양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총출품작은 30점. 02-549-3112.


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