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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 겨울, 네이버가 멈춘 그날 이후…
데이터 서버 이전 이유로 핵심서비스 30시간 중단…각 포털·SI기업마다 데이터센터 구축…이젠 ‘올스톱’ 은 더이상 없다
NHN, 업계 최초 춘천에 ‘각’ 설립
SK컴즈는 일산 등 3곳에 IDC 운영
LG CNS는 부산에 클라우드 센터
SK C&C도 아시아 최대규모 ‘대덕 DC’

24시간 가동·일정 온도 유지 목적
비상발전기 갖추고 산자락 택하기도



“2000년 12월, 데이터 서버를 목동으로 옮기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당시에는 서버를 옮길 비용이 부족해 직원들이 차에 타서 각자의 무릎 위에 서버를 올려놓고 이동했다.”

네이버의 한 직원이 지난 2000년에 경험한 일이다. 당시 NHN은 서비스용 서버 100여대를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에서 한국통신 IDC로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e-메일과 검색 등 핵심 서비스가 30시간 넘게 완전히 중단됐다. 당시 관계자는 “데이터 훼손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지만 이용자들은 서버에 있는 파일을 복사, 임시저장 서버에 저장한 후 이전작업을 했어야 했다며 크게 항의했다.

13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한국인은 하루라도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국민이 됐다. 포털지도, e-메일, 카톡까지 모든 일상을 인터넷에 맡긴다. 때문에 인터넷을 관리하는 기업이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2000년 겨울처럼 포털 사이트가 30시간이나 멈춰버리는 건 더 이상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친구가 보낸 카톡 사진이 내 스마트폰으로 오기까지=최초로 사용자가 PC나 모바일기기에서 ‘사진’이라는 데이터를 전송하면 데이터는 잘게 쪼개져 각 기기의 통신장치를 통해 목적지로 전송된다. 이때의 목적지가 데이터센터다. 데이터 전송이 중단되거나 혹은 훼손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 데이터센터의 최초의 업무다.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드는데 상당수의 인터넷 기업은 그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NHN 역시 그간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으나 최근 네이버, 라인, 한게임 등 서비스의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타 기업에 맡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런 이유로 NHN은 춘천에 인터넷기업 최초로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설립했다.

 
NHN이 춘천시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각’의 서버실 내부. NHN은 인터넷기업 최초로 이 센터를 설립했다. 오른쪽은 NHN의 한 직원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싸이월드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 역시 미리부터 일산, 둔산, 성수에 3곳의 IDC를 운영해 왔다. SI기업들은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LG CNS는 부산에 대형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는데 이곳에는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의 서버가 유치돼 있다. SK C&C는 2001년 대전 유성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SK C&C 대덕 데이터센터(DC)’를 구축했다.

데이터센터에는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데이터들이 안전하고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적지 않은 네트워크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각 장비는 전달된 데이터가 악성코드를 숨기고 있는지 여부를 검사한다. 이때 악성코드를 포함한 데이터를 보낸 발신지는 차단된다.

데이터는 네트워크 장비를 거쳐 목적지인 서버에 도착한다. 서버는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회신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사용자가 전송한 데이터를 정상적으로 수신하고 그 결과값을 다시 돌려주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미리 서버에 가동 중이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들이 전달된 사용자 데이터를 보고 저장을 하거나 혹은 가공을 한 후 메시지를 보낸다. 서버에 저장이 완료되면 해당 프로그램에서 사용자가 요청한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저장됐는지, 혹은 에러가 발생했는지 등을 판단해 사용자에게 “업로드가 완료됐습니다”,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등의 신호를 통해 결과를 알려준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폰으로…데이터를 지켜라=통상 제주도에서 춘천 NHN 데이터센터 ‘각’까지 데이터를 전달하는 경로는 서울에서 춘천까지의 경로보다 길다. 이 경로 사이 설치된 네트워크 장비들은 데이터가 안전하고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때문에 네트워크장비와 서버는 24시간 가동돼야 하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우선 서버 자체가 엄청난 열을 뿜어내다보니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이런 이유로 데이터센터 설립 시 기온은 1순위 고려대상이다. NHN 관계자는 “각이 위치한 춘천시 구봉산 자락은 서울보다 섭씨 1~2도 정도 낮아 다른 지역에 비해서 우선순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센터 자체뿐 아니라 서버도 일정한 온도로 유지돼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한다.

NHN은 전기사용이 적은 심야 전력을 활용해 한낮에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여름이 길고 고온다습한 한국적 기후에 맞도록 1년여의 연구ㆍ개발을 통해 외기를 이용한 서버룸냉각장치도 적용했다. 35도 이상의 고온에 견딜 수 있도록 자체개발 서버도 도입했다.

정전ㆍ지진 등 비상사태에도 대비하기 위해 비상발전기를 구비하는 것도 필수다. ‘각’의 경우 비상시 외부로부터 전력공급이 단절된 경우 ‘다이내믹 UPS(배터리가 내장된 비상발전기)’라는 설비가 작동돼 2.5초 만에 전력이 공급된다. 이 전력은 72시간까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한다. UPS는 정전이 발생할 경우 회선이 끊어지는 순간 자동전원공급장치로부터 라인에 전원을 공급한다.

네이트를 서비스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 역시 무정전전원장치는 물론 다이내믹UPS 등을 가동시키며 정전이 발생할 경우 최대 90분 동안 최초 UPS가 동작해 전기를 공급한다. 이후에는 비상발전기를 통해 확보된 연료로 최대 48시간 정도 운영이 가능하다.

LG CNS는 일본 등 지진이 잦은 국가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 면진설비에 특히 공을 들였다. LG CNS의 부산데이터센터는 국내 데이터센터 중 처음으로 면진설비를 적용해 규모 8.0의 지진에도 무중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해발 5.5m 쓰나미 및 홍수에도 문제없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해발 6m 이상의 높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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