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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새별 “‘하이힐’은 여성의 다면적 감정의 표상”
이승환, 유희열, 이적, 김동률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웰메이드 가요’ 싱어송라이터 계보에서 여성 뮤지션은 늘 주변인이었다. ‘웰메이드 가요’에서 여성 뮤지션의 역할은 대개 누군가가 만든 곡의 목소리였다. 최근 인디씬을 중심으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들의 음악적 영역은 포크(Folk)에 집중돼 있다. 박새별은 여성 뮤지션과 ‘웰메이드 가요’의 몇 안 되는 교집합으로 주목을 받은 싱어송라이터다. 박새별이 3년 2개월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 ‘하이힐(High Heel)’을 발표했다. 서울 신사동 소속사(안테나뮤직) 사무실에서 박새별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새별은 앨범의 타이틀을 ‘하이힐’로 정한 이유에 대해 “하이힐을 좋아했던 언니의 신발장이 결혼 후 아이를 가진 뒤 플랫슈즈로 채워진 모습을 보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며 “하이힐은 20대 여성에겐 자신감과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언제든지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지만 30대 이후 여성에겐 상실감으로 다가오는 애증의 물건이란 생각이 들었고, 또 이 같은 여성의 다면적인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소재 같았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 3년 2개월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 ‘하이힐(High Heel)’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박새별. [사진제공=안테나뮤직]

앨범엔 이별 후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호소력 있는 보컬과 멜로디로 점층시키는 타이틀곡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한다면’을 비롯해 영화 음악을 연상케 하는 광활한 공간감과 사색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사라지는 것들’, 이별의 허무감을 도회적인 연주로 반전 있게 담아낸 ‘하이힐’, 본격적으로 인생을 책임지고 세상과 부딪혀야 하는 두려움을 솔직하게 그려낸 ‘아직 스무 살’ 등 9곡이 담겨있다. 비전형적인 코드(화음) 위에 실린 대중적인 멜로디 라인으로부터 오는 텐션(긴장감)이 재즈 풍의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음(音)의 조합이 쉽게 파악되지 않는 만큼 마무리의 여운이 길다. 여기에 밴드 세렝게티의 기타리스트 정수완, 보드카레인의 기타리스트 이해완, 드러머 신석철, 베이시스트 최훈,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대거 앨범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박새별은 “1집 ‘새벽별’과 2집의 가장 큰 차이는 녹음의 진일보와 정교하고 섬세한 사운드”라며 “곡에 가장 적합한 연주자들을 섭외하는 데 많은 공을 들여 제대로 ‘웰메이드 가요’를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음악 시장이 디지털 싱글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뮤지션이 음악으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여전히 앨범이 필요하다”며 “타이틀곡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한다면’이 4번 트랙에 자리 잡은 이유도 곡의 전후 감정선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한 편을 감상하듯 앨범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

박새별은 현재 거처를 대전에 두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굳이 먼 곳에서 학업과 음악을 병행하는 이유에 대해 박새별은 “지적인 호기심이 많고 무언가를 접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을 좋아한다. 음악 활동 역시 일종의 공부라고 생각한다”며 “문화기술대학원에선 기술을 비롯해 예술,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어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 그 상상력이 음악적 자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새별은 궁극적인 음악적 목표를 프로듀서라고 밝히며 롤모델로 칸노 요코를 꼽았다. 그는 “칸노 요코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빅밴드를 지휘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무척 인상 깊게 봤다”며 “현재 대중음악계엔 영향력을 가진 여성 프로듀서가 거의 없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지만, 프로듀서로서도 다른 뮤지션들의 좋은 앨범을 제작하고 싶은 것도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새별은 “여름이 사그라질 때쯤인 9월 이후에 단독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며 “많은 분들이 새 앨범의 음악에 익숙해져서 공연장에서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호흡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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