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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집보다 까페에서 공부가 더 잘 될까?

  • 기사입력 2013-06-14 06:44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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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대학시절, 시험기간이 되면 책이며 노트며 한 짐을 들고서 까페로 향했다. 어머니는 “공부를 왜 커피마시는 데서 하냐”며 잔소리를 했고, 친구들도 멀쩡한 도서관을 두고 애써 돈까지 내며 소란스러운 까페를 고집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1초에 만 원 씩 번다는 영국의 조앤롤링이 어디서 해리포터를 썼는지 알아? 애든버러에 있는 까페야. 어린왕자 소설 알지, 생텍쥐베리도 그거 다 까페가서 쓴거야. 까페가 없으면 소행성 B612과 함께 순수함도 존재하지 않았을거야.”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구차한 변명같아 늘 짧은 한마디로 끝을 냈었다. “까페에서 공부하는게 더 집중이 잘 되는 걸 어떻게하니.”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할 때 유독 까페를 고집하는 ‘까페족’들이 있다. ‘유난 떤다‘, 혹은 된장남ㆍ된장녀라는 주변의 눈초리에도 까페를 찾게 되는 이유는 까페에서 일이 잘 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느낌적인 느낌’이 비단 취향의 문제가 아닌 실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는 것. 시끄러운 공간에서 집중이 더 잘되는 이 아이러니한 현상을 설명하는 열쇠는 바로 ‘백색소음(화이트노이즈ㆍwhite noise)’다. 

<사진설명1> 까페소음을 들려주는 웹사이트 ‘웨어사운드(wheresound)’. 홍대, 강남, 가로수길 등 원하는 까페를 선택해 해당까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백색소음은 백색광에서 비롯된 용어다. 빛의 합이 결국은 백색광이 되는 것처럼,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의 합은 곧 넓은 음폭의 백색소음이 된다. 말하자면 소음들이 모인 소음이다. 백색소음은 대게 우리 주변의 자연 생활환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리들을 포함한다. 비 내리는 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 소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흔히 귀에 거슬린다고 생각되는 ‘소음’에 ‘백색’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은 비단 소리의 합이라는 의미 때문만은 아니다. 이름에 걸맞게 백색소음은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이른바 약이 되는 소음이다. 

<사진설명2> 아날로그 백색소음기 제작업체 HDT코리아의 가정용 백색소음기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은 “백색음의 경우 항상 들어왔던 자연음이기 때문에 그 소리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며 “한 의과대학의 도움으로 피 실험자에게 백색음을 들려주고 뇌파를 측정했더니 알파파가 크게 증가했다. 집중력, 안정도를 높인다는 증거다”고 설명했다. 사무실에서 백색소음을 들려줬더니 불필요한 잡담과 신체 움직임이 줄었거나, 백색소음을 듣고 공부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약 30%가량 증가한 실험사례도 있다.

까페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까페의 소음도 백색소음일까. 답은 ‘그렇다’다. 주위에서 웅성대는 소리, 잔잔하게 들리는 음악소리, 간간히 들리는 바람 소리 등 모두가 흔히 듣는 소음이기 때문에 백색소음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배 소장은 “절간에서 공부를 하면 공부가 잘 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적막감과 씨름해야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까페에서 들리는 소리는 평상시에 듣던 소리기 때문에 안정감이 들고 더군다나 소리는 있되 의미는 없어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3> 아날로그 백색소음기 제작업체 HDT코리아가 수험생을 위해 만든 백색소음기 ‘지니어스메이트’. 집중력 향상을 요하는 고시생과 수험생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로 까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웹페이지도 나왔다. 모바일웹 전문기업인 비엠씨소프트는 최근 실제 까페 소리를 녹음해 제공하는 웹사이트 ‘웨어사운드(Whereound)’를 열었다. 홍대ㆍ강남ㆍ가로수길 등 사용자가 원하는 느낌의 까페도 선택할 수 있다. 방민창 비엠씨소프트 대표는 “노트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해서 까페를 다니다가 소리를 녹음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녹음해서 들어보니 실제 까페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라며 “큰 소음 등은 적절히 편집해 최대한 까페분위기를 소리로 살렸다”고 말했다.

집중력 강화ㆍ스트레스 해소 등 긍정적인 효과 외에도 백색소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마스킹(Sound maskingㆍ어떤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다른 소리를 내는 것)에 있다. 특정 음향 파형이 반대파형을 만나면 사라지는 것에 착안, 반대파형이 모인 백색소음을 통해 소리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도청방지를 위해 이 같은 백색소음을 활용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 등에서 많이 쓰고 있다.

음향기기 업체 HDT코리아는 설치용ㆍ가정용ㆍ이명용ㆍADHD용 등의 아날로그 백색소음기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본래 스피커 측정장비 등 산업용에 많이 쓰이던 소음기를 확장시켜 10여년 전부터 사무실이나 회의실, 독서실 등에 사용가능한 백색소음기 제작을 시작했다.

사운드 마스킹을 위해서는 반대파형으로 부딪힐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소음을 만들어야하며, 주파수와 환경에 맞게 조절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 최근에는 집중력 강화에 좋다는 입소문을 타고 독서실이나 고시생들의 구매율이 높아지고 있다.

여인섭 HDT코리아 대표는 “산업용의 경우 소음을 덮는 데 많이 활용된다면 개인용은 공부하는 학생들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많이 구입해가는 편이다. 가격이 낮은 가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림동이나 노량진 고시생들도 많이 사가고 있다”며 “어떤 학생은 백색소음기가 없으면 공부가 안된다는 경우도 있고, 독서실 같은 곳에는 학생들의 요청때문에 구입해 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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