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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당당한 한국기업 外投기업을 찾아서 - 한국엥겔기계> 핸드폰 커버 · 차 범퍼, 한국인 섬세한 손 거쳐 나오다니…
오스트리아 본사 둔 엥겔기계
한국 우수인력·성장가능성 매력
15년전 평택에 공장설립
세계최대 사출성형기계 생산

부품 90%이상 한국업체서 구매
인접국 큰손 中 수출 80% 넘어
삼성 등 글로벌 협력관계 구축도



[평택=김상수 기자] “이제 기업에 국경은 사라졌습니다. 어디서 왔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외국계 기업으로서의 한계를 묻자마자 이승규 한국엥겔기계 부사장의 시원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마치 혈연과 족보를 따지듯 기업의 국경에 집착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다. 엥겔기계가 한국과 맺은 15년 역사가 그런 변화를 방증한다.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둔 엥겔기계는 사출성형기계 분야에서 세계 최대 제조사인 글로벌 업체. 이런 업체가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 땅에 공장을 설립했다. 그것도 15년 전인 1997년부터다. 높은 인건비나 인프라 비용 등의 이유로 국내 공장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하나둘씩 떠날 때 엥겔기계는 오히려 한국 공장에 투자를 확대하는 ‘모험’을 단행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스트리아 기업이지만, 한국에 투자하고 한국인을 고용하며 한국 중소 부품업체의 수출을 돕는 엥겔기계는 ‘한국 기업’과 다름없다. 아니, ‘한국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이제 기업에 국경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난 5일 경기 평택시 한국엥겔기계 공장에 코트라(KOTRA) ‘인베스트 코리아 서포터즈’ 소속 외국인 대학생이 방문, 사출성형기계 생산 공정을 견학하고 있다. 코트라는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대학생 중 총 35명을 선발해 국내 외투기업 현장을 견학하는 ‘인베스트 코리아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지난 5일 방문한 경기 평택시의 한국엥겔기계 공장 내에는 거대한 플라스틱 사출성형기계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출성형기계는 각종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다.

휴대폰 덮개나 자동차 범퍼 등이 이 기계를 통해 제작된다. 한국엥겔기계 관계자는 “현재 생산하고 있는 건 휴대폰 커버를 만드는 400t 크기의 기계”라며 “크기 등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판매가격이 한 대당 2억~3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945년 설립돼 오스트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엥겔기계는 사출성형기계 전문업체로 현재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 제조 규모를 자랑한다. 전 세계 6곳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이 평택 공장이다. 엥겔기계와 한국은 서로 ‘첫 만남’이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엥겔기계는 코트라를 통해 한국에 투자한 첫 외국기업이며, 엥겔기계도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 투자를 했다.

흥미로운 건 한국에 진출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에도 800만유로를 투자, 공장 규모를 20% 증설했다. 지속적인 투자와 증설을 거쳐 연간 생산 대수는 2002년 64대 수준에서 2011년 580대로, 올해엔 1200대로 늘어났다. 10여년 만에 20배 가까이 생산능력을 늘린 셈이다.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한국엥겔기계 공장 내에서 직원들이 사출성형기계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계 중 70%가 해외로 수출된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엥겔기계가 한국 시장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건 그만큼 한국 공장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우선 우수한 전문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휴대폰 덮개나 자동차 범퍼가 회사마다 조금씩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사출성형기계 역시 대량 생산되는 게 아니라 고객 요구에 따라 소규모 주문 생산된다. 많아야 20대, 적게는 단 1대만 생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부사장은 “대량 생산하는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을 지닌 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업종”이라고 전했다.

품질이 우수한 부품업체가 많다는 점도 한국의 강점이다. 한국엥겔기계도 90% 이상의 부품을 한국에서 구매하고 있다. 엥겔기계는 우수한 품질의 부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좋고, 한국 부품업체는 엥겔기계를 통해 수출길을 확보하게 된다.

중국 시장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엥겔기계 전체 매출 중 수출이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80%는 중국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3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비결도 바로 중국 플라스틱 산업의 급성장 덕분이다. 이병홍 한국엥겔기계 상무는 “중국에도 생산시설이 생겼지만, 한국 공장의 품질 경쟁력은 본사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밖에 삼성전자,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글로벌 업체와 협력관계를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것도 한국 시장의 장점이다. 이 부사장은 “우수한 인력과 품질 경쟁력, 아시아 시장과의 지리적 이점과 글로벌 기업와의 협력 관계 등 한국은 고부가가치 산업군에서 특히 투자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며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dlcw@heraldc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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