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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인배> 경제강국과 문화강국의 차이
‘얼마 전 한 기초지방자치단체 문예회관이 감사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시설관리공단이 위탁 운영을 하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하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의욕적으로 배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예산 부족, 시설관리 중심의 보수적 운영 등 여러 가지 근원적인 원인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감사결과 주요 지적 내용은 ‘실적 부진’이라고 한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자면 수익 차원의 실적 부진은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예회관 운영 목표가 수익 확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곳에 그럴 듯한 문예회관이 있느냐 없느냐는 그 지역 선호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 지역에는 문예회관이 없어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아”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런 탓인지 새로 지은 상당수의 문예회관들은 그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서의 외관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

많은 비용이 투자되어 건립된 문예회관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여 ‘실적 부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면 향후 운영 재원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고 그에 따라 실적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로 볼 때 세계 10위권의 강국이다. 이를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모든 사고방식을 경제우선,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관점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행복한 경제 강국’이라고 말하기에는 내ㆍ외부적으로 너무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고 또한 내재되어 있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지자체 문예회관의 경우도 그 여러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몇십 몇백 배나 더 큰 금액이 필요한 문제들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행복한 경제 강국’을 담보하는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또한 선결해야 할 과제이고, 우선 순위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문예회관의 최우선 목표가 수익달성에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어떤 운영목표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더 이상 주변 집값을 올리지 못하는 문예회관은 경제우선의 관점에서는 재개발 대상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극복논리로 문화경제학자들은 ‘문화가 돈이 된다’고 여러 사례들을 분석해 제시한다. 그리고 실제로 문화산업의 영역과 규모가 날로 커져가고 있으며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경제강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문화강국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창조경제의 범주도 이 어느 언저리와 겹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에게 한류 열풍과 문화강국의 자존감을 던져 준 싸이는 위와 같은 논리의 맥락에서 상당히 빗겨나 있는 듯하다. 오히려 그러한 맥락에 풍자와 조롱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예회관을 비롯한 공공 문화시설의 ‘실적 부진’을 비난하기 이전에 그곳에 어떤 문화를 채울 것인가, 화려한 겉모습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활발한 문화예술 활동과 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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