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진욱, '나인'으로 첫 번째 문을 열다(인터뷰)
"'나인'을 통해 첫 번째 문을 열었어요. 앞으로가 정말 기대됩니다."

최근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마친 배우 이진욱의 말이다. 그는 이 작품을 하는 내내 높은 벽과 마주했지만, 끝내고 나니 배우로서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첫 번째 문을 연 지금, 스스로도 앞으로의 행보들이 기대된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극본 송재정 김윤주, 연출 김병수, 이하 '나인') 속 박선우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지난 20일 이진욱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눴다.

◆ 섭섭하기만 한 끝

'나인'은 시간 여행이 중심 줄기다.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 남자주인공 박선우(이진욱 분)가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향 9개를 얻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시간여행', 타임슬립 소재는 이미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숱하게 등장했다. 더욱이 송재정 작가와 김병수 감독은 앞서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에서 이를 써먹었다. '무엇이 다를까', '뻔하겠지'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자 결과는 달랐다.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쫄깃한' 장면과 전개는 이른바 '나인폐인'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이 드라마가 지난 14일 20부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끝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열린 결말', 박선우의 생사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결말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절대로 답이 나올 수 없는 드라마예요. 답을 향해 가는 작품이 아니거든요. 주제를 제대로 관통하는데 의미가 있지, 어떠한 해답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에요"

주인공 박선우, 이진욱의 명확한 답이다. 결말은 시청자들의 몫, 여기에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됐다면 그걸로 된 것.

그렇다면, 그의 엔딩은 무얼까.

"이미 19회 동안 많은 일들을 겪었고, 선우는 남들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았잖아요. 어느 하나 자신을 위해 한 일이 없고, 남들에게 선택권을 줬죠. 그런 그가 처절한 죽음을 맞으며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서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결말이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보다 당시 선우가 죽어가며 내뱉은 대사가 너무 슬펐어요"

이진욱은 실제 이 대사를 제대로 연습하지 못했다. 소리를 내 읽을라치면 차오르는 눈물 때문에.

"'로맨스가 필요해' 속 동생을 생각하면서 읊은 대사도 그랬지만, 해야 할 대사들을 외워야 하는데 연습조차도 힘들더라고요. 눈물이 자꾸만 나서..."

눈물로 연습조차 힘들었던 그 작품이 끝이 났다.

"보통은 '시원, 섭섭하다'는 말들을 하곤 하는데 이번 작품만큼은 섭섭하기만 해요. 시원한 느낌은 거의 없어요. 애착이 컸던 것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에서 섭섭해요"


◆ 터닝 포인트, 또 다른 시작

이진욱은 두 달간 방송사 앵커 박선우로 살았다. 정의감이 넘치고, 어디서나 당당한 인물이다. 게다가 가족, 친구에 대한 정도 각별했다. 사랑에는 서툴렀지만.

그는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 보다 더 복잡한 '시간여행'을 표현해냈다. 선우의 타임슬립은 뻔 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작품을 선택할 때부터 자신 있었어요. 이 작품의 굉장한 점은 엄청나게 복잡한 것들과 철학이 담긴 주제, 이 모두를 포함한 시간여행을 멋지게 표현해냈다는 거예요. 큰 철학을 다뤘다는 자체로, 감히 명작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진욱에게 '나인'은 더욱 특별하다.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어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어 더욱 그럴 것이다.

"좋은 재산이 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씨앗을 얻은 것 같아요"

박선우의 옷을 입은 그가 두 달 동안 마냥 감사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엄청난 큰 벽과 마주했어요. 좋은 감정과 재료를 가졌지만,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감정 표현에도 굉장히 서툰 편이거든요. 그래서 매회 대본을 받아들고 힘들었죠. 그런데 좋은 스태프들을 만나 벽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에게 '나인'은 2연속 홈런인 셈이다. 전작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도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호평을 모두 잡았다.

"'로맨스가 필요해'를 통해 배우로서의 문을 찾았고, 이 건 상하의 위치가 아닌 가로 배치의 첫 번째 문이에요. 그리고 '나인'을 통해 그 문을 열었어요. 드디어 안을 보게 된거죠"

문을 열자 또 다른 높은 벽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이진욱은 즐겁다. 환하게 웃으며 "다음 작품에서는 벽을 하나 씩 넘으며 누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벽은 의지가 있으니 넘을 수 있을 겁니다. 시간과 어떻게 넘느냐의 문제만 남은거죠. 앞으로 저의 배우 인생을 기대하게 만들어준 작품입니다"


◆ 이제는 '믿고 보는 배우'

이진욱은 '나인'의 흐름을 떠올리며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감독님이 작품 전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는 작품을 할 동안에는 가족도 없고, 이것 뿐 이다. 그러니 너도 온전히 선우로 살아줬으면 한다'고요. 물론 배우에게도 작품 외에 중요한 것이 있으면 안되겠죠. 그럴 수도 없고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딱 전해져 오더라고요. 이후에 아무리 피곤해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스태프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어요"

열심히 하는 스태프의 모습을 보고 힘을 낸 건 이진욱 뿐만이 아니었다.

"쫑파티 때 이야기를 나눴는데, 스태프들은 배우들의 모습을 보고 힘을 냈다고 하더라고요.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집중해서 연기를 하는데, 우리도 열심히 하자고 북돋았다고. 다시 한 번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나인'은 그렇게 움직였던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 서로를 보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죠"

좋은 작품을 마친 배우는 벅찬 기분과 동시에 부담감도 떠안는다. 대중들의 기대치가 그만큼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 사실 부담이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끌 수는 있겠어요. 그 힘이 미약할 수는 있지만 준비는 돼 있습니다"

이내 "근데, 너무 큰 기대는 말아 달라"고 호탕하게 웃는 이진욱. '군대'로 소통을, '나인'으로 문을 연 그의 향후 행보를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대중들도 이진욱의 다음 변신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