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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면사마의 게임캠퍼스 이야기 #9] 싸움의 기술


영화배우 백윤식과 재희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에서 싸움을 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학교에서 집단 폭력에 시달리며 매번 얻어맞기만 하는 재희는 우연히 동네 독서실에서 만화책을 보며 칩거 중인 백윤식을 만나게 돼 가르침을 청한다.
늘 얼굴에 멍 자국을 달고 사는 재희를 안타깝게 여긴 백윤식은 그에게 싸움을 기술을 가르치는데, 그 방법이 언뜻 보기에는 싸움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인다. 그가 밀린 빨래를 짜게 시키면서 재희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몸에는 싸움할 때 쓰는 근육이 따로 있다. 그 근육을 단련시켜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학생 시절에는 넓게 보는 시야가 부족하고 빨리 성취하고자 하는 조급함 때문에 배우고 있는 것들이 과연 나에게 필요한지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에 입학한 학생들도 곧바로 실무를 익히기 원하며, 마치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이 특별한 비법을 알고 있는 고수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비법 같은 것은 없다. 고등학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교양 과목들을 배우게 되고, 게임 개발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영화 창작과 사진 예술에 관한 과목들 그리고 심리학, 철학에 관한 과목들을 배우면서 도대체 이것들이 게임 개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평소에는 쓰지 않아서 존재감조차도 희미하지만, 실전에서는 유용하게 사용되는 '근육'이라는 것을 이제 막 발걸음을 시작한 학생들은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게임 개발 경력이 10년차가 넘는 베테랑 개발자들과 학생들에게 어떤 것들을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의외의 주문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독서와 여행을 거론하는 개발자들이 많다. 독서나 여행에서 얻어지는 결과나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며 다양한 경험들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독서나 여행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해결 방안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게임은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다.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은 그 만큼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오늘 수업 시간에도 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이 절대로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했다. 능력 있는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빨래를 짤 때 힘이 들어가는 근육들을 더 단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어, 수학, 과학, 영어 등이 실전에서 적을 만났을 때 적을 쓰러뜨릴 수 있는 필살기로 펼쳐질 것이라고 말이다.

글 |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편집국 g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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